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의 말 - 파리에서, 밥을 짓다 글을 지었다
목수정 지음 / 책밥상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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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정의 글을 빼놓지 않고 읽게 되는 이유가 뭘까? 발랄한 진보를 표방하던 그 이의 정체성은 독특했다. 문화와 글쓰기, 정치라는 요소가 적절히 배합된 데다 프랑스 현지인이 되어 살아가는 이국적인 이력도 매력적이다. 프랑스어를 쓰면서 그곳의 문화를 말한다고 해서 자본주의적이고 사대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는 점도 독특하다. 가진 자들의 빈 곳을 들여다보는 안목도 있고 대안을 모색하는 힘도 있다. 목수정 같은 이들이 한국에서 그와 비슷한 위상을 유지하면 살 수 있었을까? 유럽이나 미국에서 볼 수 있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말이다. 한국에서라면 어떤 인맥, 특히 작은 인터넷 매체라도 조직에 속해야만 기사다운 기사를 썼을 것이고, 그것이 족쇄가 되어 쓰고 싶은 글을 맘껏 쓸 수 없게도 되었을 것이다. 목수정은 자신의 이력으로 프랑스의 공동주택과 교육, 예술가의 삶을 조망하는 글들을 쓰고 그것을 책으로 내면서 자리를 잡았다. 프랑스 사회의 내면과 이면을 보고 배우게, 혹은 비판하게 도와주었다. 말 그대로 문화의 교류가 이루어지는 다리 역할을 그 사람이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음식 이야기다. ‘글 쓸 소재가 없었나? 혹은 잘나가는 작가를 출판계에서 기획적으로 우려먹는 걸까?’라고 생각했다. 음식이야기라면 신물이 난다. 방송은 온통 먹는 이야기다. 많이 먹고 잘 먹으려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안고 사는 편이라서 왜 이 사람마저 음식 이야기를 하는 거지? 하는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거꾸로, 목수정이라면 다른 접근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에서는 식구(食口)’라는 말로 가족을 표현하고 프랑스에서는 코빵(빵을 나눠먹는다는 뜻)’이란 말로 친구를 표현한단다. 먹는 것은 사람들의 친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그러니까 목수정은 음식이야기로 대동단결 혹은 연대, 혹은 공동체를 말하고 싶었던 거다.

   

    

동양에는 음식을 통해 건강을 다스리는 식약동원(食藥同源)'의 개념이 있다면 서양에서는 이제야 그런 관점에 관심을 갖는다면서 중세 마녀사냥이며 각국의 기대수명 이야기를 펼친다.

그리고 또 재미있는 것은 성평등 지수가 낮은 나라일수록 남녀 간 기대수명 차이가 벌어진단다. 우리나 일본처럼 여성의 지위가 낮은 나라에서는 6~7세 정도 차이가 난다. 쉽게 말하면 여성을 차별하는 나라의 할아버지들이 일찍 죽는다는 거다. 이런 통계수치는 내가 가르치는 남자 중학생들과 성차별토론을 할 때 좋은 학습 자료가 될 것 같다. 요즘 젊은 소년, 청년들은 자신들이 여성들보다 덜 똑똑하고 더 차별받는다고 생각한다(정말로!). 피해의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성들의 삶이 힘든 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야동은 즐기고 싶어 한다. 그것은 여성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논리의 모순을 토론으로 하나하나 혁파할 수도 없고, 만약 논리로 이긴다 해도(실제 남녀공학에서 이런 토론이 벌어지면 여학생들은 따박따박 논리적으로 주장을 펼치지만 남학생들은 분노를 안으로 삭이는 장면이 펼쳐진단다) 남학생들이 마음으로 받아들이거나 머리로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거다. 무엇보다도 남학생이든 여학생이든, 남혐여혐의 문제, 남녀 차별의 문제를 성 대결로 인식하는 것은 몹시도 안타깝다. 그래서 이런 수업 말미는 늘 여자들이 군대도 가지 않고 힘든 일도 하지 않으려 한다, 남녀차별은 남성도 당한다, 페미니즘은 모든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본다, 이렇게 분개하며 남성과 여성이 각을 세우고 서로 다툴 일이 아니다. 젊은 남자와 여자는 모두 기성세대나 기득권자들에게 취업이나 경제적 약자로서 피해를 보는 측면이 있다. 모두 약자라는 것이다. 연대를 해도 모자랄 남성과 여성이 서로 맞서면 과연 누가 이득을 볼까 생각해야 한다. 여성의 인권이 제자리를 찾고 여성이 권리를 누린다고 해서 남성의 권리를 빼앗아 오는 게 아니다. 남녀 모두의 인권이 존중받고 평등해져야 모두 행복해지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남성이 차별받는 부분이 있다면 그 또한 같은 논리로 이에 적용된다.” 이렇게 정리하곤 한다. 하지만 수천 수만 년 기득권자였다가 이제는 그 어떤 권리도 누리지 못하고 구박만 당한다고 생각하는 열대여섯 살의 남자사람들은 반격은 하지 않아도 내 말에 마음을 풀지 못하는 표정들이다. 다음 수업에는 남녀차별이 적은 나라일수록 남성여성 모두가 행복하게 산다더라는 통계를 같이 인용해 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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