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 E. M. 포스터 전집 2
E. M. 포스터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모리스와 클라이브. 두 사람의 이름이 머리속에서 뱅뱅 맴돌기만 한다. 둘의 사랑은 시대를 잘못 타고났다. 그래서 헤어진거야. 이내 끝나버린 그들의 사랑을 보고 있자니 지속되지 못한 것에 대한 그리움을 부정하기 위해 나는 이런식으로 위안을 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온전히 둘의 사랑만이 존재할 수 있는 때가 있을까. 아마 찾기 힘들 것이다. 어쩌면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더 서글퍼진다. 

영화를 먼저 보았다. 그 둘을 지켜보면서 나는 속으로 슬퍼했다. 손짓 하나에 감정이 스며들어간 그들의 연기가 나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 영화를 본 후 읽은 E.M 포스터의 이 책은 나를 더 참담하게 만들었고 심란해졌다. 섬세한 듯 다가오는 클라이브와 어딘지 마음의 문을 닫고 사는 듯한 모리스. 클라이브는 자신의 숨길 수 없는 마음을 모리스에게 고백해버렸지만 모리스는 이내 달아났다.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저 클라이브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 척 숨기고 싶었을까. 

그러나 둘은 사랑하게 되었고 헤어진다. 금기사항을 지켜내버리기에는 서로에 대한 갈망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리스 여행을 갔다 온 뒤 클라이브는 앤과 결혼을 하게 된다. 클라이브의 마음이 돌아서버렸다. 모리스는 혼자 남아버렸고 그 슬픔의 몫은 온전히 모리스 혼자만의 것이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클라이브가 결혼을 하게 되었다고 해서, 이제는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해서 모리스에 대한 마음이 없어져 버렸을까. 클라이브는 모리스를 가슴에서 떼어낸 게 아니라 아마 가슴 속에 묻어버리지 않았을까. 내가 뱉어버린 그 말이 나의 진심이 아닐 때가 있듯이, 클라이브는 모리스를 사랑하는 마음을 사회적인 통념, 도덕성에 위반되는 것이라 여겨지던 그 시대의 부산물이자 찌꺼지처럼 내던지지는 못하고 그저 자신의 가슴 속 공간을 하나 남겨두었을 것이다. 모리스를 위한 그만의 사랑. 

시간이 흐른 뒤 더이상 클라이브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아버린 모리스는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나버렸다. 함께 도망쳐버렸다. 나는 아직도 의아하다. 모리스에게 그 새로운 사람, 알렉이 진정한 사랑이었는지. 클라이브를 잊기 위한 도구도 새로운 사랑에 대한 갈망의 돌출구도 아니라 느껴진다. 그저 자신을 이해해주는 누군가가 필요한 것이었는지도. 나를 알아주는 그 누구, 살아가면서 나에게는 그런 사람이 있었는가. 사람이 살아가면서 어떠한 사람, 나만의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그 누군가를 얻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고 나는 항상 갈망한다. 모리스는 얻기 힘든 그 사람을 찾았고 사랑했고 헤어졌지만 가슴 속에 남아있다는 그 자체가 나에게는 부럽기만 한 것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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