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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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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란, 재일 한국인 스기하라의 성장기. 이전의 재일 소설들이 무겁고 암울했다고 하는데 그건 안 읽어봐서 모르겠고, 이 이야기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으면서 유쾌하고 재미있다.

일제시대에 일본으로 가서, 여러이유로 일본에 남게된 재일 한국인들. 그리고 그들의 자녀. 게다가 이 나라가 두개의 나라로 나뉘는 바람에 그 안에서 그들도 두 부류로 나뉘게 된다. 북조선을 국적으로 하는 조총련과 한국을 국적으로 하는 민단.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두 가문처럼, 서로 원수지간이 되어버린 두 집단. 그리고 일본인들로부터의 차별. 하와이에 가기 위한 비자를 받기위해 국적을 바꾸겠다는 아버지로 인해, 북조선에서 한국으로 국적을 바꾸게되는 스기하라.

그런 환경속에서 스기하라의 인생이 편안할 리가 없다. 치고받고 고민하고 좌절하고 그런 속에서 사랑도 하고 이별도 하고 다시 만나기도 하고, 친구의 죽음도 경험하게 된다.

'내가 국적을 바꾼 것은 이제 더 이상 국가 같은 것에 새롭게 편입되거나 농락당하거나 구속당하고 싶지 않아서였어. 이제 더 이상 커다란 것에 귀속되어 있는 감각을 견디면서 살아가고 싶지 않아. 이젠 사양하겠어...... 하지만 말이지, 킴 베이싱어가 나한테 '있지 부탁이야, 국적 바꿔' 하고 부탁하면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 변경 신청을 할 거야. 나한테 국적이란 그런 거야. 모순이라고 생각하니?'

이러한 국적과 아이덴티티를 둘러싼 문제가 가장 큰 줄기를 이루지만, 스기하라와 정일간의 지적(?)인 교류. 스기하라와 사쿠라이가 연애를 하면서 보여주는 '멋있는 것 발굴하기' 등 성장기 소년에게 흡수되는 다양한 문화들을 훔쳐보는 것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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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3 20: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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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바그다드 - 7000년 수난과 저항의 역사
권삼윤 지음 / 꿈엔들(꿈&들)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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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말하듯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7000년 바그다드의 수난과 저항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과거 가장 큰 수난은 몽골의 침입이었고 (바그다드 시민중 80만명이 학살되었다고 한다.) 이제 미국과의 전쟁을 통해 그 역사가 되풀이 되고 있다.

비록 그 땅의 주인은 계속 바뀌었으나, 그 땅에서 피어올랐던 찬란한 문명의 흔적들이 침략과 전쟁속에 사라져가는 것을 지은이는 무엇보다 안타까워한다.

인류는 과연 문명의 시대를 살고 있고, 더 나은 미래로 가고 있는 것일까. 계속해서 반복되는 살육의 역사. 언제나 보여지는 패권을 가진자들의 오만함. 이 야만의 늪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

무관심, 생각하지 않음이 면죄부가 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상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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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그들은 누구인가
가토 히로시 지음, 남규형 외 옮김 / 고도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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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때 배운 세계사에서 이슬람을 대표하는 문구는 항상 '한 손에는 칼, 다른 손에는 코란'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문구는 실제 이슬람 세계의 강령이 아니라, 유럽인들이 이슬람 세계를 배척하기 위해 만들어낸 구호라고 하지요. 이처럼 우리가 이슬람을 보는 시각은 실제의 모습은 모른채, 한 다리 건너 있는 서구의 영향을 받아 왜곡되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일본인인 저자 가토 히로시는 자신이 살아온 사회를 비추는 거울로서 이슬람 세계를 바라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쉽게 단정하거나 결론 짓지 않고 열린 자세로 그들을 바라봅니다. 이슬람 세계의 사람들이라고 해서 오로지 '이슬람교'만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니며, 또 그것만으로 설명될 수도 없다는 전제 하에, 그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통해 이슬람 세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코란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그들이 따르는 말씀은 어떤 것이며, 하루에 예배를 몇 번 지내고.. 하는 이런 식의 전개가 아니라, 모스크의 분위기, 전통 시장의 모습, 상거래의 규칙, 가옥의 구조, 가족관계등 실제적으로 이슬람 사람들이 서로 관계맺고 살아가는 모습이 주가 됩니다. (아, 물론 기본적인 지식에 관련된 사항이 아예 없는 건 아니구요, 주요한 부분들은 '이슬람 속으로-'라는 책속의 책 형식으로 짧고 간략하게 정리를 하고 넘어갑니다.)

저자가 실제 이집트에서 연구를 하면서 직접 경험하고 조사한 일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쓴 글이라 어렵지 않고 흥미롭게 낯선 세계 - 이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그렇다고 아주 가벼운 것은 아니구요.)

