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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해도 괜찮아 1
권교정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1년 2월
평점 :
절판
지난 여름동안 습기에 둘러싸여 눅눅해져버린 고교시절 앨범을 이제서야 정리했다. 아, 나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지.. 후후, 그땐 힘들었지만 그래두 나름대로 재미도 있었던거 같아..
사진을 정리하고 난 후 펼쳐든 책속에서 다시한번 그때를 떠올려보았다. 어라, 긍하의 모습. 어찌 내 고등학교 시절때랑 비슷하기도 한 것 같군. 물론 내 주변에는 강이나 현민이처럼 잘생긴 아이들은 없었지만 말이지. 남자라고는 유부남, 할아버지 밖에 없는 여자고등학교 였으니.... 옆에 있는 남자학교랑 이래저래 사건이 없지는 않았지만서도... 게다가 나는 긍하처럼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도 못 되고... (머야, 비슷한거 하나도 없잖아. -_-;;;)
상큼한 선남선녀들의 연애 이야기는 언제라도 가슴 콩닥콩닥 재미있지. (핑크빛 연애사건 하나 일으키지 못했던 암울했던 나의 고교시절이여.. ㅠㅠ)
그러나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정언이라는 캐릭터.
나이를 떠나 지금의 내가 가장 공감이 가는 인물이다. 정언은 아직도 찾고 있을까. 아름답지 않더라도 자기한테 꼭 맞는 그 무언가를... 그때는 금방 숨이라도 넘어갈듯 막막함을 느꼈었는데, 이제 어느정도 익숙해져버린 그런 감정. 나이에 비해 너무 쿨한 정언의 모습이 약간 얄밉기도 하지만, 자신의 감정에도 충실하고 하고 싶은 것도 명확한 긍하가 비현실적 인물로 느껴진다면, 오히려 외모로는 비현실적이지만, 그 내면에 있어서는 정언이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인물로 다가온다.
그리고, 강이와 긍하의 연애담보다도 긍하와 정언의 관계가 더 흥미롭고 재미있기도 했다.
격하게 폭발하거나 지나치게 꼬이지 않으면서, 담담하게 표현되는 인물들의 감정과 그림도 맘에 들고 정언과 긍하의 관계맺음도 마음에 들고.. <오후>에서 마담배리의 살롱을 보면서 호감을 가지고 있다가 이제서야 권교정님의 작품을 읽어보게 되었는데, 역시나... 앞으로 열렬한 팬이 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