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이여, 안녕!
나 이제 집으로 돌아가요.
낮은 내게 싫증이 났다지만,
내가 어찌 낮에게 싫증을 느끼겠어요?
태양빛이 너무도 안온해서
나 거기서 살고 싶었지만,
아침은 나를 원치 않는대요, 지금은.
그러니
낮이여, 잘 자요!
_ 에밀리 디킨슨
세상에 버림 받고 상처 입은 여인이
한밤에게 보내는 아침 인사!
“Good Morning, Midnight”, 즉 한밤에게 보내는 아침 인사가 바로 『한밤이여, 안녕』의 원제다. 더는 자신을 원치 않는 낮에게 이별을 고하고 한밤에게 돌아간다는 에밀리 디킨슨의 시 첫 구절을 따온 제목 ‘한밤이여, 안녕’은 소설의 내용이 에밀리 디킨슨 시의 그것과 매우 근접해 있음을 암시한다. 묘하게도 활발한 작품 활동을 했지만, 활동 당시에는 그 내용과 기법이 ‘시대를 앞선다’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했던 사실조차 일치하는 디킨슨과 진 리스. 리스는 어쩌면 세상으로부터 이해받지 못하는 자신과, 자신의 작품이 지닌 매력적 가치와 비운의 운명을 바로 이 디킨슨의 시를 통해 대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어둠의 가장 깊은 곳, 한밤을 향해 아침 인사를 건네는 뜻을 해석하려는 노력이 바로 이 소설을 이해하는 방향키일 수 있다. 주인공에게 한밤은 무엇을 뜻하는지, 안녕이라는 인사가 어떤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인지, 그 인사를 건넬 때 주인공의 마음은 어떠했는지, 이런 복잡한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가다 보면 이 소설이 조금씩 선명하게 잡힐 수 있으리라. 출판사 제공 책소개
에밀리 디킨슨(1830~1886)의 시구절에서 제목을 따온 진 리스(1890~1979)의 <한밤이여, 안녕>은 1939년에 출간되었다. 최근에 읽은 버지니아 울프(1882~1941)의 <댈러웨이 부인>이 출간 된지 14년만이다. <댈러웨이부인>은 처음부터 각오하고 읽어서인지, 막힘없이 잘 따라 읽었다. 몇년 전에 진 리스의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재밌게? 읽었기 때문에 별 저항감 없이<한밤이여 안녕> (더구나 228쪽이 착한 쪽수!)을 손에 들었다. 처음 몇 페이지가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난감했다. 잠시 그만 둘까 하다가, 연필을 부여잡고 타이머를 켠 다음 숙제하듯 읽기 시작했다. 진입이 어려웠으나 막상 진입하고 나니 진도가 잘 나갔다. 무겁고 어두운 글을 두고 재밌게 읽었다고 표현하려니 마음이 개운치 않은데 다른 적확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한 마디 보태자면 진지하게 재밌었다고나 할까.
<한밤이여 안녕>은 진 리스의 여러 소설이 서인도제도를 배경으로 한 데 비해 유럽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리스의 여주인공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사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설이다....이미 마흔 살이 넘고, 세상의 모든 남성을 불신하게 된 사샤는 이제 인생이라는 항해의 마지막 단계에 도달한 여인이다. 이제 그녀가 원하는 것은 술에 만취해 세상을 하직하는 것이다. 사샤를 부유한 여인으로 착각한 젊은 청년 르네에게 그동안 남성에게 당해 왔던 모욕에 대한 복수를 쏟아 부을고 하는 사샤의 미묘한 심리상태와 그 원인의 분석이 이 소설에서 중요한 부분이 된다. 229쪽 작품해설에서
<한밤이여 안녕>은 해설에 나와 있듯이 줄곧 '사샤의 미묘한 심리상태'를 따라가는 소설이다. 그 미묘함은 '방'들의 현현, 단어들의 반복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듯한 내면 심리의 반복적인 묘사들로 드러나기에 때로 꿈인가? 듯 싶다가 과거였구나 하는 식으로, 의식의 미로속의 헤매다가 소설이 끝나는 느낌이었다. 사샤의 내면을 인지하려면 독자조차도 일종의 착란 상태에 빠져들어야 제대로 소설의 맛을 음미할 수 있다고 할까. 그녀가 그런 어느 정도의 착란 상태를 유지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녀의 주변의 환경과 인간 관계, 그녀의 삶 자체였지만 시종일관 그녀와 함께하는 독주들. 일단 몰입한 후에 술술 읽히던 진도가 잠깐 잠깐 끊기는 일이 발생했는데, 처음 들어 본 술이름이 나와서였다. 그녀가 가장 흔하게 자주 마시던 페르노를 검색했더니.. 아니, 검색의 첫 시작은 슈크루트였다. 슈크루트 슈크루트...어디서 많이 들어봤던 이름인데...
