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험이 있어서 접수한 날 맘을 다잡고 바짝 공부를 했다. 정확히 알아가는 기쁨이라던가 이게 공부의 즐거움이로소이다 어쩌고 저쩌고 하며 나는 혹시 공부 체질? 이렇게 설레발을 쳤다. 다음날부터 공부를 했다면 훌륭했겠지만 나는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 아치이기 때문에 '최고의 사랑' 간 볼겸 한번 봤다가 완전 빠져서 허우적대고 말았다. 어제는 예술고 공연을 보고 며칠 전엔 7080 콘서트에 따라가서 박수치거나 소리지르는 대신 초대 가수와 대화를 시도하는 어르신들 사이에서 혼자 빽빽 고함을 질렀다. 오늘부터 다시 공부 모드라며 앉아있는데 사랑스런 다락방이랑 얘기하느라 집중이 돼야 말이지. (다락방, 난 무려 '사랑스러운'이에요.)
* 어쨌든 해봐야지. 지금 하는 공부는 좀 재미있다. 자꾸 생각을 끄집어내는 공부도 좋지만 이건 왜 이렇게 하고, 이 소리는 어떻게 나고, 이 빛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각각의 원리를 알아가고 쓸모를 알아가는 과정이 좋다. 공식으로만 알고 있던 전기도 직접 다뤄보니까 왠지 좀 재미있다. 아직 갈길은 멀지만 설렁설렁 재미있게 해보려 한다.
시험 보니까 술 사라, 밥 사라, 떡 사줘라 졸라대는건 옵션으로 붙고 말이다.
* 아무에게나 조르는건 아니다.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만. a에 따르면 나를 보는 두가지 시선이 있단다. 그건 '눈치 없다, 지멋대로다'파와 '기특하네, 특이하네, 엉뚱하네'파. 요새 같이 도시락을 먹는 분들의 얘기가 아니었다면 나는 내가 미움 받는 원인이 그냥 내가 싫어서가 아니라 눈치가 없어서일거란 생각은 해보지 못했을거다. 어찌나 굽이굽이 눈치없는 사람들 얘기를 해대는지. 굽이치는 사연 중 내 얘기인가 싶은게 한두개가 아니라 맞장구 치기도 뭐하고 그게 뭐 어때서라며 딴지를 놓기도 뭐하고. 참말 곤란했다. 그렇다면 나는 눈치껏 하는걸 왜 이렇게 못하는걸까. 어른이 하는 말에 재미없어도 웃고 관심을 보이는게 뭐 그리 어렵다고. 그런데 윗사람들은 왜 이렇게 자신들을 대우해주길 바라는걸까.
* 조직의 윗사람들에게 다른 사람들이 의례적으로 하는 행동을 보다가 문득 예전 일이 떠올랐다. 경차를 타고 다닐 때였다. 심부름으로 아빠차를 몰고 나간 일이 있었다. 경차를 탈 때는 못느꼈던 쾌적한 승차감 이런건 모르겠고 누군가에게 중형차를 모는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안달이 나는거다. '보세요. 나는 이렇게 젊고 예쁜데(으하하하) 괜찮은 차를 몬다구요.' 이렇게 말이다.
지금보다야 덜하지만 쎄고 쎈게 차이고 그 차 속 운전자를 누가 알아봐줄까 싶었을텐데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든건 아마도 그렇게라도 티끌만한 존재감을 느끼고 싶어선 아니었을까. 그런데 그런 존재감이래야 누군가 인정해야 의미가 있는거지 내가 아무리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고 굿을 떨어도 소용없는거 아닐까. 그렇다면 윗사람의 대우를 바라는건 자신의 다양한 면들을 통해 관심받기 보다는 그저 직장에서 오래 버틴 딱 그만큼의 존재감을 인정해주기 바래선 아닐까. 씁쓸한 안달이다.
* 짧고 굵게 쓰려고 했는데 오랜만에 페이퍼를 쓰니 하고 싶은 말이 뭉텅이로 쏟아져나온다.
* 어제, 스파티 필름과 로즈마리를 샀다. 샀다로 떨어지는 말이 너무 정확해보여 빌려왔다로 바꿔야할 것 같다. 지금 따뜻하고 부드러운게 몸 안에서 쓱쓱 굴러다니는 것 같다. 방금 막 효진씨의 책을 다 읽었거든.
나도 그래요, 그런데 어떻게 같이하자고 해야할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정말 내가 오늘 종이컵 하나 쓰는게 그렇게 문제가 되는거야? 효진씨도 드라마에서 보니까 플라스틱 생수통 갖고 다니더만. 등등의 생각은 이 책을 읽고 난 뒤에 해도 될 듯.
샴푸와 린스를 쓰지 말자고 할 수는 없다. 나도 그렇게 하긴 힘들다. 그래야만 환경을 지키는 건 아니라고도 생각한다. 어렵고 불편해서 포기하는 것보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는 게 낫지 않을까? //
‘하고 싶은걸 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능한 것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실천해보자’
게다가 환경 얘기는 (문제 말고 얘기) 환경 얘기로만 그치는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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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풍요롭게 사는 법에 대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자주 생각하게 됐는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편안해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런 일들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내가 있는 환경을 힘들어하기보다, 그 안에서 가장, 지속적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매일매일 소소하게나마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뿌듯함은 두려움을 이기고 즐거울 수 있는 가장 큰 방법이다.
난 이 책을 읽은 모든 분들이 자기 자신을 더 많이 돌보고 사랑하길 바란다. 과음한 내 간에게 미안하다고 말할 줄 알고, 하루 종일 걷고 서 있느라 고생한 내 두 다리에게도 고생했다고 위로할 줄 알고, 퇴근 후 붉게 충혈된 두 눈에게도 고마워할 줄 아는 그런 여유를 가진 따뜻한 자신이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많은, 당연한 것에 감사하기 시작하면 당연했던 것들이 새롭게 보인다. 당연히 여기던 파란 하늘이, 공기가, 또 이 지구가 고마워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무한할 것 같았던 것들이 그렇지 않다는 무거운 사실을 알게 되고, 그래서 그것들을 함께 아끼고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린 파란 하늘을 매일매일 보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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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영 얘기도 하고 싶고, 수영복 입은 간지나는 사진도 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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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게임에 비추어보는 a와 나의 관계 얘기, 누군가는 나보다 먼저 내가 바라는대로 살고 있구나란 부러움, 지난 날을 그리워했는데 지금도 언젠가는 지난 날이겠구나란 생각, 아치 혼자만 자신을 페셔니스트라고 믿은 사연, a가 얘기해준 나무와 벌레의 비유를 통해 보는 욕망과 기회비용 등등을 얘기하고 싶지만 지금으로도 페이퍼가 너무 길어져버렸다. 허나 욕심은 여기서 끝나지 않아 서재의 온갖 기능을 다 해보인 이번 페이퍼는 바로 바로 다음 사진으로 끝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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