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리는 아직 멀쩡하다.
J씨가 자리를 옮겼다. 사장실에서 좀 더 가까워져 결제 맡기 편하겠다고 하자,
- 편하게 까려고 나 여기 갖다놓은거야.
한다.
J씨가 팀장이 돼서 축하한대니까.
- 빨리 들어와서 팀장 된거야.
하고,
새로운 제품이 보이길래
- 이 제품 새로 만든거에요?
라고 묻자,
- 몰라, 사장이 사온건지, 만든건지
라며 툴툴댄다.
그 사이, 우리 참견맨. 제품 사진을 찍으면서 아무도 물어보지 않고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 이거 혼날까봐 찍어놓는거야. 가만 있잖아. 그럼 나중에 혼나.
한다. 어쩌라고!
처음, 특히 이틀 전에 미친 듯 농땡을 핀 후에 회식이 있었고, 회식을 하면서 사장님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유한킴벌리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회사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얘기했다. 문득 잘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시간을 보내는거라면, 다른 누군가가 끌어야만 움직여야하는거라면 내가 의욕적으로 일을 하고, 좀 더 잘하는건 어떨까. 다들 그렇게 하고 있다고, 역시 뒷북이라고 하면 쓰윽 웃으면서 안 들리는척 할거다.
아무것도 열심히 해본적이 없다. 이 회사에 뼈를 묻는다거나 성공해야겠다는건 아직 모르겠다. 난 그저 이면지 활용하길 원하고 전기세를 공용으로 사용한다고 에어컨을 막 틀자는 것에 반대하며 내가 보내는 시간이 좀 더 재미있거나 의미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을 뿐이다. 그런 생각이 어줍잖거나 뜬금없다고 배척당하는게 아니라 '너 알아서 해봐라'정도의 허용도 괜찮고. 내가 내 바로 윗사람을 배제하는건 아닌지, 이건 그저 의욕에 지나지않는건 아닌지 등등을 고민하자 친구가 말해줬다.
- 제대로 해보고나 말해.
제대로, 잘 하고 싶다. 앞으로는 밥 먹고 저렇게 쓰러지듯 자진 못하겠지만, 이게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Arch, 잘 할 수 있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