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나의 베르사체,
오페라 작곡가 루쩨로 레온카발로가 팔리아치에서 내게 노래하였습니다.
의상을 입어라!
네. 그래서 거금 5만원씩이나 들여 마련한 의상들입니다.
북커버의 필요성을 못느끼다가 한번 사용해 보았더니 그냥 책만 들고 읽으면
맹송맹송한 기분이 다 들더군요.
평소 책을 들고 다니면서 읽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남에게 표지를 보일 일도 없지만
외출할 때 가지고 다니면서 읽으면 간지날 것 같기는 합니다.
그래서 가장 아끼는 내 아가들(?)에게 이 베르사체를 감싸줍니다.
그러면 책을 읽는 마음 자세도 자연스레 경건해지고
책에 담긴 내용이 제 마음과 머리속에 아롱다롱 새겨지는 듯 싶습니다.
이것은 나의 구찌,
이 책상과 의자 그리고 독서대는 나의 사상을 담는 명품 가방이기 때문입니다.
참, 이것들은 사랑하는 저의 어머님께서 아들에게 사주신 위대한 유산들입니다.
책상과 의자를 집에 들이고 사진 속처럼 풍경을 담백하게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이런저런 물건들이 점령해서 제 안중을 어지렵히고 있습니다.
깔맞춤으로 찬조출연한 데스크 매트도 물론 내돈내산입니다.
오늘 내 구찌에 담을 사상은 무엇일까 자못 기대됩니다.
지난 4월 말 <백낙청 회화록> 8권이 새로 나왔습니다.
대담, 좌담, 토론 등 여러가지 이름이 있는데 서명으로 회화(會話)라는 이름을 붙인 간행의 말로,
대화라는 형식은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진술하는 수사법과 대립되는 방법으로서
예부터 진리 발견의 절차로 주목되어왔습니다.
그리고 좌담은 동아시아 근대 저널에서 독자들에게 순발력 있는 대화의 흥미를 안겨주는
부담 없는 읽을거리이자, 참여자들의 대등한 의견교환을 통해
각자의 입장을 명료하게 전달하는 형식이어서 널리 활용되어왔습니다.
선생은 이런저런 형식의 이야기 나눔을 통칭하여 '회화'라고 일컫기를 즐겨하는데,
요즘 이 낱말은 외국어 회화에 국한되어 쓰이는 경향도 있습니다만 원래 더 넓은 의미로 사용되어온 말이고,
'대화'처럼 진리 발견의 한 수단인 동시에 더 격의 없는 어울림을 연상케 하기 때문인 듯 합니다.
참고로, 나의 베르사체를 입은 책들은 이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