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당신은 어떤 종류의 책을 가장 좋아하세요? 선호하는 장르가 있다면 적어주세요. 
 

사람들 얘기가 깊게 담겨있는 책을 좋아한다. 세례라자드가 천일동안 해주는 이야기보다 왕과 그녀는 어떻게 이야기를 이어나갈까, 이야기 속 사람들은 어땠을가가 더 궁금했으니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한권만으로도 벅차지만 읽을수록 프루스트란 사람이 얼마나 사람들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특징의 요소요소를 얼마나 잘 잡아냈는지 보인다. 보통의 소설도 그런 면에선 탁월하다.

 

 

2. 올여름 피서지에서 읽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방콕으로 갈 경우, 따뜻한 정종과 함께 침대와 책, 여행의 기술을.

 

 

 이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방송작가와 칼럼니스트의 입담으로 여행이 한결 재미있어질 듯.

 

 

3.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인가요? 혹은 최근에 가장 눈에 띄는 작가는?

 알라디너들이 사랑하는 김연수씨와 카뮈. 마루야마 겐지. 아베 코보. 폴 오스터. 이스마일 카다레. 밤새도록 말할 수 있다. '가장'이란 수사가 걸리긴 하지만. 역시 최근이라고 하자니 몇몇 분들이 걸리고, 그렇다고 먼 곳에 있는 분들을 '최근'으로 얽어매기도 뭐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중혁씨가 보인다. 이분, 허투로 뱉는듯 쏟아내는 유머가 보통이 아니다.
 

 

4. 소설 속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이유와 함께 적어주세요.


 

개선문에서의 조앙. 삶에 열정을 갖고 살아가는 방식과 부유하는 이미지가 좋다. 라빅의 시선을 거치긴 했지만 그녀가 빛을 발하는 순간을 표현한 문장도 정말 근사하다.

 

5. 소설 속 등장인물 중에서 자신과 가장 비슷하다고 느낀 인물 / 소설 속 등장인물 중 이상형이라고 생각되는 인물이 있었다면 적어주세요.

1984 조지오웰-178p

-이봐요. 당신과 관계한 남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나는 당신을 더욱 사랑할거예요. 내 말 이해하겠어요?

-네. 이해해요.

-나는 순결도 증오하고, 선도 증오해요. 어떤 곳에도 도덕이니 덕성이니 하는 것들이 존재하길 바라지 않아요. 나는 모든 사람들이 뼛속까지 썩기를 원해요.

                       -그럼 저 같은 여자가 당신에게는 꼭 맞겠군요. 저는 뼛속까지 썩었어요.


 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에서 달. 마루야마 겐지의 분신이면서 사납고 거친 캐릭터. 위악의 껍데기가 벗겨지면 앙상한 달의 뒷표면이 보일지라도 달은 계속 뒤를 쫓는다.

 

 

 

 어떻게 당신을 잊을 수 있겠어.

 

 

 

 

6. 당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은?
 

 장영희 교수의 내 생애 단 한번. 읽는내내 그리고 읽고나서도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드는 구절이 많았다. 선물을 받는 사람도 아마 책장을 넘기다 한번씩 크게 숨을 쉴때가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7. 특정 유명인사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누구에게 어떤 책을 읽히고 싶은가요?


 

 무난하게 대통령에게 주고 싶지만 아마 잠은 없어도 책도 안 읽을 듯 싶으니.

 김훈씨에게 이 책을 주고 싶다. 그가 어떤 문체를 가졌고, 어떤 사회 활동을 했느냐 여부를 떠나 그 자신의 알을 깨고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심수봉 노래 가사 같은 처량미가 좋다는건 정말 아니지 않은가. 

 

8. 작품성과 무관하게 재미면에서 만점을 주고 싶었던 책은?

 로알드 달의 맛

호어스트의 느낌으로 아는 것들

여자, 전화. 숨김없이 웃긴다.

 


9. 최근 읽은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다면 적어주세요.

토스카나, 달콤한 내 인생-286 해변을 가득 채운 건강한 태양 숭배자들과 달리 우리는 잠시 바람을 쐬기 위해 정형외과 병동에서 도망쳐 나온 환자들처럼 보였다.

