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엔 행복한 사람들만 있다. 그들은 슬프거나 우울한 얘기는 싸이월드에 올리지 않는다. 화사하고 밝은 순간, 자신을 가장 빛나게 하는 사건과 일화들만 싸이에 올린다. 어쩌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일상을 설렁설렁 적어내려가는 서재가 내겐 준싸이월드쯤 될 것 같다. 알라디너와 나는 즐찾과 가끔의 비밀댓글, 꾸준한 방문 등등으로 준일촌 관계를 맺어가고 있다. 외양뿐 아니라 글의 내용 자체도 내게 내재한 도발적이고 섹시하면서도 고지식한 부분보다는 밝고 건강한 이미지만 보여주려고 한적이 더 많았다. 누구에게도 어필하지 않는거라면 차라리 혼자 즐겁게 떠드는쪽이 더 낫다란 생각을 했는지, 우울할때면 이불 속에 얼굴을 파묻고 먼지를 들이마시길 즐겨서 글 쓸 시간이 없어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중요한건 아니니까.
나는 떳떳하다까지는 아니어도 별로 상관없을거란 생각에 동생들에게 서재를 알려준적이 있다. 옥찌들 이야기를 같이 봤으면 좋겠다란 생각이었지만 사실은 일종의 자격지심과 틈틈히 뭔가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어필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동생들이 별다른 반응이 없었으니 그저 한번 보고 말았구나 하고선 넘겼는데 지난 일요일에 나의 이중생활을 들키고 말았다.
가족끼리 늦은 아침을 먹을 때였다. 엄마가 있다고 다른 때보다 더 보채는 민으로 인해 가족들이 모두 예민해져 있었다. 누구 하나 민의 마음에 공감하지 않았고, 이 녀석이 또 그런다는식으로 몰아부치는 말만 툭툭 불거져나왔다. 나는 동생이 민을 좀 더 달래주길 바라면서도(난 눈꼽만큼도 아량을 보일 생각이 없으면서.) 그 전날부터 못견디게 짜증스럽기만한 아이의 존재가 견디기 힘들었다. 식탁 의자에 앉지 않고 쿵쿵거리며 뛰어다니다 다시 와서 보채고 떼를 쓰는 민을 밀치고 매를 들거라며 위협을 했다. 민은 내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더 심하게 떼를 썼고, 누나까지 밀쳤다. 누적된 짜증과 서걱거리는 입 안의 밥알, 그럼 안 되는거였는데 난 좀 더 세게 민을 밀쳤다. 민은 넘어졌고, 더 심하게 울기 시작했다. 동생은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제서야 민을 달랬다. 그 사이에 약올리는 아빠와 그런 아빠를 타박하는 엄마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게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돌아온 막내가 한소리를 했다.
너무 심한거 아니냐고, 아이를 왜 밀치냐고, 알라딘에 쓴건 다 가식이라고.
무슨 말을 했더라. 너는 곧 떠날거라 잘 모르지만 매일 겪는 우린 힘들다고 했던가, 동생이 통제하지 못한 상황을 내가 대신 나서서 조정한다고 했던가, 관여 안 하면 그만인 너랑 입장이 다르다고 했던가... 그러다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누군가에게 위협을 가하고 폭력을 쓰는건 어떤 방식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데(피해자의 폭력에 대해서는 다른 입장이다.) 난 자꾸 내 입장을 동생에게 강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동생 말이 맞았으니까. 하지만 그 순간 촉발된 감정 대립에서 물러설 수 없다란 생각에 더듬거리듯 우물쭈물대면서 앞으로 내 블로그엔 들어오지 말란 말만 도장찍듯 내뱉고는 방으로 숨어들었다.
후회되고, 미안하고, 민망했다. 양육은 모두가 같이 책임지는건데 나 혼자 옥찌들 대장노릇을 한다며, 나 자신이 아이들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었다. 돌아온 내게 아이들은 곁을 두지 않았고, 전처럼 손을 꼭잡아주며 노래를 알려주지도 않는다. 장난을 치지도 않고, 나와 같이 있는 것을 딱히 즐거워하지도 않는다. 거의 1년만에 본 막내 이모를 더 따르고 좋아한다. 동생을 향한 애착은 다른 형태로 더 심해졌고, 안정과 회피 어쩌고 나름 분석을 해대지만 공감 능력조차 터무니없이 부족한 나로선 늘 제자리 걸음이었다.
동생 말이 맞았다. 터무니없는 착각이었다. 지민이 떼쓰는걸 못마땅해하는 아빠가 더 큰 폭력으로 아이를 제압하기 전에 취한 조치라고 하기엔 과했다. 난 지민이 맘에 들지도 못하고 잔소리만 늘어놓기만 했다. (전에 hnine님 서재에서 전 잔소리 안 하는 이모인걸요, 한건 대체 무슨 객기였는지. 나도 귀가 따가울 지경인데.) 대체 뭘 믿고 통제 운운이란 말을 함부로 뱉은걸까.
싸이월드엔 행복한 사람들만 나온다. 어쩌면 난 옥찌들과의 얘기를 통해 '행복한' 의태어를 보여주려고 기를 썼는지도 모르겠다. 서재에서 로그아웃한 후로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충동적이고 의지박약에 못돼먹은 아치로 돌아가면서.
둘째는 그래도 언니가 반성하고, 다시 잘해보려고 하잖아란 위로를 해줬다. 반성도 하루이틀이지, 마일리지 쌓는 것도 아니고 반성 목록만 한무더기다. 앞으로는 반성 사절이다. 반성을 빌미로 세끼 밥 까먹듯이 고해성사를 바친 후 다시 변화없는 것보다 좀 더 다른 방식으로 나와 관계를 바꿔나가야겠다.
휴, 별처럼 예쁘지도 않고 가짓수만 늘어나는 무수한 다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