나는 메뉴를 읽고 또 읽는다. 이 집이 전에는 핫도그, 슈크루트, 비엔나 스테이크, 웨일스식 토끼요리 등을 팔았는데, 이제는 포부도 당당히 색다른 음식을 팔고 있다. <한밤이여 안녕>55
동생이 추천해서 읽고 완전 팬이 되어 버린 <알자스>. 특히 감명 깊게 읽었던 슈트루트를 만드는 장면,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같구나!하는 이유 없는 정감이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었던 대목이다.
1층 부엌에서 라디오 소리와 함께 시큼한 듯하면서도 향긋하고 구수한 냄새가 흘러나온다. 슈크루트 냄새다. 우리는 서로를 보며 오늘 점심은 슈크루트구나, 미소 짓는다. 이곳에서 겨울을 난다면 적어도 서너 번은 먹게 되는 음식이 슈크루트다. 소금에 절여서 푹 삭힌 양배추를 '슈크루트'라고 하는데 훈제한 돼지 넓적다리나 삼겹살과 같은 다양한 부위의 돼지고기 삶은 것과 여러 종류의 부드러운 햄을 곁들여 겨자 소스와 함께 먹는 겨울 음식이다. 옛날 알자스 풍습을 그린 그림들을 보면 한 가족이 겨울을 앞두고 슈크루트를 만드는 장면들이 곧잘 등장한다. 할아버지는 빨래판처럼 커다란 강판에다 대고 양배추를 길쭉길쭉하게 밀고 손자는 그것을 한 아름 가슴에 안고 할머니에게로 간다. 할머니는 커다란 나무통에 소금과 함께 양배추를 절여넣고 있다. 우리의 김장 풍경과 신기할 정도로 꼭 닮아 있다.
김치와 마찬가지로 슈크루트를 담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소금의 양이다. 너무 짜거나 싱겁지 않도록 적당하게 소금 간을 해야만 그해 겨울이 행복하다...20여년 전까지만 해도 루시는 시부모와 함께 직접 슈크루트를 만들었다.속이 꽉 찬 겨울 양배추를 얇게 채썰어 소금에 버무려 커다란 나무통에 채워 넣은 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무거운 돌덩이로 뚜껑을 꽉 눌러야 하는 것이다. 양배추가 발표되면서 뚜껑을 밀고 나와 국물이 흘러 넘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 뚜껑이 열리는 순간 온 집안에 퍼지는 구린내는 사람을 기절 시킬 정도라고 한다. 요리를 시작하기 전에 적어도 대여섯 번은 헹궈내야 구린내를 없앨 수 있다.요즘에는 소시지와 훈제고기를 파는 정육점에서 슈크루트를 깨끗이 씻어서 판다. 그러니 어느 겨울 날 아침, 온 집안에 퍼지는 슈크루트를 씻는 구린내를 맡으며 곧 먹게 될 향긋한 음식 생각에 군침을 삼키는 일은 이제 옛일이 되었다.<알자스>21쪽
나는 생각대로 행동에 옮겼지.나는 차디차고 노란색의 악취나는 점액을 땀처럼 쏟아내는 이 길들이 지겨웠지.적개심으로 가득 찬 사람들, 매일 밤을 울다 지쳐 잠드는 내 자신을 보는 것에 지쳐버렸어.나는 생각하는 것도 기억하는 것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해. 이제 내가 필요로 하는 건, 위스키, 럼, 진, 셰리, 베르무트, "술주정꾼 만세"라는 라벨이 붙은 포도주...부어라, 마셔라, 마셔....술에서 깨면 나는 또 마셔댔지. 어떤 때는 술이 목으로 넘어가지 않아서 억지로 넘기기도 했어. 내가 술에 취해 소름 끼치는 광란의 상태를 경험했으리라고 혹 당신네들이 생각하겠지?
아무 일도 없었어.내가 아마 참나무처럼 단단한 건강을 가졌나봐,그러나 눈물을 흘릴 때는 예외였지, 그 땐 강하지 못했으니까.<한밤이여 안녕>54쪽
거울에 비친 내 얼굴에서 나는 눈 밑이 꺼져 있는 것을 본다. 돔의 테라스에 앉아 페르노를 마시며 위생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고? 눈 밑이 퀭하니 꺼져서? 70쪽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그때는 그래도 내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었고, 포도주 반 병만 마셔도 행복하게 느꼈으며, 이런 일 저런 일들이 일어났던 시기이다.
