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평점 :
책의 마지막장을 덮고는 내 가슴속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가슴이 벅차다고.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느껴졌던 감성적인 문장들은 나의 가슴을 후벼 팠고, 나의 글 또한 그 감성적인 내용에 맞추어 한층 더 부슬부슬한 느낌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영화 <우크라이나에서 온 편지>(Everything is illuminated)의 원작을 쓴 작가라는 말에 반해서, 읽기 시작한 이 책. 사실 영화의 원작을 읽고 싶었지만, 번역서가 없어서 그의 다른 책을 찾아보다가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레코드숍에서 사고 싶은 음반을 뒤적거리다가 옆에 있는 마음에 드는 표지의 음반도 같이 집어 온다. 그리고 집에 와서 틀어보자, 흘러나오는 매력 있는 사운드. 우연히 얻게 되는 행복감.
텍스트와 텍스트의 어지러움이 조합된 ‘하나의 엮음’이라고 할 수도 있을까. 글 안에는 손잡이, 창문을 응시하는 모습의 사진이라든지 지나치게 반복되는 숫자와 글자라든지. 책을 읽는 내내 감정을 증폭시킬 수 있는 요소가 간간히 섞여있었다. 많은 것을 담아내려는 작가의 모습이 새로웠고 거의 500페이지에 달하는 글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약에 한 장소에 아주 오래 앉아있을 수 있는 내성마저 가지고 있다면, 책을 한 번 읽고 다시 한 번 더, 한 번 더. 이 책을 손에서 떨어뜨리는 상상이란 아주 불쾌한 것 마냥 여기지 않았을까, 몇 번은 더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 해가 뜨고, 지고 다시 뜰 때 동안, 눈은 깨어있듯이. 감성만은 충만하듯이.
9.11 테러에, 아빠를 잃은 어린 아이 오스카. 그리고 오스카의 주변을 둘러싼 가족들의 모습, 그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엄마. 자신의 아빠를, 그러니까 9.11 테러에 목숨을 잃은 아빠가 어떻게 죽었는지, 그리고 아빠에 대한 과거, 자신이 알지 못하는 그 무언가의 열쇠를 찾기 위해 찾아 떠나는 여행. 수많은 Blank, 그리고 열쇠, 편지, 그리고 소통.
이야기는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한다. 할아버지가 자신의 아들 토마스 셸에게 보내는 편지, 할머니가 오스카에게 보내는 편지, 그리고 오스카의 슬프지만 유쾌한 일상들 그리고 가장 최악이었던 날의 기억들. 모든 것이 한편으로는 아이러니하게 엮여 있고,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모호함을 주며 이야기는 흘러간다. 그러나 결국에는 오스카의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던 애매한 기억들이 하나씩 풀리면서 알게 되는 이야기. 퍼즐을 하나씩 맞춰가듯이 조심스레 읽다보면, 어느새 나는 사랑이라는 5,6,8,3을 누르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감동적인 숫자, 5,6,8,3. ‘사랑’을 뜻하는 그 숫자.
그리고 찬란한 결말. 15장의 사진들. 그 사진을 찬찬히, 때로는 빨리 넘기면서 그 전까지의 책 내용을 더듬어 볼 수가 있는, 그간의 감정들까지 되돌이켜 볼 수 있는 사진들. 이 책의 감동은 그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은 그 15장의 사진을 보는 시간 속에 있지 않을까. 그리고 모두들 이 책의 끝, 그 15장의 사진들을 보고 난다면 지금의 나처럼 가슴이 벅찰 것이다. 또, 이 책을 다시 아니 몇 번이고 되뇌어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너무 흔히 쓰여서 하기 싫은 "사랑한다"는 말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해야 하듯이, 언제나 하기 쉬운 말 "엄청나게 좋다"라는 말은, 이 책에서는 정말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treme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