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도의 '어떤 가요'가 욕을 먹고 있다. 논란의 본질은 '완성도 떨어지는 노래가 공중파 방송 프라임 시간대에 홍보가 돼 음원차트에서 인기를 얻는건 부당하다'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번 논란에는 거대 기획사와 신인 작곡가, 음원 유통체계, 대중의 취향 등등의 문제가 걸쳐져 있다.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만큼 각자가 표명하는 입장도 다르다. 사람들의 의견을 읽다보니 애초에 내가 직관적으로 느꼈던 지점이 떠오르지 않았다. '강북 멋쟁이'는 좀 뻔했고, 박명수는 대단하고, 무도의 기획은 살짝 아쉬운 정도만 기억에 남는다. 하기는 어떤 문제마다 의견을 갖고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까란 생각도 든다.

 

* 강심장에는 여러 명의 연예인이 나와서 토크 배틀을 벌인다. 어느 회에선가 안타까운 이야기가 나오는데 한 여자 연예인이 화장을 고치는 장면이 캡쳐됐다. 찌라시 신문에서는 '태도 논란'-이게 왜 논란거리인지 모르겠지만- 문제를 네티즌의 날카로운 눈썰미 운운하면서 기사를 띄운다. 대중의 사랑을 받는 연예인이라면서 자신들이 기대하는 바대로 웃고 울기를 바라는걸까. 그런 발상은 어디서 나온건지 참 역겹다. 

 

* 누가 자기도 성기 수술을 해야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중년 남성들이 많이들 하는데 자기도 그래야할 것 같다고. 러프한 비교지만 도서 정가제가 떠올랐다. 사람들이 책을 잘 안 사고, 잘 읽지 않는다, 책과 연관된 인프라라고 해봐야 공공 도서관의 책읽기 프로그램이 다인데 이마저도 유명무실하다. 서점에서 원하는 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가까운 곳에 서점도 없다. 도서정가제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건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런데 도서정가제만 시행되면 인터넷 서점은 어려워지고 출판계와 서점은 살아날 것 같은 분위기다. 수술만 한다면 중년의 자신감이라도 샘솟을 줄 아는가보지?

 

 끝장토론 형태가 아니더라도 그냥 서로 좀 얘기를 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 그간의 사정과 서로의 입장차가 좀 더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같은 업계 사람들끼리 한방이 아닌 여러 방의 정책 제안 같은 것도 할 수 있을테고 말이다. 독자들도 참여하고 출판사, 인터넷 서점, 동네서점 사람들 모두 모여서 얘기를 하면 좀 더 낫지 않을까.

 

* 술 먹다가 음악 배틀이 벌어졌다. koop에 이어 nujabes의 Aruarian dance가 나온다. 곡 중간 중간에 하모니카 연주가 나오니까 바로 뒤를 이어 하모니카 연주곡이 나온다. 저가의 스피커와 잭, 핸드폰 혹은 mp3만 있다면 가능한 주접이었다. 우리 둘은 주접 떠는 줄도 모르고 겸손한 벼처럼 고꾸라진 동생 옆에서 새벽 깊어지는줄 모르고 찧고 까불었다. 딱 주접 수준의 감상이었다. 그래서 그 노래들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그 아이와 개성과 조직에 대해 나눈 이야기는 간간히 떠오른다.

 

 자신의 개성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지금의 회사에서 뜻한 바가 있어 참고 있다는 그에게 물었다. 그럼 자기가 훼손되거나 달라지지 않냐고. 확고하게 그렇지 않다고 했지만 정말 그럴까 싶다. 불평불만을 일삼던 아치가 회사에서 웃음과 침묵, 고개 끄덕임으로 버티는 동안 '지랄 총량의 법칙'에 따른 분출되지 않은 욕구 혹은 욕망 같은 것이 회사 아닌 곳에서 막 튀어나와서 답답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니 말이다. 옆에 사람은 물론 나를 변화시키거나 각성시키지 못하는 불평불만은 그동안 무엇을 했을까.

 

 한편으로 나의 모남만큼 좀 다른 조카에 대해서 숙제를 잘 하고, 이를 잘 닦고 등등의 바람을 갖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도 문제란 생각이 들었다. '부모와 아이 사이'를 읽다보니 그 생각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나를 삼켜버릴 것 같았다. 이모 말을 잘 듣는 조카가 아니라 스스로 자기 할 일을 하고 자신이 판단하고 책임지는 아이가 되길 바랐는데 나는 조력자가 아니라 지휘자였다. 나의 개성만큼 누군가의 개성도 받아줄 수 있는 아량이 있는가 앞에서 한참 동안 답을 내릴 수 없었다.

 

* 예전에 다른 서재분도 말했지만 책을 읽는 사람이 책을 읽지 않는 사람과 다른 건 정말 책을 좀 더 읽는다는 것 뿐인지도 모른다. 책에 짚어 놓은 문제의식, 다른 사람의 진보적인 생각, 실제로 그렇게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아무리 많이 읽어도 나는 그다지 달라지지 않는다. 읽는 행위에서 끝나고마는거다. 그런데 남의 생각을 자꾸 입으로 말하다보니 표리부동이 습관으로 굳어버렸다. 조카들에게 말이 안 먹히는 이유다.

 

* 아침에 아이들 방학 중 프로그램을 까먹었다고 지희한테 '이모 치매 아니냐, 병원 가봐라'란 소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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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13-01-21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면에서 밑줄을 긋게 하네요 ㅋㅌㅋ

Arch 2013-01-22 19:45   좋아요 0 | URL
ㅋㄷㅋㄷ 비아그라가 더 세던데요.

숲노래 2013-01-21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안하다고 하셔요~ 나이 먹으면 다 잊어버리기도 한다고 ^^;;

Arch 2013-01-22 19:45   좋아요 0 | URL
아침에 좌절했다고 앓는 소리 냈어요. 히~

이진 2013-01-21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도가 욕을 먹는 건... 그러니까 참 보기 안 좋아요.
음원 수입을 자기네들이 다 챙긴다면 몰라, 좋은 일에 쓰는데.
다른 가수들의 시장을 침해했다는 의견은 개인적으로 와닿지 않네요.
무도도 다른 가수들만큼 열심히 했기 때문에 이정도로 큰 호응을 얻는 거지,
만약 무모한 도전때 이런 특집을 했으면 과연...

Arch 2013-01-22 19:50   좋아요 0 | URL
음원 수입 기부 가지고도 뭐라고 하더라구요. 아무래도 음원 유통체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큰 기획사의 기획력을 따를 수 없는 열패감도 있을 것 같아요. 예술하는 분들의 정통 의식 같은 것도 있기 때문에 그전 가요제와 다르게 '어떤 가요' 기획이 더 욕을 먹는지도 모르겠어요.

카스피 2013-01-22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은 돈 문제로 귀결되는데 Arch님 말처럼 '완성도 떨어지는 노래가 공중파 방송 프라임 시간대에 홍보가 돼 음원차트에서 인기를 얻는건 부당하다'가 이번 논란의 본질이겠지요.

Arch 2013-01-23 11:32   좋아요 0 | URL
그런데 전 꼭 음악이 그렇게 완성도가 높아야하나, 음악하는 사람의 선민의식 같은 것도 느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