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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거인
프랑수아 플라스 글 그림, 윤정임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참 특징적인 책을 발견했다. 그림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깊이감이 있어 보여서 선뜻 아이들에게 내놓기에는 꺼려졌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이것은 분명 우리 아이가 꼭 읽어야 할것임을 절실히 느꼈다. 누군가의 호소를 우리 아들도 직접 느껴야 할것 같아서였다. 엄마의 바램이 간절해서 일까 아들 역시 멋지게 읽어 나갔다. '침묵을 지킬 수는 없었니?' 라고 메아리치는 듯한 음성이 내 귓전을 계속 두드린다. 바로 옆에서 어떤 잘못한 것을 꼬집어 주는 것 처럼....
우리 아들은 진짜 거인이 있었을까? 그리고 그 거인의 흔적이 정말 남아있다면? 그리고 사이비 학자들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수도없이 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거인이 너무 불쌍해. 침묵이 왜 필요한 것인지 알것같단다. 이런 저런 질문에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정말 올바른지 말로다 가르쳐주기엔 나역시도 너무 부족해서 그냥 보는 데로 느끼라는 대답만 해주었다. 모순 투성이인 어른들의 생각방식을 읽으면서 아들은 나름데로 거인의 마음이 되어보는 듯했다. 너무 안타까워서 한숨까지 보태면서... 이런 아들의 모습이 또 한층 대견스러워 보인다.
너무 아름다운 자연을 볼때면 이것의 생명은 언제까지 될까 하는 두려움이 가져질때가 있다. 내가 느꼈던 아름다움이 해가 바뀌면 다음기회에는 개발이라는 이름 앞에 낯선 정형화된 이미지로 탈바꿈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지구의 주인은 우리 인간이 절대 아닌데...누군가 말했던 제 3차 세계대전은 무력화된 전쟁이 아니라 인간들의 자연 훼손에서 오는 큰 재해가 아닐까싶다.
몇일전 읽었던 켄즈케 왕국에서와는 맥락은 비슷하지만, 결말은 아주 상반된 내용으로 다가오는 허탈감이 느껴진다. 누구를 위한 침묵?? 그것을 느끼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단지 그 죄값을 치르는데는 무한한 끝도 없는 시간이 걸릴것임은 틀림없다. 몸으로 느껴지는 거인의 말할수 없는 언어가 책페이지 빼꼭히 젖어있어서 책을 덮고나서 난 소용돌이치는 듯한 선의 굴곡을 계속 따라가 본다. 거인의 언어를 직접 느끼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