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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기욤 뮈소의 책을 접한 지 6개월만이다. 서점을 둘러보다가 흥미로운 책이다 싶어 친구에게 선물해 준 책, <구해줘>. 너무나 흡입력 있다는 친구의 말에 나도 뒤늦게 그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하나의 영화같았다, 기욤 뮈소의 책은. 영화의 스틸컷들을 분할시켜 놓은 듯한 그의 책은 한 번 잡고는 손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책이란 게 끝을 보기 전에 한 두 번은 지칠 법도 한데 그의 책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밀려오는 잠의 기운을 이겨내고 싶어 안달 난 사람같이 만드는 기욤 뮈소의 책, 두 번째다.
<구해줘>를 읽으면서 생각했다. 영화로 만들어지면 참 좋겠다고. 그게 어찌 나만 하는 생각이었을까, 책을 읽는 내내 독자 모두가 그런 생각을 품에 안고 책을 읽었을 테고 그 바램은 어느 정도 이루어지는 듯 하다. 그만큼 리드미컬한 소재와 이야기를 풀어내는 전개방식이 영화와 비슷한 점이 많다는 뜻이다. 시간을 넘나들고 연관성이 없을 것 같던 이야기들이 끝내는 퍼즐을 완성하듯이 딱 들어맞는 하나의 연결이 되어버리니까.
라일라가 실종됐다. 그의 아빠인 마크, 엄마 니콜. 그리고 지나치게 불우했던 어린시절을 마크와 함께 나누었던 친구 커너. 끝내는 마크와 커너 둘 다 정신과 의사로서 성공하게 되지만, 마크 딸이 실종 된 후 5년동안 행방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딸이 없어졌는데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며 집을 나간 마크는 지하철과 뒷골목에 붙들어 사는 노숙자 신세가 되어버린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인 라일라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그리고 딸을 발견했다는 곳은 5년 전 딸을 잃어버렸던 그 마트 앞. 아이러니하게 돌아가는 그들의 이야기 속에는 커너의 앞에 불현듯 나타난 에비. 딸을 데리고 뉴욕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마크와 만나게 되는 앨리슨. 그 세 사람의 묘한 인연을 시작으로 이야기는 점점 더 미궁 속으로 치닫는다.
이야기를 던져놓고, 그 과거로 다시 파고드는 전개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보여지는 그대로가 다 인줄 알고 시작한 이야기 속에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셈이 되니까. 그리고 꼬리를 무는 의문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게 되고, 그 일이 왜 생겨난 것인지에 대해 파헤쳐나가는 듯한 전개는 다시 한 번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읽는 내내 그저 한 편의 영화같다, 는 말만 되풀이하게 되는 아쉬움도 남아있다. 현실적이지 않고 왜인지 꾸며낸 것만 같은 소설의 장점을 한껏 살렸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언젠가 나는 그것을 알게 되었다. 소설만큼 현실적인 것은 없다고. 꾸며냈다고는 하나, 현실의 한 가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글들은 다시 뒷걸음질쳐보면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소름이 끼칠만큼. 작가는 그것을 염두에 둔 것인지, 책의 첫 머리에 이러한 문구를 적어놓았다.
“현실의 부당함을, 현실이 인간의 갈망.욕구.꿈을 충분히 만족시켜줄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이해시키는데 소설만한 것은 없다.”
그 속에서 나는 현실을 본다. 소설 속에서 현실을 보게 되고 나는 현실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들어 간다. 그렇게 모든 이야기가 끝이 나면 나는 실제 있었던 일의 연속인 것 마냥 이야기를 마음 속에 두고 살아간다. 어쩌면 나중에 나에게도 그러한 일들이 생길지도 모르는 불안 반, 기대 반의 마음을 가지고. 그만큼 정말 소설이라는 느낌이 드는 글일수록 더 현실적이게 느껴지는 아이러니.
p.315
때로 인생의 성공과 실패는 대단치 않은 변화에 의해 좌우된다. 한 번의 만남, 한 번의 결정, 한 번의 기회, 한 가닥의 가느다란 선......
p.317
두 사람의 사랑이 맺어지지 못하는 조건은 무엇일까? 찰나의 시간, 망설임, 한 번의 기회, 한 가닥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