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w 오른쪽 두뇌로 그림그리기 워크북
베티 에드워즈 지음, 강은엽 옮김 / 나무숲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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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지금까지 본 여러가지 그림그리는 방법에 관한 책중 (꽤 여러권의 책을 보면서 삽질을 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ㅜㅜ) 혼자서 공부하기에 가장 적당한 책인듯 합니다. 아, 전문적으로 그림 그리는 교육을 받아본 적은 없지만 무작정 그림을 그려보고 싶은 저같은 사람을 기준으로 할때요.

앞부분에 왜 오른쪽 두뇌로 그림을 그려야 하는지 설명이 나오는데 조금 지루하게 느껴져도 한번 쭉 읽어보고 나오는 과제를 하나하나 끈기를 가지고 해보면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표현하는데 어느정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거예요. 물론, 꾸준히 그림을 그려본다는 것이 전제가 되겠지만요.

머리에 이미 각인되어 있는 대상에 대한 기억이나 지식이 아니라 실제 내 눈이 보는대로 손으로 그리는 것. 책 초반부에는 이런 방법에 대한 훈련이 있구요. 여백을 보고 그리는 방법이나 거꾸로 그려보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는데 저에게는 이 부분이 무척 도움이 되었어요. 형태를 표현하는 것에 자신이 없었는데 이런 방법을 통해 많이 달라졌거든요.

책에 보면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은채 일단 그림을 하나 그려보라고 하는데 그 그림을 꼭 보관해두세요. 앞으로 그리게 되는 그림들과 비교해보면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대단한 촉매제가 되어주니깐요.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그리고 있는 것이 아무리 개떡 같은 그림이라 할지라도 시작한 이상 끝까지 그려볼 것. 아니다 싶어 도중에 그만두고 다시 그리거나 그냥 넘어가 버리거나... 이런 과정만 반복하게 되면 실력이 늘지가 않아요. 한번 시작한 그림은 죽이되든 밥이 되든 끝장을 보는 것이 잘 그리는 것 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 사실 저도 이게 제일 어려워요.ㅜㅜ

같은 저자가 쓴 눈으로보고 눈으로그리기란 책도 있는데, 이 책의 2부 같은 성격으로 핵심내용은 비슷하나 선의 느낌을 이해하고 자신의 선에 자신감을 가지는데 도움이 많이 되는 책입니다. 개정판은 오른쪽 두뇌로 그림그리기만 나왔네요. 저는 처음에 크로바에서 나왔던 책을 보았거든요.

우리나라의 미술교육이 입시교육뿐 아니라 보통 학교에서의 교육도 무척 경직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모두가 화가나 디자이너가 될 것이 아니라면 아니, 전문인이 될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초, 중, 고에서의 그림 교육은 자신의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해보는 경험과 다른 이의 그림을 보고 이해해보는 연습이 위주가 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책을 보면서 조금더 재미있는 미술 시간이 될 수 있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많이 들더군요.

좋은 선생님한테 배우면서 주변에 같이 그림그리는 사람이 있어서 남이 그림 그리는 것도 보고 서로의 그림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가장 좋겠지만 지금 당장은 그럴 여건이 안되고, 혼자서라도 어떻게 시작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 좋은 출발점이 되어 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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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가의 술 12 - 완결
오제 아키라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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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가의 술 1부는 주인공 나츠코가 오빠의 뒤를 이어 다츠니시키라는 환상의 쌀로 최고의 음양주를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음양주라 함은 일본 전통주로써 쌀을 60% 이상 정미해서 저온장기 발효 시켜 만드는 술로써 독특한 과실향이 나는 술이라고 합니다.

나츠코는 도쿄의 광고 대행사에서 일하고 있는 카피라이터였습니다. 집안의 대를 이어 술 만드는 일을 하던 오빠가 일찍 죽게 되는 일을 계기로 고향으로 돌아와 자신이 직접 술 만드는 일을 하게 되죠. 오빠는 죽기전에 다츠니시키라는 환상의 쌀로 음양주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오빠는 오직 12줄기 1350알의 다츠니시키 볍씨만 남기고 죽게 되죠.

같이 이 만화를 본 주변 사람들과 우스개소리로 명가의 술이 아니라 명가의 쌀이라고 제목을 바꿔야 한다고 할 정도로 쌀과 농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오빠가 남기고 간 이 다츠니시키라는 쌀이 술 만드는데 환상의 쌀이기는 하지만 키우기가 무지 까다로운 쌀이거든요. 오직 유기농업으로 제대로 키워야만 하는.

전통주의 재료가 쌀과 물이다 보니 근본이 되는 쌀에 대한 이야기가 중요할 수 밖에요. 게다가 이미 농업이라는 것이 화학비료, 농약과 기계를 이용하지 않고는 말이 안되는 상황이니 다츠니시키를 제대로 재배하기 위해 유기농업을 시도하는 것은 여러모로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지요. 다츠니시키 재배회를 만들고 지역에서 농약 공중살포를 중지시키고 진정 유기농업으로 다츠니시키를 재배하려는 나츠코의 노력은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줍니다. 유기농법, 무농약... 그거 막연히 좋은거 아닌가.. 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이 만화를 보면서 지금 현실에서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농업이라는 것이 돌아가야 할 곳도 어렴풋이 느끼게 되었구요....

