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 아닌 선의 -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가장 작은 방법
이소영 지음 / 어크로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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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선의와 배려는 얼마나 힘이 있을까. 학교에서 어린 소년들에게 배려와 공감의 중요함을 가르치고 있노라고 어느 시사주간지에 칼럼을 썼더니 세상 독한 댓글들이 달렸다. 이 험한 경쟁사회에 살아남아야 할 아이들에게 선생들이 그런 뜬구름 잡는 소리나 가르치고 있으면, 그 아이들이 나약하게 자라 도태되면, 당신이 책임질 거냐고.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부도덕한 교사 취급을 받을 줄은 몰랐다. 그런 댓글은 어떤 정신 나간 한 사람이 자기 안에 쌓인 분노를 표출하는 수단으로 어쩌다 올린 것이 아니었다. 비슷한 댓글을 단 또 다른 사람도 있었다. 물론 아이들에게 그런 교육이 꼭 필요하다는 긍정적인 댓글이 더 많긴 했지만 나는 공감과 배려가 모두가 공감하는 가치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순진함에 스스로 웃음이 나왔다. 세상이 이렇게 변하는구나... 중학생들과 좋은 낯으로 좋은 이야기들만 나누며 살아서 세상을 너무 순진하게 보고 있나 보다, 내가. 이런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아이들에게 너희가 나가야 할 세상은 그악스러우니 남을 밟고 올라가라, 강해져라, 독해져라, 라고 가르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이야기는 아이들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을 것이고 앞으로도 들을 것이며 아마도 스스로 몸으로 깨닫게 될 거다. 강해지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네가 강해진다고 해서 남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버리라고 가르쳐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아무리 우리가 배려를 가르쳐도 세상에 나가서 각박한 현실을 만날 텐데, 배려를 배웠다고 해서 나약해지지 않을 텐데, 잔혹한 전사를 키우듯 그렇게 어린아이들을 가르치란 말인가?

 

이 책, 사소한 따스함에 대해 말하는 이 책은 좋은책이지만 어쩌면 내가 받은 공격과 비슷한 비웃음을 살지도 모르겠다. 그 작디작은 선의가 세상에 얼마나 영향을 주겠느냐, 혹은 세상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그런 것도 선의라고 할 수 있냐, 이런 식의. 그런데, 그럼에도 나는 이런 글과 책들이 세상에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심지어 올해 새학기 중1 ‘한학기 한 권 읽기수업에 따스한 책상자라는 프로그램을 넣었다. 청소년 소설마저 상상력의 극대화, 각박한 현실의 상징적 반영이 대세를 이룬다. 하지만 어떤 소설들은 그래도 이 세상이 살만한 곳이라고 아이들에게 속삭여준다. <순례주택><이상한 의류수거함><시간을 파는 상점><나의 우주에게> 이런 책을 담아놓았다. 험한 세상을 이겨내는 마음은 결코 냉정한 마음이 아니다. 그렇게만 살아왔던 사람들아, 당신들이 좀 더 따뜻한 사람이 되려고 애써 보아라. 진정으로 강한 사람이 아니면 따뜻해지지도 못한단 말이다. 저자 이소영은 배려를 위선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따뜻하지만 단호하게 나는 냉소보다는 차라리 위선을 택하려 한다.’라고 말한다. 깊이 동의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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