173쪽
...그리고 술이나 한두 잔 마시면, 난 오늘이 오늘인지 어제인지 내일인지도 모르게 되겠지. 175쪽
나는 내가 항상 하는 식으로 맥박을 세듯 손목을 만지며 생자노를 한 잔 시킨다. 내가 실망했냐고? 그럼 화가 났나고? 아니다 나는 아주 마음이 평온하다. 그가 여기 어딘가에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185쪽
페르노(perno)는 프랑스가 원산지이며, 아니스(anise)외에 약 15종류의 향료를 사용하여 만든 리큐르(Liqueur)로 압생트가 제조 금지된 후 대용으로 사용되었다. 알콜 도수는 41도이고 녹아웃(Knock-Out) 칵테일에 이용되고 있다. 백산출판사 <와인 커피용어 해설>
단지 페르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었건만, 페르노를 검색한 대가는 참혹했다 할 수 밖에..줄줄이 검색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아니스(anise) 쌍떡잎식물 산형화목 미나리과의 한해살이풀.
종자를 아니시트(aniseed)라고 하는데, 독특한 향과 단맛을 내는 아네톨이 들어 있다. 과자 카레 빵 알콜음료 등의 향료로 쓰고, 중류하여 얻은 아니스유는 약용,향료,조미료등으로 사용한다. 히브리 그리스 로마 사람들이 매우 중요하게 여겼던 약초자원으로 이 종자를 지니면 미치지 않고, 베개에 넣고 자면 악마가 침범할 수 없다고 믿었다. 이집트 원산이며 유럽, 터키, 인도, 멕시코를 비롯한 남아메리카 여러 곳에서 재배한다. 두산백과
리큐르- 주정에 과실 과즙 등의 성분을 넣고 감미료를 넣은 혼성주. 알콜이 함유되어 있어 마시면 취하게 되는 음료의 총칭.< 와인 커피 용어 해설>
녹아웃 칵테일 - 드라이 진 1/3, 드라이 베르무트 1/3 페르노 1/3 크레임 드 민트 1tsp 흔든 후 칵테일 잔에 따른다.
압생트(absinthe)- 향쑥,살구씨,회향,아니스 등을 주된 향료로 써서 만든 술. (알콜 농도 약 40)
압생트는 19세기 후반 흐랑스에서 많이 마셨던 술로서 쑥의 줄기와 잎을 잘게 썬 다음 고동도의 알코올을 부어 방치한 후 추출하고, 방향성분이 녹아 있는 이 추출액을 다시 증류하여 제조한다. 압생트는 알콜 도수(45~47%)가 강하고 당분을 포함하지 않는 암록담황색 술로서 아니스이ㅡ 방향과 약간 쓴맛이 나서 식전주(aperitife)로 많이 이용하였다.유럽에서는 쑥의 쓴맛으로 인한 약효로서 식욕부진과 위액 분비 촉진제로 많이 사용되어 왔다.
압생트는 향쑥의 라틴명 압신티움에서 유래한 이름으로서 강력한 환각작용으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예술의 도시인 프랑스 파리에서 화가, 소설가, 시인을 비롯한 예술가들 사이에서 창조력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상당히 인기가 있었다. 그러나 압생트를 상습적으로 마실 경우 건강에 좋지 못하다는 것이 점차 밝혀져 20세기 초반부터는 압생트 음주를 법으로 금하게 하였다. 압생트에는 튜죤이라는 테르펜 성분이 들어있는데 이 성분은 압생트에 독특한 향취를 주는 성분이지만 뇌세포를 파괴하고 환각상태를 유발한다. 압생트를 상습적으로 마심으로써 생기는 중독을 압시틴 중독증이라 하여, 멍청한 상태, 정신력 저하, 신경과민, 안신경혐 또는 환각경험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고 보고되어 있다.
프랑스 시인 알프레드 뮈세와 로드렉과 고흐가 모두 압생트의 중독으로 인한 간질발작으로 목숨을 잃거나 자살하였다. 제1차 세계대전 무렵에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에서 압생트의 생산이 중단되었으나 지난 1981년 유럽연합의 전신인 유럽공동체가 합법화 결정을 내리면서 상당수 유럽국가들에서 압생트의 생산이 다시 개재된 상태이며, 현재 200개의 브랜드의 압생트가 생산되고 있다. 이들 유럽국가들이 압생트의 생산을 개재한 이유는 압생트가 정신에 미친 영향이 많이 과장되었고 그 위험이 다른 술보다 그다지 높지 않으며, 유해물질의 농도는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는 주류 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출처 두산백과
베르무트(vermouth)- 원료인 포도주에 브랜디나 당분을 섞고, 향쑥, 용담,키니네,창포뿌리 등의 향료나 약초를 넣어 향미를 낸 리큐어.