나츠코의 어려움은 제대로 다츠니시키를 재배해내는 것만이 아닙니다. 전통주의 방식이 아니라 과량의 알코올을 첨가하고 대량생산해내는 술들과의 경쟁. 그리고 힘들게 재배한 다츠니시키로 제대로 된 술을 만들어 내는 것. 멋모르고 의지에 불타 술 만들기에 뛰어든 나츠코가 주변의 여러 어려움들을 하나씩 극복해가면서 결국 새로운 술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정말 감동적입니다. ㅠㅠ 나츠코 뿐 아니라 쿠사카베, 고다 씨,야마다 공장장, 사에코, 진기치 등등 주변의 등장인물들도 매력적이구요.

누룩을 만드는 과정이나 술을 발효시키는 과정등 음양주 빚는 과정에 대한 세세한 묘사와 술에 대한 설명 등 만화를 꽉 채우고 있는 드라마 못지 않게 정보도 장난이 아니죠. 지금까지 세번을 읽었는데 읽을 때 마다 감동받고 있습니다. ;;;

1부 마지막쯤에 보면 오리를 논에 풀어놓고 벌레 잡아먹게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유기농법으로 벼를 재배하는 곳 중에 오리농법을 쓰는 곳이 있다고 하더군요. 한번 견학을 가보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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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모든 기록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 간디서원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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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전투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칠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책을 찾던중 발견한 것이 이 책입니다. 칠레라는 단어하나에 가슴이 두근거려 바로 구입을 해버렸죠.

이 책은 칠레전투 이후의 시기, 그러니까 피노체트가 유혈 쿠데타로 정권은 잡은 후 군부독재를 펼치던 시기의 이야기입니다. 쿠데타 이후 칠레에서 영구 추방당한 영화 감독 미겔 리틴이 1985년 칠레에 몰래 잠입해 군부독재의 현실을 촬영한 6주간의 기록이구요. 글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미겔 리틴과의 인터뷰를 재구성해서 집필했습니다.

아옌데 정권이 무너지는 현장을 직접 경험했던 미겔 리틴은 죽음을 각오하고 자신에게 금지된 조국으로 들어가 12년 동안 계속된 군부 독재 치하의 칠레 현실에 대한 비밀 다큐멘터리를 촬영합니다. 칠레에 들어가기 까지의 과정 그리고 칠레에서의 촬영은 왠만한 첩보전을 방불케하죠.

그는 칠레에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면서 암울한 칠레의 상황뿐만 아니라, 현실에 저항하는 세력들의 모습과, 과거를 기억하며 혹은 새로운 미래를 바라보며 희망을 버리지 않는 칠레 민중들의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칠레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아옌데와 네루다의 흔적도 빠뜨리지 않구요.

한 여자 아이는 아주 그럴듯하게 스텝을 밟으며 춤을 추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촬영하고 싶어 가장 적당한 배경을 정해놓고 여자 아이에게 다시 한 번 춤을 추어보라고 부탁했다. 내가 여자 아이의 춤추는 모습을 촬영하고 나자 여러 아이들이 내 주위를 둘러싸고 않더니 이렇게 말했다.

'우리 나라 미래의 모습을 한 장 찍어주세요.' --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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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방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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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꺼려지는 책. 주위 사람들이 좋은 책이라고 한번 읽어보라고 해도, 왠지 손이 가지 않는 책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신경숙의 책이 그런 것들 중 하나였지요.

언젠가 읽어봐야지 하면서도 선뜻 손이 안가서 미뤄오고 있었는데, 어느날 무작정 <외딴방>을 사버렸답니다. 책을 사고도 한참을 읽지 않다가 며칠전에 책을 펼쳤습니다. 그리고는 단숨에 다 읽어버렸지요.

책을 읽는 내내 편하지가 않았습니다. 저는 책에서 그려지고 있는 그 시대를 잘 알지 못합니다. 제가 태어났을 무렵의 그 때를 그냥 이야기로만 알고 있는 정도지요. 신경숙이 그렇게 아파하며 힘들게 써가고 있는 그 때의 이야기 때문에 제가 힘들었던 건 아닙니다. 물론 그 시대의 이야기가 많은 생각을 들게 한 건 사실이지만요.

저를 그렇게 불편하게 했던 것은, 작가가 책을 써나가면서 보여주고 있는 현재와 과거의 관계맺음 때문입니다.

'정면으로 쳐다볼 자신이 없어 얼른 뚜껑을 닫아버리며 나는 느꼈다. 내게는 그 때가 지나간 시간이 되지 못하고 있음을, 낙타의 혹처럼 나는 내 등에 그 시간들을 짊어지고 있음을, 오래도록, 어쩌면 나, 여기 머무는 동안 내내 그 시간들은 나의 현재일 것임을.(71쪽) '

그 시절, 그녀의 꿈은 글을 쓰는 것이었지요. 지금 그녀는 글을 쓰고 있지만, 그 때는 또한 현재에서 풀어야할 숙제처럼 남아 있는 것이었지요.

