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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어도 없어도 3 - 완결
료 이케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5월
평점 :
절판
내가 있거나 말거나 세상은 돌아가는데, 그다지 하고 싶은 일도 없고 나를 필요로 하는 이도 별로 없는 이 세상에 과연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무얼까라는 고민을 했던 적이 있다. 나하나쯤 없어진다고 세상에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닌데 과연 나의 존재가치는 무엇인지... 그런 고민을 하다가 내린 결론은, 나하나 없어진다고 큰일이 나지는 않지만 그렇게 필요없는 듯 보이는 개개인이 모두다 없어진다면 결국 이 세상이란 존재하지 못할테니 그것만으로 나의 존재가치는 충분하지 않은가라는 것이었다. 거대한 사건을 창조해내는 위인들 만으로 세상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란 말이지...
이 이야기의 주인공 또한 비슷한 고민을 한다. 고등학교를 나와 별로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는 백수로 지내면서 자신의 존재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어머니는 오빠에게 밖에 관심이 없고, 남자친구는 혼자있는 것이 싫어서라며 바람을 핀다. 특별하게 잘 하는 것도 없고 꼭 하고 싶은 것도 없고, 한번 일해보겠다라는 생각으로 취직한 레스토랑에서는 '당신한테는 맞지 않는 일인거 같다'고 쫓겨난다. 이러니 자신의 존재가 정말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질 수 밖에. 그러던 중 길거리를 지나다가 우연히, 현재 잘나가는 만화가이자 과거 그녀의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미키를 만나면서 그녀의 인생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데..........
보통 이런 이야기들은 주인공이 자신의 꿈을 발견해가는 과정이나 꿈을 성취해가는 과정, 그런 것에 초점을 둔다. 결국, 자신의 존재가치란 것은 꿈에 의해 결정되어 진다는 것이지. 그러나 여기서 작가는 이런 꿈보다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더 초점을 맞춘다. 자신의 꿈을 향해 청춘을 불싸르는 열혈 만화에 열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살아가기 위해 꿈이 강요되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오던 내게 이런 관점은 무척 반가운 것이었다.
기본적으로는 서로에게 힘이되고 의지가 되기도 하지만, 질투하고, 시기하고, 무시하고, 때론 비야냥 거리며 계속해서 서로를 괴롭히면서 그들은 조금씩 변화해나간다. 한차례 홍역을 치르고 조금 성숙해진 관계를 보여주는 등장인물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금은 자기자신에게 자신감을 갖게 되는 주인공.
자신의 존재 이유에 가장 큰 타격을 받지만, 결국은 혼자 걷는 법을 받아들이게 되는 주인공의 어머니 이야기가 조금만 더 자세하게 다루어졌었더라면 하는 아쉬움.... 그녀는 왜 그렇게 아들에게만 집착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