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현의 러브레터 300회 특집 1회는 여러모로 실망스러웠다. 보기좋은 음식을 만들어놓아 시각적인 자극으로 식욕은 최고로 달리는데  정작 중요한 음식 맛은 별로여서 '식욕이 반찬' 을 몸소 시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의 아이러니를 보여줬다. 특집 전반엔 의욕만 앞서는 연출과 가수들의 기량을 깎아먹는 선곡이 돋보였다. 간만에 티비로 보는 라이브에 한껏 기대감을 갖고 있었는데 이만저만 실망이 아니다. 마치 설날 대목용 짜집기 조잡 기획의 면모를 고루 갖춘 듯 했다. '뜻하지 않게' 공연은 대체 왜 결성된건지 의심이 들만큼 내지르기 위주고 초대된 가수들은 대체 왜 저 가수들이 저런 노래를 부르나 싶은 답답함에 불만은 극에 달했다. 저들에게 맞는, 그들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와 노래가 아니라 그저 양으로 시간 때우는건 아닐까란 생각까지 들게했다. 대충의 이름있는 가수들이 나오면 먹고 들어간다고 생각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인의 목소리는 정말 멋졌다. 코러스로 짧은 분량 나오는데도 한참이나 여운이 남았으니까.

 여하튼, 조금 보다가 그만 시큰둥해선 스킵해서 프로그램을 보고있는데 노랑색 조명이 켜지면서 마술처럼 그녀가 나왔다.

 들판에서 뛰어다니다 잠시 노래를 하기 위해 방송국에 들른 것처럼 하늘거리는 옷에 귀여운 화환의 그녀. 그녀가 몸을 살짝살짝 흔들며 노래를 시작했다. 평소에 윤도현을 좋아했지만, 이건 딸려도 너무 딸렸다. 음악에 빠져서 미소짓고, 춤추는 그녀에 비해 웬지 촌스러운 반바지 보이.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의 주제곡 ‘Way back into love’는 김윤아가 5.5 앨범에서 부른 Girl, You'll be a woman soon만큼이나 사랑스러웠다. 혀짧은 가수들의 딸각거리는 느낌이나 앤디의 하트춤과는 비교도 안 된다. 노래가 좋고말고를 떠나 그건 온전히 '김윤아'라는 존재가 발하는 힘이었다.

 어떤 사람은 김윤아만큼 영혼에 가까이 다가가는 자의식을 가진 가수는 드물다고 했다. (알라디너 중 한분이 그런것 같은데, 기억이) 나 역시 그녀가 노래처럼 흔들리는 모습에 눈이 부셨다. 매혹당하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그녀는 수줍게 보여줬다. 강하고, 에너지 넘치는 무대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감동은 기대나, 공간, 대상과는 상관없이 존재한다. 김윤아는 일상의 살을 째고 틈입한 강하고 선명한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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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6-16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윤아가 나온 건 지난 주 금요일인가요? 성시경과 알렉스가 듀엣곡 부르는 것 보다가 잠들었어요. 김윤아를 못 본 것은 못내 아쉽네요. 마지막 줄 감상이 인상적이에요. 시니에님은 문학소녀인가봐요!

조선인 2008-06-16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윤아를 코앞에서 만나놓고도 떠난 뒤에야 알았다지요. 얼굴치인 제가 원망스러워요. 엉엉

라주미힌 2008-06-16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김윤아~~~ 새 앨범 나왔나요?

다락방 2008-06-16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제게 '일상의 살을 째고 틈입한 강하고 선명한 감동'은 무엇인지 혹은 누구인지 궁금해지는 오후예요. 이 글 좋은데요!

Arch 2008-06-16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아니요, 지지난주요. 문학소녀라.. 생긴건 문학이모잖아요.^^//조선인님 전 자꾸 조선인님의 풍선만 생각나서.^^ 저도 얼굴치인걸요. 대신 잘생긴 얼굴은 크흡 유독 기억 잘하는 선택적인 얼굴치.//라주미힌님 네. 7집 나왔어요.//다락방님 반가워요. 언제쯤 들르시나 호시탐탐^^ 감사해요. 다락방님이 저도 좋은데요!

웽스북스 2008-06-16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저도 김윤아 좋아해요 사람들은 노래방 가면 일탈이나 매직 카펫라이드를 부르는데, 저는 사랑, 지나고나면 아무것도 아닐 그 마음의 사치나 야상곡 같은 걸 불러서 눈치를 받곤 하지만 말이죠 ㅎㅎ

순오기 2008-06-16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시니에님, 광주 후기가 아니잖아요.흐흐흑~~~~ 기다리고 있어요. 님이 찍은 그 사진들도... ^^

Arch 2008-06-16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저도 그 노래 좋아하는걸요.// 순오기님 아...제가 어찌 후기를 올린답니까. 쟁쟁한 후기들 사이에 명함도 못내밀텐데. 으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