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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1
미우라 시온 지음, 윤성원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아침으로 왔다가 저녁으로 가는 하루가 켜켜이 쌓여 한살두살 나이만 먹으면서 때론 지나간 시간들이 아쉽게 느껴지는 요즈음,,,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라는 어쩐지 시적으로 보이는 제목이 눈을 사로 잡았다..그리고 멋진 일러스트레이션이 이 책을 눈으로만이 아닌 마음에 담아 보자고 결심하게 했다...
책장을 펴는 순간 나타난 친절하게 그려진 지쿠세이소 평면도 및 주민명단이... 에구구~~..내 머릿속을 어지럽게 했다..이렇게 많은 인물들을 미리 알아야한다는 강박관념이 그렇잖아도 기억력이 딸리는 나로서는 생소한 일본아이들의 이름또한 부담이었다..그러나 그것은 잠시동안의 나의 기우였다..^^
“네 달리기는 참 좋구나.” 그렇게 시작되었다...가케루와 기요세의 만남,,그리고 지쿠세이소라는 합숙소에서 함께 살게 된 열명의 각기 개성 강한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청춘의 가장 아름다운 열정이 가득한 이야기에 빠져들고 있었다...지난 3일간...출퇴근 시간과 짬나는 틈틈이 읽어낸 이 소설을 읽고 난 후 나의 가슴은 삶에 대한 강한 애착으로 가득해졌다...
요즘들어 손에 잡히는대로 읽게 되는 일본소설들은 조금은 가벼운 느낌의 스토리가 많았고 분량또한 적었었는데, 그 일본소설들에 비해 꽤 긴 두권의 장편임에도 읽는 내내 지루함이란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만큼 속도감있게 읽혀졌다...
스포츠를 소재로 한 일련의 소설들과 영화들이 그러하듯 강력한 승부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배신과 음모는 이 소설에선 찾아보기 힘들다..그 대신에 한단계 한단계 그들의 열정과 승부사적인 기질들이 업그레이드 되는 모습들을 지켜보면서,,아니다....지켜보는게 아니라 나또한 그들의 심정이 되어 그 속에서 내 자아또한 조금씩 성숙해져 가고 있었다..
달리기 위해서 태어난 듯한 가케루와 달리고 싶어도 달리지 못하는 고통을 기요세,,다른 듯 하면서 닮아있는 그들의 관계속에서 나의 인간관계도 살펴보게 되었고,,, ^^
가케루가 때로는 중독처럼 달리면서 느끼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중간강도의 운동을 30분이상 지속했을 때 느끼는 행복감) 를 나또한 느끼고 있었다...1권을 속도감 있게 읽었다면 2권은 빛의 속도로 읽어내고 있었다..읽는게 아니라 이야기 속에 빨려들어 갔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손에서 책을 뗄수가 없었고,,화장실 가기도 참을만큼 (왜 영화관에서긴 런닝타임의 영화를 보면서 생리적인 현상이 자꾸만 나를 괴롭히더라도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을만큼의..^^ )과히 빠져들고 있었다...이렇게 즐거울 수가...
열명의 등장인물들이 주.조연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만큼 이야기속 인물들의 개성과 삶에 대한 방식 또한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개성 강한 인물들의 묘사가 정말 멋지게 그려졌고, 그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점이 조화롭게 펼쳐지고 있었다. 하코네 역전경주라는 한가지 목표를 위해 달리고 있는 인물이 열명이듯이 그 속에는 열명의 입장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생생한 인생이 들어있었다.
하코네 역전 경주코스는 열명의 인물들이 각자 1구간씩 총 10구간을 이틀에 걸쳐 이어 달리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구간에서 달리기에 최선을 다하고, 그것을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모두 담아내고 있다. 너무나도 생생하게 그들의 달리기를 나또한 같이 하고 있었다. 내가 그들이 되어 버린 것이다..뛰는 동안 왕자가 되어 힘겹게 1구간을 마쳤고, 신동이 되어 아픈몸을 이끌고 나만을 위해서가 아닌 모두를 위해서 포기하지 않고 달리고 있었다.. 가케루가 되어 상체를 곧게 하고 내 긴(?)다리로 점차 보폭을 넓히면서 한발한발 결승점을 향해 힘차게 내딛고 있었다...거칠었던 호흡이 어느덧 평온함을 되찾으며 물아일체의 세계로 빠져들고 있었다...내 마음이 드디어 그들과 한마음 한몸이 되어버린 것이다...나도 모르게...마지막주자 기요세가 되어 다시는 달릴 수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달리겠다고 결심하고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을 찾아낸듯 맑디맑은 표정으로 멈추지 않고 결승점으로 들어오는 순간 내 행복도 그 속에 있는냥 나도 모르게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의 환희가 느껴졌다...
사람들은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한다.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고, 평범한 코스도 있고,,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힘든 코스도 지나야한다..때론 바람이 불고,,강하게 햇빛이 작렬할때도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라토너는 힘차게 달린다...그중에 1위가 목표인 사람도 있을 것이고, 완주가 목표인 사람도 있을 것이고,,,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자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저마다 목표가 다르지만 그 힘든 과정들을 거치고 당당히 그리고 힘차게 내딛는 그들의 발걸음이 더욱 강해지고 단단해지기 위해 그들은 쉼없는 노력들을 해야만한다.
하물며,,나의 인생엔 연습이 없다...힘차게 앞으로 걸어야할 전진만이 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위대한 배움을 얻을 기회는 많지 않다. 그러나 행운처럼 찾아오는 어떤 배움을 계시의 빛이 되어 삶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적어도 책을 통하면 그런 배움의 기회는 더 많아지는 듯 하다. 이 책은 요즘들어 지치고 곤비해지는 내 삶에 몸과 마음을 동시에 치료하는 영혼의 연금술사 같았다.
실패나 좌절을 경험했을 때, 갈등과 방황의 시기에, 그저 사는 일이 버거울 때 누군가가 해준 한마디가 가슴속에 오래 남을 때가 있다. 그 한마디 말이 삶의 갈림길에서 나침반이 되어 주기도 하고, 절망에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론 어떤 말들보다도 한 권의 책으로도 내 마음을 전할때 내게도 그건 기쁨이 된다..영혼에 큰 울림으로 다가왔던 책 한권을 권하며 때론 힘내지 않아도 괜찮다고,,말해주고 싶다..이 책은 그런 느낌이 든다..
이제 세상에 한발 더 다가서 내 조카에게 "가슴 뛰는 일을 하라"며 전해주고 싶은 책이다..가끔은 내게도 저렇게 욕심많게 살아가고 싶은 시절이 있었지..라며 추억할수 있는 시간들이 되어준 고마운 책이다...
책을 읽는내내 참으로 행복했고,,따뜻한 감동으로 힘차게 살아갈 위안 또한 얻은 귀중하고 값진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