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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레빌라 연애소동
미우라 시온 지음, 김주영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단순한 느낌에서 오는 미묘한 동질감은 어쩐지 모르게 편안하기만 하다. 어쩌면 하루에도 수십번씩 누구든 누구에게 말할 수 없을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도 이때쯤 머릿속 한 공간에 넓게 펼쳐진 하얀색 종이 위에 떠올렸나 지웠다는 반복하곤 하는 자기만의 표현방식에 가끔은 소름끼치도록 이상하고 외설스럽기도 하고, 바보같기도 하는 등등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비밀, 나만 알았으면 하는 그 까슬거리는 느낌을 탁, 하고 건드려 터뜨려버리는 작가의 이 책, 고구레빌라 연애소동.
조금은 제대로 말해보자면 어쩐지 모르게 일본소설 특유의 느낌에서 풍겨져 나오는 가벼움에 한 때는 취해있었다. 단순한 가벼움은 아니고, 가볍게 다가갈 수 있는데 그 안에서 발견해낼 수 있는 떨림에 요동쳤었던 때가 있었다. 또 한 때는 그에 너무 질려버려 일본소설이라면 다 제쳐버렸던 때도 있었는데, 아주 오랜만에 일본소설을 읽어보았다.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가끔은 한없이 진지하고 어렵고 복잡한 것에 빠져 허우적 거릴 때, 이렇게 신선하게 자극해주는 가벼운 느낌에 희열을 느낄 때가 있으니까. 누군가는 읽으면서, 아, 재미없다, 라고 말할 지도 모르겠다. 그저 주절거리며 풀어나가는 조그마한 에피소드 따위는 소설이라고 말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잔인한 말을 할 지도 모른다.
게다가 수준을 끌어높여 전개, 발단 등의 용어를 들먹여가며 차근히 더 높은 곳으로 쌓아 올려져 그 텍스트 안 하나하나에 서려 있는 그러한 소설을 읽다가 이 책을 읽었다면 아주 시시할 지도 모르지만. 딱 거기까지다. 모르지만, 긴장을 조금 풀어 그들이 살아나가고 있는 고구레 빌라에 내가 살고 있다면, 이라는 소설의 가장 최고치에 다다른 감정이입에 다가선다면 이 책은 풋, 소리가 나게끔 우습고 사랑스러울 지도 모른다.
“주책없다 하겠지만 섹스가 하고 싶네”
책의 카피로 쓰여진 이 문장은 정말로 어쩌지도 못하게, 이 책을 제대로 말해주고 있다. 누군가는 당연하게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대부분은 이상하게 실눈을 뜨고 의심을 가지고 편견을 가지고 바라볼 때, 그 때 그 틈 사이를 비짚고 나와서
“주책없다 하겠지만 섹스가 하고 싶네” 라고 주절거린다면, 얼마나 우습기도 하고, 이해가 가기도 하는 그런 미묘한 심정이 떠오를까. 아마도 특유의 일본감성이라 말하고 싶다. 편견이라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일본소설을 볼 때마다 가지게 되는, 그러니까 일본의 감성소설을 읽을 때마다, 옴니버스같지만 조금씩 하나의 포인트를 가지고 이어져 나가는 이러한 류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게 되는 기분은 가볍다, 하지만 나쁘지 않다. 그래서 손에서 놓지 하고 몸을 뉘어 쉬고 싶을 때, 아마 몸보다는 뇌가 한 템포 쉬고 싶을 때 가끔은 싸,하게 튀어오르는 그러한 자극제가 된다. 엄청 좋지는 않지만 싫어할 수는 없는 못생긴 사랑스러움이랄까.
고구레빌라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속에 관찰자로 들어가, 어떻게 보면 훔쳐보기 식의 들여다봄으로 인해 그들의 사생활, 개인적이라 누구도 들어갈 수 없을만한 그들의 집 앞 마당에 망원경을 가지고 느긋하게 바라보고 있노라면, 아, 또다시 솔직해지자, 라는 생각뿐이다. 솔직해서, 하지 않아야 될 행동이나 말을 해서 원하지 않는대로 풀려나갈지라도, 조금은 감수할 수 있다면 아, 나도 저들처럼 솔직해져야지. 하고 싶은 말을 여과없이 쏟아내면 나쁜 일이 될 지도 모르지만, 가끔은 누군가에게 솔직해지자. 나로써, 나 자제만으로 솔직한 것은 언제나 하고 있는 일일 지도 모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