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타이포그래피 혁명가 얀 치홀트 - 대화 03
김현미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00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디자인 하우스의 대화시리즈중 하나입니다. 글쓴이가 상대방과 마치 직접 대화를 하고 있는 것처럼 책을 써나간 것이지요. 이런 글 쓰기는, 조금더 쉽고 유연하게 대상 인물에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지만, 글쓴이를 통해 한번 걸러진 내용이라는 면에서 대상 인물의 사상을 온전하게 만나는 것만은 아니라는 한계점도 있겠지요. 글 쓰는 이의 사상과 인생관등이 반영될 수 밖에 없으니까요. 글 쓴 이의 입장에서 한번 걸러지고, 글을 읽는 나의 입장에서 또 한번 걸러지는 셈이지요.

그리고 이런 책의 경우, 짧은 책의 분량으로 한 사람의 생애와 사상 등을 조망하는 것이기에, 전체를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도 하지만, 이것은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하지요. 특히나 사전 지식이 없을 경우, 쏟아져 나오는 무수한 개념들을 이해하지 못해, 책 한장 넘기기가 어려울 수도 있죠.

자.. 이런 점들을 염두해 두고, 이제 본격적인 책 이야기를 해 볼까요.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인물은 '얀 치홀트'라는 사람입니다. '신 타이포그래피의 혁명가'라 불리울 정도로 타이포그래피에서 커다란 업적을 남긴 사람이지요. 현대의 타이포그래피, 편집 디자인에 이 사람이 남긴 성과는 실로 대단한 것이더군요. 그리고 인상 깊었던 점은, 그의 이러한 성과들이 자신이 살았던 시대속에서 민감하고 치열한 고민속에서 나왔다는 점이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러시아 혁명, 모더니즘, 히틀러의 집권 등 당시의 시대상황과 함께, 그 속에서 얀 치홀트가 표현하고자 했던 지점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책의 마지막에는 '시대와 호흡한 타이포그래피의 전파자'란 표현도 나오네요. 다음은 책의 마지막 문단입니다.

'타이포그래피와 레터링, 북 디자인의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 이로부터 출발하여 관련 분야인 회화, 사진 등 다른 조형의 장르에 수평 수직으로 미치는 관심과 이해, 이론을 뒷받침하는 두터운 실무경험과 기술적인 완벽함은, 그가 한 일과 그의 저서의 다양한 주제와 양이 증명해 준다.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이라는 일반적인 기준을 넘어서서 그는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를 일깨워 준다. 이는 '시대의식', '시대에 대한 책임'으로 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과 윤리를 생각하게 한다. 그는 시대를 호흡하는 법을 알려 주었다. 그는 일생동안 시대적 상황과 문제들에 민감했으며 그 요청들을 시대 언어로 해결할 방법을 모색했다. 그리고 동시대의 다른 분야의 동향에 관심을 늦추지 않았고, 자신이 이해한 것을 디자이너들에게 알리는 데 열심이었다.

그는 디자이너가 다수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업인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책임있는 디자인을 통해 인류를 교육하고 봉사하려 한 타고난 휴머니스트였다. 자신만의 진공적 세계에 갇여 있을 수 없고 시대와 호흡해서 그 시대의 문화를 창조해야 하는 디자이너들에게 그가 일생을 통해 보여 준 모습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할 수 없는 가치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분야에 인간으로서의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얀 치홀트의 일생은 모든 이들에게, 특히 디자이너들에게는 인상적이지 않을 수 없다.'

책의 앞부분은 글쓴이와 얀치홀트의 대화 방식으로 서술이 되어 있고, 뒷 부분은 작가탐색이라는 제목으로 얀치홀트의 일대기에 대한 간략한 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얀치홀트의 신 타이포그래피로 인한 변화들, 러시아 혁명이 당시 디자인에 끼친 영향, 바우하우스, 모더니즘... 이것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더 공부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부분들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