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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방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12월
평점 :
왠지 꺼려지는 책. 주위 사람들이 좋은 책이라고 한번 읽어보라고 해도, 왠지 손이 가지 않는 책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신경숙의 책이 그런 것들 중 하나였지요.
언젠가 읽어봐야지 하면서도 선뜻 손이 안가서 미뤄오고 있었는데, 어느날 무작정 <외딴방>을 사버렸답니다. 책을 사고도 한참을 읽지 않다가 며칠전에 책을 펼쳤습니다. 그리고는 단숨에 다 읽어버렸지요.
책을 읽는 내내 편하지가 않았습니다. 저는 책에서 그려지고 있는 그 시대를 잘 알지 못합니다. 제가 태어났을 무렵의 그 때를 그냥 이야기로만 알고 있는 정도지요. 신경숙이 그렇게 아파하며 힘들게 써가고 있는 그 때의 이야기 때문에 제가 힘들었던 건 아닙니다. 물론 그 시대의 이야기가 많은 생각을 들게 한 건 사실이지만요.
저를 그렇게 불편하게 했던 것은, 작가가 책을 써나가면서 보여주고 있는 현재와 과거의 관계맺음 때문입니다.
'정면으로 쳐다볼 자신이 없어 얼른 뚜껑을 닫아버리며 나는 느꼈다. 내게는 그 때가 지나간 시간이 되지 못하고 있음을, 낙타의 혹처럼 나는 내 등에 그 시간들을 짊어지고 있음을, 오래도록, 어쩌면 나, 여기 머무는 동안 내내 그 시간들은 나의 현재일 것임을.(71쪽) '
그 시절, 그녀의 꿈은 글을 쓰는 것이었지요. 지금 그녀는 글을 쓰고 있지만, 그 때는 또한 현재에서 풀어야할 숙제처럼 남아 있는 것이었지요.
저는 지금, 그토록 방황하며 살아왔거만 아직도 방황하고 있는 나의 모습. 과거의 무수한 일들과 현재의 내가 정당화 되지 못하고 자꾸 몸서리쳐지는 지금. 자꾸 도망만 가려하고 있답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렇게 힘들었던 것은, 도망만 가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더욱더 처절하게 부딪쳐야 한다는 사실 때문이었지요.
'이름도 없이, 물질적인 풍요와는 아무런 연관도 없이, 그러나 열손가락을 움직여 끊임없이 물질을 만들어내야 했던 그들을 나는 이제야 내 친구들이라고 부른다. 그들이 나의 내부에 퍼뜨린 사회적 의지를 잊지 않으리. 나의 본질을 낳아준 어머니와 같이, 익명의 그들이 나의 내부의 한켠을 낳아주었음을....... 그래서 나 또한 나의 말을 통하여 그들의 의젓한 자리를 세상에 새로이 낳아주여야 함을....... (419p) '
어떤 확실한 결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읽는 내내 나를 괴롭힌 책이지만, 도망가지 않게 나의 마음을 다잡아준 책이라는 점에서 좋은 책이었다고 말해야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