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깐죽씨 생일. 목젖(Ch 별명으로 낙점, 뽀님 영향이 컸다.)씨에게 키를 받아 케잌을 사러 나갔다. 빵집에 도착해 케잌을 고르며 아주머니께 상자 깨끗이 쓰고 갖다 드려도 되냐고 여쭸다. 아주머니는 웃으면서 요새는 그렇게 하는 분들이 많다며 어떤 분은 쓰레기 나오는거 싫다며 접시를 가져오기도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듣는데 왜 그렇게 삐죽거리며 웃음이 나오는지. 나도 나중에 접시 가지고 다닐까란 앙큼한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안다. 접시를 갖고 다니려면 집과 아주 가까운 곳에 빵집이 있어야 하고, 그게 아니라면 차라도 끌고 다녀야한다. 자전거로는 엄두도 안 나고 먼 길을 접시에 담긴 케잌을 갖고 다니면 주위에서 그렇게까지 유난을 떨어야하냐는 추궁을 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비닐을 안 쓴다며 야채를 장바구니에 몰아서 넣느라 집에 가져와 한참동안 더 손질하는건 일도 아니게 된다. 좀 의욕하자면, 포장지 안 쓴다며 물건 사고 계산할 때 포장 벗기는걸 설명해야하는건 더더욱 일도 아니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재미있다. 나만, 유난 떠는게 아니잖아.
아주머니는 상자 가져오면 앙꼬빵을 준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좀 더 신이 나서 히죽거리며 계산을 했다. 막 나오려고 하는데 아주머니가 봉지에 빵 몇 개를 넣어서 먹어보라며 덤으로 건네주시는거다. 공짜라 좋은게 아니라, 덤이라 좋은 빵을 아주 반갑게 받으며 잘 먹겠다고 인사를 했다. 빵집을 나오며 나는 이제부터 동네 빵집들에 충성하겠다고 다짐해봤다.
사람들이랑 빙 둘러앉아 케잌을 먹었다.
블루베리 쉬폰 케잌을 몇 번이고 사본 프랜차이즈 빵집에선 한번도 맛보지 못한 맛이었다. 같은 빵집에서 기본급도 안 되는 돈을 받으며 한번도 앉지 못하고 6시간을 서서 일하며 간식이랍시고 준 식어버린 빵을 먹을 때는 정녕 알지 못했던 맛이었다.
바로 요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