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갈의 아이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11
낸시 파머 지음, 백영미 옮김 / 비룡소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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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론과 인간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왜냐하면 둘 사이에는 어떤 차이도 없기 때문이지. 클론이 열등하다는 건 추잡한 거짓말이다.

 

 

선생님, 저는 누굴까요?”

부모와의 갈등으로 고민하는 아이들, 부모를 부인하고 싶은 아이들은 저런 질문을 할 것이다. 너무 이른 나이에 부모가 된 엄마의 아들이 있었다. 이제는 자신이 무엇 때문에 상처받았는지를 잊었지만 사실 너무 이른 연애와 출산에 떠밀려 결혼을 하고 곧 이혼을 한 부모 탓에 아버지 없이 자란 그 아이는 포근한 가정의 품을 제대로 맛보지 못하고 자라야 했다. 그리고 혼자 아들을 키운 엄마는 툭하면 아들을 붙잡고 신세타령을 한다.

 

상담 중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낯설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나의 부모도 꽤나 이른 나이에 나를 낳았다. 엄마가 스물하나, 아버지가 스물다섯에 나를 낳았으니까. 젊은 엄마는 맏딸인 나를 딸이 아니라 여동생쯤으로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아버지가 엄마 속을 썩일 때마다 엄마는 내게 힘든 속을 털어놓는다. 어렸을 때는 불쌍한 엄마를 내가 이해해야지, 맏이인 내가 집안 사정을 다 잘 알고 있어야지, 내가 어른스럽게 동생들을 챙겨야지, 자부심을 갖고 이렇게 생각했었지만 돌아보니 그게 나에게 커다란 무게였더라. 우여곡절 속에서도 부모 자리를 지켜주셨던 두 분 부모님께도 이런 원망이 드는데, 자기를 버리고 간 아버지, 어린 아이처럼 아들에게 징징거리고, 아들에게 투사된 남편의 모습에 감정을 이입하는 어머니가 못 견디게 싫은 아이라면 저는 도대체 누구인가요?”라고 묻고 싶어지지 않을까?

 

마트는 클론이다. 화학과 곤충학을 전공했다는 지은이 낸시 파머가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쓴 이 소설에서 우리가 흔히 품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이라는 자기 정체성 제 11에 대한 의문과 속박은 산산이 부서진다. 마트는 부모가 없지만 건강하게 자란다. 유전자는 악인에게 물려받았지만(아니, 마트는 엘 파트론의 클론이므로 물려받은 게 아니라 바로 그 자신이라고 해야 맞을 테지만) 마트 자신은 건강하고 선량한 사람으로 자라난다. 생물학적 부모는 없고 심지어 암소의 자궁을 빌어 태어났지만 마트는 자신의 보모 셀리아를 엄마 삼아, 자신의 경호원 탬 린을 아버지 삼아 좋은 가치관과 바른 인생관을 습득할 수 있었다. 나는 이런 게 교육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유전의 힘을 무시할 수 없지만 그것을 너무 강조하면 교육의 가치를 설 자리를 잃는다. 학교는 왜 필요한가, 부모가 없는 아이들도 어떻게 훌륭하게 자랄 수 있는가, 부족한 부모가 있어도 좋은 사회화는 어떻게 가능한가, 부모의 영향보다 더 큰, 스스로의 자존,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이 소설은 잘 알려준다.

 

선생님, 저는 누굴까요?”

꼭 부모 상처 때문이 아니더라도 사춘기의 영적 방황의 갈래길 앞에 놓은 사랑하는 제자들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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