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맹의 섬 - 올리버 색스가 들려주는 아주 특별하고 매혹적인 섬 이야기
올리버 색스 지음, 이민아 옮김 / 이마고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올리버 색스. 이 작가의 이름은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때문에 알게 되었다. 비록 그 책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꽤나 관심이 가던 차에 이 책 <색맹의 섬>이 나에게로 왔다. 

어떤 것을 기대했는지는 몰라도, 겉표지부터 매혹적인 수채화 그림 때문에 픽션을 기대했었나보다. 색맹의 섬 이라는 미지의 섬을 모험하고 그에 관한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런 약간의 동화와 같은 이야기. 그렇지만 내 생각을 제대로 뒤집어 버렸다. 이 책은 사실 2가지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하나는 '색맹의 섬', 그리고 '소철섬'. 이 두 섬을 탐험하면서 색맹이라는 약간은 불편한 병이 왜 지역적으로 분포되어 있는지, 그리고 파킨슨 병이라는 게 소철섬의 곳곳에 펼쳐져 있는 소철 때문에 생겨나는 것인지에 대한 약간은 가벼운 논문이라고나 할까. 그만큼 일반인인 내가 읽기에는 꽤나 전문적인 것들이 많이 실려있다.

그러나 이 책을 가벼이 보지 말아야 할 것은, 좀전에도 말했듯이 질병과 그 지역의 특정관계 등, 위험요소에 대해 분석해 나감과 동시에 그것을 여행이라는 소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들려준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은 전문적인 정보와 그리고 여행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섬을 찾아나가보자, 라는 취지로 시작된 여행 속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사람들. 그 중에서도 질병을 가진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집중적으로 분석한 것과 그 지역의 생소한 모습들까지도 여행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책의 곳곳에 그려져 있는 수채화는 보는 이의 마음을 싱그럽게 한다. 대충 휘갈겨 그린 듯한 펜그림이지만 그 그림 위에 물을 듬뿍 적신 물감으로 채색을 한 그림들과 함께 보고 있으면 나도 괌이라는 섬에 도착한 것만 같았다. 책이라는 것이 전에는 그저 글솜씨로만 판단할 수 있는 게 다였지만, 점점 이 매체가 발전함에 따라서 책을 보는 독자를 위한 배려가 많아진 듯 하다. 글로써는 어려운 그림들을 구석구석에 나열해놓음으로써 책의 내용에 더욱더 깊이 빠져들을 수가 있었다.

올리버 색스, 의학계 전문가이면서 이렇게 글까지 쓸 수 있다는 것에 감탄한다. 그리고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어느 한 쪽이 기울어지면 보나마나 한 것이 되어버리니까. 의학계 지식이 많은 사람이 글까지 잘 쓸 수 있다면 보다 쉽게, 보다 흥미롭게 독자들을 통해서 전문적인 지식이나 연구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테니까. 이러한 작가를 환영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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