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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에 읽을 거리로 두 권을 정하여 두었지만, 역사적인 을유년을 시작하고 나서 하는 일이라고는
지난 해 읽다가 쌓아 놓았던 책들을 꺼내어 읽지 못한 부분을 찾아내어 마저 읽는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책 마지막 장에 一讀 年,月,日 숫자를 기입한다.
온라인에서 책을 구입하는 일이 있기 전에는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고 책 값을 계산할 적마다
책갈피를 몇 장 또는 몇 십장씩 책봉투에 쟁여 놓곤 했다.
이유는 단 한가지. 읽다 만 책을 처음부터 다시 읽지 않으려고 표시해 두기 위해서이다.
이렇게 책 속으로 사라진 책갈피가 족히 천 개는 될 듯 싶다.
내 서가에 꽂혀 있는 책을 무작위로 뽑아 보아도 어김없이 세월 지난 책갈피가 내게 얼굴을 내민다.
내 서재에 리뷰가 없는 이유도 여기에 해당이 된다.
나는 처음부터 내 독서행태를 주제 파악하여서 미리 그렇게 간판을 걸어 두었던 것이다.
책이 몇 권 없던 어린 시절에는 두 권을 동시에 읽거나, 수십권의 책을 이딴 식으로 읽는다는 작가의 말이
정신없이 사는 딴나라 사람으로 여겼는데 한 이십년 만에 내 자신이 그런 족속으로 변한 것이다.
그러니 내가 쓰는 책이야기는 정확하게는 내가 만난 '책 인상기'란 말이 정확한 표현이다.
난독(亂讀)에 지독(遲讀)이 합쳐지고 여기에 책소유욕이 더해지니 내 서재는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내가 경험하여 곧이 곧대로 믿고 있는 일이지만,
사진속에서 책이 서가에 세워져 있지 않고 층층이 누워 있는 서가를 구경할 경우,
책의 무게로 보아 아주 오래 전에 들쳐 보았거나,
아니면 다시 깨어날 생각이 없는 죽음과 같은 동면 중이라 생각하게 된다.
각설하고,
그래도 끝에 一讀 표시를 하려고 다시 책을 붙잡는 것은 저자와 해피엔딩을 하려고 애쓴 흔적이고,
가지못한 책 속으로 난 길에 대한 그리움에 붙잡힌 까닭이다.
이것이 내가 새해 벽두에 책 설거지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