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배웠지만 잘 몰랐던 미술 - 이명옥 관장과 함께하는 창의적 미술 읽기
이명옥 지음 / 시공아트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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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나랑 같이 국어를 공부하는 2학년 학생 여러분~, 국어 교과서에 공감각에 대한 글이 실렸던 거 기억하지? 솔직히 선생님은 이 교과서를 처음 보고 좀 당황했단다. 시에서 공감각적 표현은 많이 가르쳐 보았지만 예술작품에서 공감각(共感覺)이라니? 데이비드 호크니의 그림에서 수영하는 사람의 풍덩소리를 느껴 보란다. 당황스럽고도 재미있더구나. 우리는 교과서에 나온 그림 외에도 데이비드 호크니의 다른 그림에서 공감각 찾기도 해보았고 또 다른 김호득의 그림처럼 포스트잇에 냄새가 나는 내 이름, 소리가 들리는 내 이름, 촉감이 느껴지는 내 이름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활동도 해 보았잖니. 그리고 칸딘스키 그림을 보면서 바흐의 음악도 들어 보았고. 칸딘스키뿐이겠니, 거꾸로 엘렌 그리모라는 프랑스의 피아니스트도 바흐의 음악을 연습하고 있는데 옅은 오렌지색, 검은색, 푸른색 등이 보이기 시작했다는구나(이 책 91). 예술가들은 이렇게 감각이 예민한가 보다, 그치?

 

이 글은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 관장이 쓴 <학교에서 배웠지만 잘 몰랐던 미술>이란 책에 실려 있는 글이었다. 그림에 대해 쉽게 풀어쓴 책들이 워낙 많아 어렸을 때부터 이루지 못했던 미술계통의 꿈을 책읽기로 겨우겨우 달래던 나마저도 요즘은 그런 책들에 질리는데, 한 마디로 이 책은 매우 매우 다른 책이다. 정말 우리 중학생들 눈높이에 딱 맞는 재미난 미술 이야기가 한 가득인 거야.

보통 미술 에세이가 연대별로, 혹은 미술사조 별로, 또는 화가에 얽힌 이야기 중심으로 펼쳐지는 데 반해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굉장히 창의적인 접근을 하고 있어. (케테 콜비츠의 <죽음의 부름>이라는 그림에서 저승사자의 손과 살고자 하는 이의 손을 비교해 보라)이나 입모양, 발모양에 이야기가 담긴 그림 이야기를 주제별로 펼치거나 생각을 눈에 보이게 만들기’, ‘그림 속의 리듬처럼 공감각에 대해서는 아예 아홉 편의 글을 모아 쓰기도 했다. 제일 재미있는 것은 3장의 첫 편, 르네 마그리트를 필두로 상상화를 다룬다. 영화 <아바타>의 모티프가 된 하늘에 가대한 성채가 둥둥 떠다니는 그림 같은 것 말이야. 우리, 학기 초에 표절과 패러디, 오마주의 차이를 공부할 때 영화 <아바타>랑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를 비교했던 거 기억하지? , 그리고 이 책에서 거울 그림만 다룬 창작의 중요한 도구, 거울도 재미있다. 거울 속의 거울 속의 거울 속의....... 그림 이야기가 나온단 말이야.

 

진정한 공부는 쉬는 시간 혹은 학교 밖에서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공교육 교사인 나로서는 참 섭섭한 소리이지만 어느 정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주장이기도 하다. 학교는 생각하고 상상하는 최소한의 지식을 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친구를 주고, 그리고 급식을 주는 것만으로도 제 역할을 다하는 곳인지도 모르겠다. (고통을 주지나 말아야 할 텐데.... 적어도 우리 학교라도 그랬으면 좋겠다마는......) 쉬는 시간에 너희가 혼자 끼적거리는 그림들, 국어 시간 아닌 때 지어낸 이야기들, 어렸을 때 일기장에 그리던 말도 안 되는 졸라맨 만화, 그리고 유튜브를 보고 지어본 랩 가사들...... 그렇게나마 너희들이 자신의 상상력과 풍성한 감성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얘들아, 그런 너희 작품들 나한테도 가끔씩 살짝 보여주면 더 좋고~.

 

이 책 181쪽에 나오는 <해리 포터>의 지은이 조앤K 롤링이 했다는 말이 너무 멋져서 나도 다시 한 번 인용하련다. “세상을 바꾸는 데 마법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우리 자신은 이미 이보다 나은 상상력이라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너희들도 재미난 상상의 끈을 놓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그럼 또 아니, 너희의 상상력의 씨앗이 조금 씩 조금 씩 싹 트고 자라다 보면 너희가 어른이 된 후의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재미있고 멋진 곳으로 변해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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