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후, 일 년 후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라는 영화를 몇 번을 보았는지 모르겠다. 조제와 헤어지고 난 뒤 츠네오는 갑자기 길가에 눈물을 묻는다. 사랑을 시작하면서부터 이별을 예감했던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끝이 났지만 영화는 나에게 한없이 아릿함을 준다. 그리고 그 영화 속에는 잊을 수 없는 이름 조제, 그리고 쿠미코는 말했다. 사강이라는 작가의 책을 보면 조제라는 여자주인공이 나온다고, 그게 마음이 들어서 조제라는 이름을 쓴다고, 그리고 그렇게 불러달라고.

<한 달 후, 일 년 후>. 절판이 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영화 속 조제처럼 나도 헌책방을 기웃거려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든 지 오래. 이렇게 다시 책이 나와주니 고맙고 반갑다. 영화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읽기 시작했다.

"언젠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될 거예요. 그리고 언젠가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되겠죠. 그리고 우리는 다시 고독해질 거예요. 그렇게 되겠죠. 그리고 한 해가 또 지나가겠죠."                       

사랑이 언제부터 그렇게 덧없던 것이었을까. 그리고 언제부터 그렇게 혼란스러웠던가. 하지만 나는 사랑을 모른다. 그리고 사랑에 대한 어떠한 것도 내 식대로 정의내려 버릴 수가 없다. 그래서일까. 이 사강의 책을 읽는 동안 이유없는 씁쓸함과 안도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것을. 누구나에게 똑같이 느껴지는 것은 없듯이 사랑 또한 마찬가지라는 것을 나에게 넌지시 던져 주는 물음. 그리고 간결한 대답, 그게 다였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나에게 이 책을 읽게끔 해주었다면, 읽는 내내 떠오르는 영화는 <클로저(Closer)>이다. 4명의 남녀가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고 사랑과 배신, 불신과 믿음 결국에는 다시 되돌아감 등을 통해서 알아가게 되는 약간은 복잡한 서로간의 감정들. 그 속에서 사랑을 말한다. 어쨋든 덧없음과 동시에 서로의 사랑의 상관성을 알아가게 되는 그 영화. 처음 그 영화를 보았을 때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싶은 건지 몰랐었다. 그저 왜 서로 배신을 하고 이 여자와 사랑을 하다가 다른 여자와 사랑을 하게 되고, 그리고 결국에는 왜 처음의 여자로 되돌아가는지. 그럴 수 있는 것인지. 하지만 영화를 더 보면 볼수록 감독이 생각하는 사랑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 책도 마찬가지이다. 조제와 자크, 그리고 조제를 사랑하는 베르나르. 베아트리스와 알랭, 그리고 알랭의 조카 에두아르. 베르나르의 아내 니콜. 알래의 아내 파니. 그 모든 사람들이 서로 얽혀있다. 아, 그리고 베아트리스가 매력을 느끼게 되는 제작자 졸리오까지. 여러 사람들이 얽혀 있어서 처음에는 왜 이렇게 복잡하기만 한건지, 라는 느낌을 받게 되지만 사람간의 관계를 이해하고 부터는 그들의 사랑과 믿음에 주목하게 된다. 니콜이 아내이지만 아무런 감정이 없다는 것을 이유로 너무나 사랑하는 조제에게만 눈길을 주게 되는 베르나르, 조카와 삼촌이 같은 여자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것으로 인해서 괴로워하며 극복해나가는 과정. 그 모든것들이 사랑의 과정이 아닐까.

어쩌면, '사랑'이라는 것은 한 단어이기 때문에 한 가지 감정을 이끌어낼 수도 있겠지만 아니다. 사랑 안에는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담겨져 있다. 사랑을 시작하고 그리고 이별하게 되고, 그 속에 담겨진 수많은 일들, 배신 또는 증오, 다시 사랑함 등 그 모든 것이 사랑이라는 단어 안에 들어있다. 그래서일까. 끝을 모르겠는 사랑 앞에서 누구나 다 무릎을 꿇고 어리석은 짓을 반복하게 되는 게. 하지만 결국에는 사랑, 그 하나로 귀결된다. 나는 이 글의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 타령만 하고 있다. 이렇게 어리석은 짓을 하는 게 어쩌면 '사랑'의 과정이듯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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