장정일의 독서일기 1-25p- 하루키의 주인공은 문화적 기호를 포식하는 것으로 도시적 삶의 불안과 청춘의 허기를 달래지만 할부<기호>가 조작되는 고도자본주의 사회가 그들의 냉소와 허무를 가중한다. 하루키의 '안티모드 반유형'은 고도 자본주의의 조작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안쓰러운 몸부림이자, 이미 그것에 침윤된바 있는 자의 추억이다.

김연수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씹으면 첫사랑의 쓰라림을 느낄 수 있다는 라일락 꽃이야. 어디 한번 맛볼테야.' 그러면 정민은 " 잘못했어. 내가 이 나무에 매달린 꽃들 다 씹어먹으면 용서해줄거야?"

개선문 235 조앙- 저는 사랑에 콕콕 찔려 구멍이 송송 났어요. 사랑 때문에 전 아주 훤히, 제 속이 들여다보이게 됐어요. 너무 당신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제 마음이 부풀어 올라와요.
 

10. 당신에게 '인생의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유와 함께 적어주세요.

 
 인생의 책이라고 하니까 좀 거창하지만.

책 읽는 즐거움을 특히나 소설의 맛에 빠져드는걸 신경숙의 외딴방에서 시작했다. 세, 완의 깊은 슬픔과 그녀가 잡아내는 찰나의 슬픔과 아름다움과 기억, 살갗을 타오르게 하는 기억들로 설레고 감탄하다 그만 죽을 상을 짓고 다녔다. 이 사람은 기억이 자원인데 난 술때문에 죽은 뇌세포들 때문에 어제 일도 기억이 안 나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소설이, 그녀가 만들어내는 풍경이 너무 좋았다. 그녀를 탐닉하다 바이올렛에서 엎어지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나의 처음'으로만 인상깊을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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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7-24 0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로알드 달의 '맛' 내가 읽은 최고의 반전소설이었죠~ ^^

Arch 2008-07-24 18:42   좋아요 0 | URL
모든 단편이 다 그랬지만 그, 사막.은 최고였어요.

웽스북스 2008-07-24 19:24   좋아요 0 | URL
어후~ 그 사막! ㅋㅋㅋ

Arch 2008-07-24 20:26   좋아요 0 | URL
어후, 그 막... 사막을 기억하시는구나. 전 온몸에 소름이 쫘악! 대체 어디서, 이런 부비드랩을 난 왜 놓쳤을까.

비로그인 2008-07-24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옮겨 적으신 김연수님의 문장들을 보고 큭큭 웃었네요. ~테야,라니. 하하.

김훈님께 그 책을 보내드리고 싶으신 거군요. 음... 저라면 그 책 대신 토니 모리슨의 책을 보낼 것 같아요.
Beloved나, The Bluest Eye 같은 거요. 소설가는 소설로 설득하지 않으면.

정희진님의 책은, 스무 살 딱 그 무렵에 읽어야 알맞는데... 그래야 빨리 정신차릴 수 있는데 말이지요.

Arch 2008-07-25 11:19   좋아요 0 | URL
저도 큭큭, 소설 속에 김연수씨가 들어있는 것 같아 혼자 청춘의 문장들의 느낌을 떠올렸지 뭐에요.
김훈씨는 소설가 전에 기자였고, 기자였는데도 그러셔서. 알스님이 말씀하신 책은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분명 권해주고 싶을만한게 아닐런지 싶어요.
정희진 선생님. 스무 살 이후라도 퍼뜩 읽어야 된단 생각이 들죠. 내 댓글 너무 재미없다.ㅡ,.ㅜ

nada 2008-07-25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햐, 세상엔 멋진 책이 정말 많아요.
1984년에 저렇게 정신 번쩍 나는 구절이 있는 줄 몰랐어요.
뼛속까지 썩고 싶네요. -.-

Arch 2008-07-25 21:58   좋아요 0 | URL
제가 저렇게 정신 몽롱해지는 구절을 좋아하는지라.^^ 몇개 더 올려야하나, 손이 근질근질.

다락방 2009-07-01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에 땡스투를 했어요. 무얼 사면서 했을까요? 후훗

Arch 2009-07-02 13:15   좋아요 0 | URL
그러게 뭘까요? 몇천년만의 땡스투군요^^ 후후

다락방 2011-04-05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투 또 했지롱요~ 2011년 4월5일, 식목일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