예술의 주름들 - 감각을 일깨우는 시인의 예술 읽기
나희덕 지음 / 마음산책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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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인 나희덕은 다른 예술가(특히 미술가)들에 더욱 격하게 예술적 공감을 느꼈을 것이다. 예술이 상처에서 비롯된다는 것. ‘주름은 아마도 고뇌와 세월의 흔적일 터. 재능에서 비롯되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오래 묵은 사유와 성찰에서 오는 아름다움의 아름다움(?).

 

취향은 다 다르니 나희덕이 선정한 예술에 모두 공감하란 법이야 없지만 적어도 시인의 이름을 보고 이 책을 집어 든 사람이라면 다른 예술가를 통해 말하고 싶은 시인 자신의 미학에는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내 피로 뽑아낸 붉은 거미줄은

누군가에게

거처가 되기도 하고 덫이 되기도 했으리라 나희덕 <붉은 거미줄>

 

시에서 그는 누군가에게 거처가 되기도 하지만 덫이 되기도 하는 예술의 책임감, 그 무거움을 말한다. 예술이 처음에는 자기 안의 무엇을 분출하지 않을 수 없어 시작하지만 공감을 얻고 이름을 얻어갈수록 그 무게는 예술가의 혼을 짓누르기도 할 것이다. 그런 와중에 무너지기도 하고 더 아름다운 무엇을 얻기로 할 것이다.

 

책 속에 인용한 아담 자가예프스키의 <타인의 아름다움에서만>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사르트르가 타인은 지옥이다라고 일갈한 이후 많은 이들이 좀 더 개별적인 삶에 대해 고민하고 추구했게 되었을지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아담 자가예프스키처럼 아냐, 인간은 혼자 살 수 없어.’라고 선언하는 이들, 유발 하라리처럼 인간에게는 공감과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물론 또 다시 이에 대한 반작용은 나타나고 있지만 그러면서 세상은 또 굴러가겠지. 예술가들은 늘 미간에 주름을 지으며 무엇이 진정한 아름다움인가를 고민할 터이고.

 

타인의 아름다움에서만

 

 

타인의 아름다움에서만

위안이 있다, 타인의

음악에서만, 타인의 시에서만.

고독이 아편처럼 달콤하다 해도

타인들만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

타인들은 지옥이 아니다.

꿈으로 말갛게 씻긴 이른 아침

그들의 이마를 바라보면,

''라고 할지, '당신'이라고 할지

어떤 단어를 써야 할지 고민한다.

모든 그는 어떤 너의 배반자일 뿐이지만

서늘한 대화가 충실히 기다리고 있는 건

타인의 시에서뿐이다. - 아담 자가예프스키 <타인의 아름다움에서만>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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