책 속의 이야기들이 주로 작가가 생활했던 이집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이 책이 이슬람 세계로 우리를 초대해주는 초대장의 역할을 한다고 봤을 때 이것이 단점이 되지는 않는거 같군요. 그 초대를 받아들이고 더 깊은 관계를 만들어 가는 일은 이제 이 책을 읽은 독자의 몫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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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어도 없어도 3 - 완결
료 이케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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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거나 말거나 세상은 돌아가는데, 그다지 하고 싶은 일도 없고 나를 필요로 하는 이도 별로 없는 이 세상에 과연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무얼까라는 고민을 했던 적이 있다. 나하나쯤 없어진다고 세상에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닌데 과연 나의 존재가치는 무엇인지... 그런 고민을 하다가 내린 결론은, 나하나 없어진다고 큰일이 나지는 않지만 그렇게 필요없는 듯 보이는 개개인이 모두다 없어진다면 결국 이 세상이란 존재하지 못할테니 그것만으로 나의 존재가치는 충분하지 않은가라는 것이었다. 거대한 사건을 창조해내는 위인들 만으로 세상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란 말이지...

이 이야기의 주인공 또한 비슷한 고민을 한다. 고등학교를 나와 별로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는 백수로 지내면서 자신의 존재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어머니는 오빠에게 밖에 관심이 없고, 남자친구는 혼자있는 것이 싫어서라며 바람을 핀다. 특별하게 잘 하는 것도 없고 꼭 하고 싶은 것도 없고, 한번 일해보겠다라는 생각으로 취직한 레스토랑에서는 '당신한테는 맞지 않는 일인거 같다'고 쫓겨난다. 이러니 자신의 존재가 정말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질 수 밖에. 그러던 중 길거리를 지나다가 우연히, 현재 잘나가는 만화가이자 과거 그녀의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미키를 만나면서 그녀의 인생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데..........

보통 이런 이야기들은 주인공이 자신의 꿈을 발견해가는 과정이나 꿈을 성취해가는 과정, 그런 것에 초점을 둔다. 결국, 자신의 존재가치란 것은 꿈에 의해 결정되어 진다는 것이지. 그러나 여기서 작가는 이런 꿈보다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더 초점을 맞춘다. 자신의 꿈을 향해 청춘을 불싸르는 열혈 만화에 열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살아가기 위해 꿈이 강요되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오던 내게 이런 관점은 무척 반가운 것이었다.

기본적으로는 서로에게 힘이되고 의지가 되기도 하지만, 질투하고, 시기하고, 무시하고, 때론 비야냥 거리며 계속해서 서로를 괴롭히면서 그들은 조금씩 변화해나간다. 한차례 홍역을 치르고 조금 성숙해진 관계를 보여주는 등장인물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금은 자기자신에게 자신감을 갖게 되는 주인공.

자신의 존재 이유에 가장 큰 타격을 받지만, 결국은 혼자 걷는 법을 받아들이게 되는 주인공의 어머니 이야기가 조금만 더 자세하게 다루어졌었더라면 하는 아쉬움.... 그녀는 왜 그렇게 아들에게만 집착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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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02 0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색해도 괜찮아 1
권교정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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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동안 습기에 둘러싸여 눅눅해져버린 고교시절 앨범을 이제서야 정리했다. 아, 나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지.. 후후, 그땐 힘들었지만 그래두 나름대로 재미도 있었던거 같아..

사진을 정리하고 난 후 펼쳐든 책속에서 다시한번 그때를 떠올려보았다. 어라, 긍하의 모습. 어찌 내 고등학교 시절때랑 비슷하기도 한 것 같군. 물론 내 주변에는 강이나 현민이처럼 잘생긴 아이들은 없었지만 말이지. 남자라고는 유부남, 할아버지 밖에 없는 여자고등학교 였으니.... 옆에 있는 남자학교랑 이래저래 사건이 없지는 않았지만서도... 게다가 나는 긍하처럼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도 못 되고... (머야, 비슷한거 하나도 없잖아. -_-;;;)

상큼한 선남선녀들의 연애 이야기는 언제라도 가슴 콩닥콩닥 재미있지. (핑크빛 연애사건 하나 일으키지 못했던 암울했던 나의 고교시절이여.. ㅠㅠ)

그러나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정언이라는 캐릭터.

나이를 떠나 지금의 내가 가장 공감이 가는 인물이다. 정언은 아직도 찾고 있을까. 아름답지 않더라도 자기한테 꼭 맞는 그 무언가를... 그때는 금방 숨이라도 넘어갈듯 막막함을 느꼈었는데, 이제 어느정도 익숙해져버린 그런 감정. 나이에 비해 너무 쿨한 정언의 모습이 약간 얄밉기도 하지만, 자신의 감정에도 충실하고 하고 싶은 것도 명확한 긍하가 비현실적 인물로 느껴진다면, 오히려 외모로는 비현실적이지만, 그 내면에 있어서는 정언이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인물로 다가온다.

그리고, 강이와 긍하의 연애담보다도 긍하와 정언의 관계가 더 흥미롭고 재미있기도 했다.

격하게 폭발하거나 지나치게 꼬이지 않으면서, 담담하게 표현되는 인물들의 감정과 그림도 맘에 들고 정언과 긍하의 관계맺음도 마음에 들고.. <오후>에서 마담배리의 살롱을 보면서 호감을 가지고 있다가 이제서야 권교정님의 작품을 읽어보게 되었는데, 역시나... 앞으로 열렬한 팬이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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