어원은 향쑥의 독일명 베르무트(Vermut)에서 유래한다. 이탈리안(단맛)과 프렌치(쓴맛)의 두 종류가 있는데, 옛날에는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만 만들었으나, 현재는 세계 각처에서 만들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이탈리아의 친자노. 마티니, 프랑스의 뒤보네,비르 등의 상표가 유명하여 베르무트의 별명처럼 되어 있다. 이 술은 월래 식전에 식욕을 촉진하기 위하여 애피타이저 와인으로 만든 것이지만, 칵테일 재료로서도 널리 쓰인다. 두산백과
브랜디 - 과실주를 증류한 알콜분이 강한 술의 총칭.
브랜디라는 명칭은 브랜디와인 (brandywine)의 줄임말이며, 브랜디와인은 네델란드어로 '불에 태운 포도주(burntwine)'를 뜻하는 '브란데베인(brandewijn)에서 유래한 것으로, 어의는 '소주(燒酒)이다. 브랜디는 넓게는 과실에서 양조,증류된 술이지만, 보통 단순히 브랜디라고 하면 포도주를 증류한 술을 가리킨다. 브랜디의 세계적인 산지는 프랑스의 꼬냐크와 아르마냐크(보르도의 남동쪽)지방이다.
슈크루트로 시작된 검색이 페르노에 이어져 결국 브랜디에서 끝났다. 옆길로 새는 바람에 <한밤이여 안녕>이 술책이 된 감이 없지 않지만, 이 책은 켜켜이 분석해보고픈 장치들이 많은 겹이 많은 진지한 소설이었다. 작품 해설을 읽고 놓친 부분이 많구나 하며 다시 뒤적이다 알게 된 르네의 묘사부분을 옮겨 놓는다. 그녀가 남성일반에 가졌던 적개심과 불신이 결국 르네와의 관계도 의심하고 거부하게 만들었는데, 그녀가 제비라고 표현해버려서 나조차도 건달쯤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보던 르네는, 상당히 매력적인 인물이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르네와 사랑에 빠졌버려다면 소설다운 결말이 되지 않았겠지만...
정말 추워 죽겠어요. 몸을 덥히느라 페르노를 두 잔이나 마셨는데 아직도 춥네요. 제 손 좀 만져보세요. 페르노 한 잔 더 마셔야겠군요.185
무언지 확실히 집어내지는 못하겠지만 내가 보기에 이 사람에게는 너무도 자연스럽고 명랑한 구석이 있다. 그리하여 나까지 자연스럽고 행복하게 만들고 내가 젊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아주 어려지는 느낌이다. 187쪽
그는 모든 게 잘될 거라는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 가엽기까지 하다. 이 불쌍한 녀석은 정말 잘 생겼고, 생동감이 넘치는 데다 명랑하고 건강하다. 마치 술을 전혀 안 하는 사람처럼 싱싱하다.... 생업을 어떻게 꾸려갈지 그 기법까지 떠들어대고 있다. 그러나 아무 의미가 없지 않은가. 혹 괜히 말도 안되는 얘기를 꾸며내서 내가 들으라고 떠드는 건지도 몰라. 그저 내게 충격을 주려고, 그렇지 않으면 내 감정을 발동시키기 위해서.......190쪽
최근에 읽었기 때문에 댈러웨이 부인과 사샤의 삶을 비교하며 읽게 되었는데, 출간 연도가 십수년의 차이가 나고, 작가들의 출생 배경이 다르니 느낌 또한 사뭇 다르다. 댈러웨이가 세련되고 지적인 소설이라면 한밤이여 안녕은 야성적인 거침 없는 소설이다. 두 소설 모두 시대를 앞서간다는 느낌이 주는 감각적인 세련됨이 매력으로 다가 왔고 두 번은 읽고 싶다고 생각하게 한 소설들이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와 닿았던 문맥을 옮겨 놓는다.
누가 그런 말을 했건, 내가 부르주아가 아니라는 말은 맞다. 내일 나는 그 카페에 가서 테라스에 앉아 술을 마실 것이다. 그러나 '내일'이라는 단어를 생각하자 내 머릿속에는 어떤 틈이 생기는 것 같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 마치 내가 텅빈 공간 속으로 내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내일은 결코 오지 않는다. 192쪽
내일도 닥치면 오늘, 그러므로 내일은 결코 오지 않는다. 는 그녀의 의식이 수십년이 지난 지금의 여성 현실 일반, 나에게 이렇게 공감이 큰 것은 그 때의 그녀와 지금의 나 사이에 그만큼의 괴리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 때의 오늘을 지금의 나도 여전히 살고 있고 아마도 내일은 영원히 없을 것이기에 건네는 인사, “Good Morning, Mid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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