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 시골에서 농사 짓고 살아온 이야기를 질박하게 담아낸 베스트셀러 수필집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의 저자 언눔(무명씨) 전우익씨가 19일 오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9세.
봉화 대지주 집안에서 태어난 전씨는 해방 후 민청에서 활동하다 한국전쟁 직후 사회안전법 위반으로 6년 여 감옥생활을 마친 뒤 줄곧 고향 상운면 구천리에서 나무를 자식처럼 사랑한 촌로다.
그를 ‘깊은 산 속 약초 같은 귀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신경림 시인의 주선으로 1993년 현암사에서 펴낸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는 농사짓는 이야기와 나무 키우는 재미, 흙 나무 숲을 등진 도시인을 향한 안타까움, 존경하는 작가나 작품 이야기 등을 담은 에세이집.
전씨가 가까이 사는 동화작가 권정생씨, 신영복 현 성공회대 교수, 김용택 시인 등 지인에게 보낸 편지글로, 자연의 이치와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지 않는 생활철학, 바른 눈 바른 정신으로 세상을 꾸짖는 쓴 소리를 담박한 문체에 담아 큰 사랑을 받았다. 2002년 9월 MBC ‘!느낌표’ 좋은 책으로 선정됐으며, 지금까지 40쇄를 찍어 100만 부 이상 팔렸다. 이어 현암사에서 낸 에세이 ‘호박이 어디 공짜로 굴러옵니까’ ‘사람이 뭔데’도 호평 받았다.
유족으로는 아들 전용구씨 등 3남3녀. 빈소는 경북 봉화 혜성병원, 발인 21일 오전 8시. (054)673-6762
김범수 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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