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페미니즘 - 청소년인권×여성주의 청소년 벗
호야 외 지음 / 교육공동체벗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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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자중학교에 근무하는 여교사이다. 30년을 근무했다. 학교생활에서 가장 힘든 일은 아이들이 자주 싸워서, 거칠어서가 아니다. 이제는 나이든 교사가 되었지만 아직도 그 어린 학생들로부터 남성적 시선을 받을 때 불편하다. 암시적이긴 하지만 성적 농담도 자주 하고(남교사들은 같이 대화를 나누는 차원에서 그 농담을 즐기기도 하던데 여교사들은 꼭 내가 대상이 아니어도 몹시 불편하고 불쾌하다.) 또 하나, 여성을 지칭하는 욕(같은 남학생끼리 씨발년아라고 욕한다.), 그리고 패드립(엄마, 라는 단어만 나와도 키득거린다)... 이런 게 못 견디게 싫다. 뽑아도 뽑아도 끝이 없는 제초 작업처럼, 아무리 불러서 야단치고 설득하고 수업에 녹여내고 별 짓을 다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남자중학생들에게도 아름답고 건강한 모습이 훨씬 더 많은 게 사실이지만 30년이 지나도 이 문제는 적응이 되지 않는다.

 

<걸 페미니즘>은 청소년들이 쓴 페미니즘 책이다. 여자 청소년들의 이야기는 넘치도록 많은 사례를 담고 있지만 남자청소년들이 학교나 또래들 사이에서 주고받은 이야기들은 더 충격적이다. 이맘때의 남자청소년들은 성적인 농담이나 경험담을 주고받으면서 자신의 권력렙이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요즘 여권이 신장되어 젊은 남자들이 주눅 들어 산다고? 30년 전 교단에서 본 남학생들과 요즘 남중생들은 전혀 다르지 않다. “너 그런 얘기하면 잡혀가.” 이런 멘트가 추가된 게 좀 달라진 것뿐? 가령 야동 이야기가 나와도 , 야동이 아니라 디지털 성범죄얌마...” 라고 말하긴 하는데 그게 또 농담, 즉 조롱거리이다. 정말 진지하게 자신들의 성의식을 돌아보거나 범죄로서 조심해야 한다는 차원도 아닌 거다. 아직도 멀고 멀었다. 그러면서 여전히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발끈한다.

 

다만, 지난 25년간 여성문제를 대하던 세상의 태도의 변화 속도와 지난 5년간을 비교해 본다면 최근 들어 속도가 빨라졌다는 점은 그나마 위안이 된다. 그런 싸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특히 여성들이 상처받아야 하는가,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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