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여러 도시를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울쑥불쑥 다가 온 행운이라 준비 없이 경황 없이 떠난 길들이었지만 두고 두고 다시 가고 싶은 곳이 있는데, 그 곳이 바로 드레스덴이다. 좁다란 엘베강을 낀 시내 안에 박물관 대여섯 군데와 교회, 공연장 쇼핑센터가 모여 있었던. 오래 되어 정확한 기억이 아닌데, 보석 박물관, 무기 박물관...이런 작은 규모의 박물관부터 으리으리했던 도자기 박물관. 무엇보다 도시 그 자체가 박물관의 분위기를 풍겼던 곳. 베르메르의 작은 그림 앞에 한참을 서 있었던 기억이 나는 걸 보면 당연히 미술관도 있었고....<제 5도살장>을 펼쳐 읽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읽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온다. 내가 <마더 나이트>라고 생각했던 내용이 <제 5도살장> 안에 있다. 음...기억이란 건 원래 왜곡을 포함하는 단어 인건지...

 

어제 뉴스에 삿포로에 눈폭탄이 내려서 항공기가 전면 결항되었다고 한다. 오늘 아침 뉴스엔 오늘 밤부터 영동지방에 대설주의보. 눈 내리는 걸 보는 것도 아니고 눈 뉴스를 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어쩐지 짐가방을 꾸려야 할 것 같은 설레임에 시달린다. 사실, 요즘 나는 여행 따윈 가고 싶지 않다. 드레스덴도 삿포로도 영동지방도 그 어디도 떠나고 싶어 지지 않은지 오래 되었는데, 어제 삿포로의 지붕위에 쌓인 그 높이를 가늠할 수 없는 눈의 두께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내일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한파가 몰려 올거라 한다. 한파에 기대어 정신을 좀 차려 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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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12-13 07:39   좋아요 0 | URL
쑥님~~~ 쑥님~~~ 쑥님~~~
올려주신 사진 너무 너무 근사합니다.
드레스덴 박물관보다 더 아름다우신 쑥님~
님 덕분에 저도 드레스덴을 외워두려고 해요. 드레스덴... ㅎㅎ

2017-09-09 08:38   좋아요 0 | URL
단발님 앞에서만 아름다워지는 쑥.할게요
늘 고마워요..우리 빨리 얼굴 봐요..ㅎㅎ

2016-12-13 07: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13 1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12-13 07:58   좋아요 0 | URL
글도 좋고 사진도 좋습니다. 가장 처음 좋아요를 누른 게 저라는 걸 꼭!! 밝히고 싶습니다! ㅎㅎ

2017-09-09 08:3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1위 인증요..ㅎㅎ

책읽는나무 2016-12-13 08:03   좋아요 0 | URL
우와
드레스덴 풍경속의 님!!^^
미모로우실 꺼라고 생각했지만 음~제가 여적 그려온 단아한 이미지와 비슷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건강하세요^^

2016-12-13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6-12-13 12:11   좋아요 0 | URL
저는 사진이 보이지 않지만 아래 이어지는 댓글로 이미지를 상상하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조금 궁금합니다.)
쑥님 좋은하루되세요.^^

2016-12-13 1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13 2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14 05: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18 0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6-12-24 05:35   좋아요 0 | URL
쑥님~ 저도 드레스덴을 기억해둘게요.
근데 어떤 사진인지 정말 궁금하네요. 상상이 안되어요.ㅜㅜ
사진은 없지만 글은 여전히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