저는 지금, 그토록 방황하며 살아왔거만 아직도 방황하고 있는 나의 모습. 과거의 무수한 일들과 현재의 내가 정당화 되지 못하고 자꾸 몸서리쳐지는 지금. 자꾸 도망만 가려하고 있답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렇게 힘들었던 것은, 도망만 가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더욱더 처절하게 부딪쳐야 한다는 사실 때문이었지요.

'이름도 없이, 물질적인 풍요와는 아무런 연관도 없이, 그러나 열손가락을 움직여 끊임없이 물질을 만들어내야 했던 그들을 나는 이제야 내 친구들이라고 부른다. 그들이 나의 내부에 퍼뜨린 사회적 의지를 잊지 않으리. 나의 본질을 낳아준 어머니와 같이, 익명의 그들이 나의 내부의 한켠을 낳아주었음을....... 그래서 나 또한 나의 말을 통하여 그들의 의젓한 자리를 세상에 새로이 낳아주여야 함을....... (419p) '

어떤 확실한 결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읽는 내내 나를 괴롭힌 책이지만, 도망가지 않게 나의 마음을 다잡아준 책이라는 점에서 좋은 책이었다고 말해야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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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타이포그래피 혁명가 얀 치홀트 - 대화 03
김현미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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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디자인 하우스의 대화시리즈중 하나입니다. 글쓴이가 상대방과 마치 직접 대화를 하고 있는 것처럼 책을 써나간 것이지요. 이런 글 쓰기는, 조금더 쉽고 유연하게 대상 인물에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지만, 글쓴이를 통해 한번 걸러진 내용이라는 면에서 대상 인물의 사상을 온전하게 만나는 것만은 아니라는 한계점도 있겠지요. 글 쓰는 이의 사상과 인생관등이 반영될 수 밖에 없으니까요. 글 쓴 이의 입장에서 한번 걸러지고, 글을 읽는 나의 입장에서 또 한번 걸러지는 셈이지요.

그리고 이런 책의 경우, 짧은 책의 분량으로 한 사람의 생애와 사상 등을 조망하는 것이기에, 전체를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도 하지만, 이것은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하지요. 특히나 사전 지식이 없을 경우, 쏟아져 나오는 무수한 개념들을 이해하지 못해, 책 한장 넘기기가 어려울 수도 있죠.

자.. 이런 점들을 염두해 두고, 이제 본격적인 책 이야기를 해 볼까요.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인물은 '얀 치홀트'라는 사람입니다. '신 타이포그래피의 혁명가'라 불리울 정도로 타이포그래피에서 커다란 업적을 남긴 사람이지요. 현대의 타이포그래피, 편집 디자인에 이 사람이 남긴 성과는 실로 대단한 것이더군요. 그리고 인상 깊었던 점은, 그의 이러한 성과들이 자신이 살았던 시대속에서 민감하고 치열한 고민속에서 나왔다는 점이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러시아 혁명, 모더니즘, 히틀러의 집권 등 당시의 시대상황과 함께, 그 속에서 얀 치홀트가 표현하고자 했던 지점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책의 마지막에는 '시대와 호흡한 타이포그래피의 전파자'란 표현도 나오네요. 다음은 책의 마지막 문단입니다.

'타이포그래피와 레터링, 북 디자인의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 이로부터 출발하여 관련 분야인 회화, 사진 등 다른 조형의 장르에 수평 수직으로 미치는 관심과 이해, 이론을 뒷받침하는 두터운 실무경험과 기술적인 완벽함은, 그가 한 일과 그의 저서의 다양한 주제와 양이 증명해 준다.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이라는 일반적인 기준을 넘어서서 그는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를 일깨워 준다. 이는 '시대의식', '시대에 대한 책임'으로 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과 윤리를 생각하게 한다. 그는 시대를 호흡하는 법을 알려 주었다. 그는 일생동안 시대적 상황과 문제들에 민감했으며 그 요청들을 시대 언어로 해결할 방법을 모색했다. 그리고 동시대의 다른 분야의 동향에 관심을 늦추지 않았고, 자신이 이해한 것을 디자이너들에게 알리는 데 열심이었다.

그는 디자이너가 다수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업인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책임있는 디자인을 통해 인류를 교육하고 봉사하려 한 타고난 휴머니스트였다. 자신만의 진공적 세계에 갇여 있을 수 없고 시대와 호흡해서 그 시대의 문화를 창조해야 하는 디자이너들에게 그가 일생을 통해 보여 준 모습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할 수 없는 가치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분야에 인간으로서의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얀 치홀트의 일생은 모든 이들에게, 특히 디자이너들에게는 인상적이지 않을 수 없다.'

책의 앞부분은 글쓴이와 얀치홀트의 대화 방식으로 서술이 되어 있고, 뒷 부분은 작가탐색이라는 제목으로 얀치홀트의 일대기에 대한 간략한 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얀치홀트의 신 타이포그래피로 인한 변화들, 러시아 혁명이 당시 디자인에 끼친 영향, 바우하우스, 모더니즘... 이것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더 공부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부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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