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의 눈물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5
전상국 지음 / 민음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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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갖고 있는 허상이 있(). 과거형일 수도 있고 현재형일 수도 있어서 ()이라 써 보았다. 지금은 학교나 교사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고 개탄하지만 (어쩌면 진정한 좋은 학교와 교사의 모습을 갖추어 가기 위한 진통의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한때 학교는 학생에게 무소불위의 존재였던 때가 있었다. <우상의 눈물>은 바로 옆 경희고등학교에 국어교사로도 근무했던 전상국 선생의 작품으로, 자신이 직접 현장에서 경험한 이야기가 녹아있으리라 생각한다.

 

지금 우리 학생들이 이 소설을 읽는다면 바로 저런 시대에 학교에 다니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기표라는 아이만큼은 아니지만 학교생활을 위협하는 주먹깨나 쓰는 친구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씁쓸해 할까. 이 소설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더불어 오랜 세월이 흘러도 양상만 달라질 뿐 본질이 달라지지 않는 학교폭력의 민낯을 보게 해 우리 학생들로 하여금 학교폭력에 대해 성찰하거나 고백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영웅...>은 정치와 역사와 시대의 우화로 쓰여진 훌륭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지식인을 상징한 저항자 한병태를 비겁하고 지질하게 그리는 잘못를 범해 결국 그놈이나 그놈이나 다 나쁜 놈이라는 회의에 빠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우상의 눈물>은 그보다 더 치밀하게 폭력의 실체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어려운 말로 좀 더 실존적이라고나 할까.

 

학교폭력을 다루는 오래된 소설들

처음엔 아이들을 함부로 때리고 돌아가는 기표가 나쁜 놈 같았다. 하지만 정의의 사도처럼 보이는 모범생 반장 형우가 기표를 능멸하는 장면에서는 누가 진정한 나쁜 놈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사실은 형우를 이용해 기표를 불쌍하기 짝이 없는 아이로 만들어버린 담임선생이야 말로 선을 가장한 악임을 알게 한다는 면에서 세상사가 그렇게 단순한 선-악 구도로 돌아가지 않음을 깨닫게 한다. 짧은 소설인데 읽고 나면 나는 세 꼭지점 중 어디쯤에 놓인 걸까, 실존적인 고민을 하게 한다. 그리하여 이 소설은 토론을 부른다. 좀 오래 전, 2013년 무렵인가, 경희중학교 학생들이 지금보다 훨씬 짧은 까까머리 두발을 하던 시절에 이 소설을 읽고 토론을 한 적이 있다.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전상국의 <우상의 눈물>을 읽고 당시에 나온 드라마 <2013 학교>의 한 장면을 보았다.

 

1960년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엄석대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우상의 눈물>기표’, 그리고 21세기 드라마 <학교>(지금은 투병 중인 김우빈이 눈빛연기와 더불어 막 살았으니까.....’라는 명대사를 남겨서 유명했던)에 등장하는 오정호’...... 모두 시대를 넘나드는 학교의 무서운 엉아들이다. 양아치라고도 부르고 날라리, 혹은 일진이라고도 하고 짱이라고도 불리는 아이들. 다들 그렇게 망가질 수밖에 없는 아픈 가정사와 사연들이 있다. 물론 최근에는 가정적으로 불우하지 않아도, 오히려 경제적으로나 부모의 학벌로나 아쉬울 것 없음에도 인성 쓰레기인 겉으로 멀쩡해 보이나 진정 근본까지 구제불능인 악인캐릭터들이 드라마나 영화에 많이 등장하긴 하지만 여기선 생략.

 

그러고 보면 학교폭력이나 주먹으로 학교생활을 연명하는 무서운 엉아들은 시대를 초월하여 어디에나 있었나 보다. 우리 나라뿐이랴, 일본애들, 미국애들도 학교짱들은 얼마나 무서운데....

물론 위 소설이나 드라마들의 주제는 다 다르다. 나는 특히 학생 개인의 폭력성보다 그들을 폭력적으로 만드는 이 사회와 빈부격차를 비판한 드라마 <2013 학교>가 참 좋았다. 하지만 문학작품으로 접해야 한다면 역시 <우상의 눈물>을 권한다. 기표라는 깡패보다 더 무서운 국가 폭력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는 학교와 담임, 그리고 반장. 1980년대 시대 분위기를 담고 있는 것 같다. 어느 작품이나 근본은 인간은 도대체 어떤 존재이길래폭력을 행사하는지 묻지만 특히 <우상의 눈물>은 평범해 보이고 신사적으로 보이는 사람이 더 악한 존재일 수 있다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기에 자기가 스스로 난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자부하는 대다수의 보통사람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 <우상의 눈물>을 읽었다면 다음 질문에 답해 보자.

- 학교폭력, 개인의 문제로 볼 것인가, 사회의 문제로 볼 것인가?

- 기표는 소위 말하는 결손가정의 학생이다. 결손가정이 부적응아를 만드는가?

- 만약 그렇다면 결손가정이 만들어진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 <우상의 눈물>에서 진짜 나쁜 놈은 누구인가?

- <우상의 눈물>의 서술자 유대는 무엇을 상징하는가?

- 여러분이 학교 선생님이라면 기표 같은 아이를 어떻게 대했을까?

- 여러분은 학교 선생님이나 어른들로부터 나쁜 놈이라는 오해를 받은 적이 없는가?

- 기표처럼 잘못이나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절대로 구제받을 수 없는 걸까?

- 범죄는 개인의 문제일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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