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아동학대를 참회하며 민에게 아부를 떨고, 오빠 오빠라고 부르며 아기처럼 굴었다. 민은 참 별일 다 보겠다는 표정이었지만 오빠란 소리에 몸을 배배 꼬며 웃었다. 물론 나 오빠 아닌데! 너는 이모잖아 라며 정색을 하긴 했지만. 이젠 무안하지도 않아.

 그러고보니 지희에 비해 에너지가 많고, 호기심 가득한데다 뭐든지 저질러놓고 보는 민을 그동안 너무 타박만 한게 아닌가란 자책이 들었다. 첫째 조카에게 프로그래밍된 뇌를 후벼서 민과 옥찌 사이의 타협점을 찾아봐야겠다.

 오늘은 우리 옥찌들이 포도 농장으로 견학을 갔다.

엄마가 아이들 소풍 간다는 소리를 들으시곤 하신 말씀이

-너네 그럼 포도 좀 사와야지.

 민이는 뭔가 이상한지 웃고, 지희는 왜 아이들이 포도를 사올 수 없는지를 할머니께 설명 했다.  엄마는 농담이란 소리도 안 하시고 손녀가 하는 말을 끝까지 들은 다음 다시 포도 사오라며 몇 백원을 쥐어주셨다. 엄마의 능청 혹은 말실수 페이퍼를 올리고 싶은데 엄마 망신시키는게 아닐까 싶어 계속 심사숙고 중이다.

 소풍 다녀온 민의 손에 못보던 장난감이 있어서 어디서 났냐고 물었다.

-어, 친구가 줬어.

-그래? 누가?

-어, 친구가 지민이 사탕 에,(혀를 낼롬 내밀고) 먹고선 줬어.

-강아지처럼?

-응, 에

 에~ 하는 폼이 귀여워 웃고 있는데  엄마가 민이가 거짓말 하는 것 같단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고보니 뭔가 좀 안 맞는 것 같기도 했다. 한창 거짓말하기 시작하는 민. 이게 거짓말이래도 귀엽기만 했다. 그러고보니 귀엽다며 거짓말을 쉽게 간과하는 것 같기도 하다. 대체 이럴땐 어떻게 해야하나요, 묻고 싶어지다가 거짓말을 하는 어른을 난 어떻게 대하는지 생각해봤다. 포기? 체념? 알아서 자의적으로 판단해버리기. 기타 등등. 사실 대부분 눈치 못챈다. 그나저나 동등한 인격체로 가는 길은 참 쉽지 않다.

 목욕을 하면서 옥찌에게 엄마 얘기를 했다. 아침에 엄마가(옥찌 엄마!)김밥을 싸면서 이모한테 아이들 김밥 하나하나마다 깨를 뿌려주라고 했는데 뭐든 대충 해버리는 탓에 슥슥 뿌렸더니 버럭 화를 내서 무안하기도 하고 속상했다는 요지의 말이었다. 옥찌는 다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가 잘못했다고 말해줬다.

-왜?

-그러니깐 깨를 예쁘게 잘 뿌리면 보기 좋지?

-그렇기야 하지.

-그런데 슥슥 뿌렸잖아.

-이모가 원래 뭐든 좀 그렇잖아.

-나도 김밥에 깨가 예쁘게 있는게 좋아.

-그치만 엄마가 버럭 화내는건 좀 그렇잖아.

-그렇네. 그럼 이모랑 엄마랑 둘 다 잘못했어. 그런데 감자탕 먹으려면 얼마 정도 들어?

-감자탕 먹게? 누구랑?

-응, 김지수랑. 토요일날 가기로 했어.

-좀 매울텐데. 그리고 옥찌가 용돈 많이 모아야할텐데. 100원짜리론 250개 정도? 천원짜리 알지? 그걸론 25개.

-그럼 생과일 샤베트 먹어야겠다.

-그건 또 뭐야?

-그런게 있어. 이모는 모르는구나.

 요즘 나는 옥찌들에게 자꾸 혼나고 배우고 자극받고 자극을 볼모로 나날이 쑥쑥 자란다. 옥찌들의 육아일기가 아니라 다 큰 어른 일기가 더 어울릴 정도로.

 이렇게만 쓰자니 서운하다. 민을 편애하는 웬디양님의 팬심을 위한 막간 민쑈라도^^* 

  제목 : 변신의 제왕


액션가면이 아닌 파워레인저로 변신. 민인 며칠 동안 누나와 이모를 소외시키고 파워레인저만 사랑했다.



생리대 케이스를 이용한 깡통 로봇 변신. 박스를 통통치면 마구 웃어서 자꾸 건드려봤다. 이거 좀 민망한건가요? 처음에 쓸때는 거시기 박스 어쩌고 하려다 뭐 어때서란 심보가 발동.


일부러 그러는게 아닌데 자꾸 민 속살이. 므흣한 민.



멋쟁이 민. 한참을 이렇게 쓰냐 저렇게 쓰냐 하더니 한참동안 세상이 파랗다며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마법 천자문 게임기를 선물 받았는데 소리 나는거 말고는 갖고 놀 수 없다며 낙담해서. 보호본능 끌어당기는 민.

 하루라도 알라딘에 안 하면 손이 저리고, 페이퍼를 너무 짧게 써버리면 괜히 미안하고, 아이디어가 안 떠오르면 뭐라도 타이핑해서 올리고 싶고, 리뷰를 올려야 돼, 옥찌들 페이퍼는 조금만 하고 부지런히 리뷰를 올려야 돼. 이게 몇달 됐더라?

 비밀이 하나 더 생겼는데

난 아마 오랫동안 어쩌면 함부로 장담컨대 평생 알라딘에서 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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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da 2008-09-04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생리대 케이스 넘 웃겨요. 설마 저 비닐 얼굴로 뚫고 나온 건 아니겠죠? 김득구 선수 같은 표정 하며...큭큭.

그나저나 옥찌 나이에 감자탕 맛을 알다니, 충격적이에요. 소주 안주로 그만이라는 사실까지 알고 있는 건 아니길요.ㅋ 옥찌가 좀 어른스럽나 봐요.

웽스북스 2008-09-04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우리 민이가 섹시하기까지 하다니...!!!!
제목 보자마자 시니에님이 나의 팬심을 자극하는군, 이라고 딱 토씨도 안빼놓고 이렇게 생각했는데
그말이 써있다니, 어후 놀라움. ㅋㅋ

hnine 2008-09-05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마지막 사진. 끌어안아주고 싶은 사진이네요.

Arch 2008-09-05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님^^ 왜 아니겠어요. 나름 성실한 분해 후 조립은 남몰라라주의자인데요. 제 짧은 소견으론 먹어본게 아니라 간판이 화려하니까 친구랑 가자고 한 것 같은데요. 언제 그 맛 좀 같이 보면 안 될까. 요새 자꾸 앵기려 드네^^/ 웬디양님 주파수를 너무 저한테 맞추지 마세요. 저 살짝 멍석 깔아주고 싶잖아요. 이힛!/ hnine님 히~ 그런가요? 역시 사진 컨셉이 주효했네요.

무스탕 2008-09-05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리대 케이스에 내민 얼굴을 보면서 노래 한구절이 생각났어요.
테레비전에 내가 나온다면 정말 조켔네 정말 조켔네~~~ ^^;
민이가 알라디너 여럿 넘기네요. 저도 꼬로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