祭亡妹歌

 

              

                           - 월명사(月明師)

 

 

생사의 길은

여기 있으매 두려워지고

나는 간다 말도

못다 이르고 갔느냐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여기저기 떨어지는 잎처럼

한 가지에 나서

가는 곳을 모르는구나

아 미타찰에서 너를 만나볼 나는

도를 닦아 기다리련다

 

 

  

 

     !  **님

 

**님이 주신 방명록의 글을 읽고서 한참이나 멍한 상태로

무슨 말씀으로 인사의 말머리를 열까 고심하며 오후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님의 행복한 블로그에 꽤 긴 시간동안 새 글이 올라오지 않아서

바쁘신 일이 있겠거니 생각하며, 잠시 쉬어가는 정도로만 헤아리고 있었습니다.

아버님께서 저 세상으로 돌아가셨다는 슬픈 소식이 정말 믿어지지가 않는군요.

 

사고로 다치시고 병원입원 치료후 많이 좋아지셔서 퇴원하시고

댁에서 재활치료하시면서 아버님 어머님의 재미있는 일상을 전해주셔서

요즘은 추수철을 맞이하여 농사일로 여념이 없으실 부모님들을 그리고 있었으니까요.

효녀, **님 부부가 일손을 도우러 친정을 방문하는 풍경도 그리고 있었구요.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손자손녀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시며

웃으시는 얼굴도 떠올리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이 어인 슬픈 소식이랍니까.

예쁜 막내딸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겨우 요만큼만 보시고 돌아가시다니요.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산 자는 죽게 마련이고, 만나면 헤어지는 것은 神이 마련한 불변의 진리이긴 하지만

너무나 이르게 피안의 길로 떠나신 아버님이시군요.

뒤도 돌아보지 않으시고 바쁘게 길을 재촉하신 아버님때문에

삶의 긴 여정을 함께해 오셨던 어머님의 깊은 슬픔에 어떤 위로가 가당키나 하겠습니까.

큰 집에 허허로이 지내실 어머님 곁에 아버님의 부재라는 사실은

앞으로도 긴 시간 메꿀 수 없는 심리적 간극으로 다가올 터이니까요.

 

**님, 고등학교 고전문학 시간에 삼대목이니 일연이니 하면서 신라의 향가를 배울때면

왜 이렇게 따분한 글들을 익힐까하며 하품하며 공부하였습니다.

그렇게 시험을 대비한 구절 해석만 하였더니 시험이 끝나면 더 이상 내게 해당사항이 없는 

글로만 여겨지고 그래 이내 기억속에서 사라졌지요.

그러다 죽음으로 이별하는 슬픔을 노래한 시인의 해설에서

더 이상의 절창이 없겠다싶게 저에게 이 시가 찾아온 것은

제 주위에 생사의 문제가 절실하게 케이스로 닥아왔기 때문일겝니다.

 

그렇습니다.

돌아가신 분을 추모하며 남은 가족들, 친구들, 이웃들은 마땅히 道를 닦으며

순식간에 가까운 우리의 인생이 끝나면 있을 생사의 江을 넘어 만날 인연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야 할 의무가 있다고 봅니다.

 

**님,

이 세상을 예쁘고 착하게만 살아가는 **님께 해일처럼 찾아온 아버님이 전해준 별리의 슬픔이

**, **와 아빠와 함께 기쁨으로 살아가는 동안 만날 행복에게 전하는 메세지가

아버님께서 남기신 커다란 뜻이리라 믿습니다.

 

열심히 땅을 일구며 자연과 함께 사시다가 이제는 그 자연이 되신 아버님의 영혼에

**님 친구인 제가 아버님 영전에 큰 절 올립니다.

부디, 아버님의 명복을 빕니다.

 

*** 드림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6-12-05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호승 시인의 시 제목인 줄 알고 들어왔습니다.
날씨가 쌀쌀한데, 마음마저 너무 쓸쓸하지 않도록...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stella.K 2006-12-05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 오랫만이라 반가웠는데, 서재 어느 분이 슬픈 일을 당하셨군요. 제가 서재활동 반경이 그리 넓지가 못해 직접 위로를 전해 드리지도 못하겠군요. 그분이 여기 오시겠죠? 모쪼록 니르바나님의 많은 위로를 받게 되시길 바랍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06-12-05 1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2-05 1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누아 2006-12-05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에서만 오늘 두 번째 부고를 접합니다. 이렇게 죽고 사는 일이 일상이거니 하여도 닥치면 쏟아지는 슬픔과 알 수 없는 분노를 가누기 어렵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그 부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또한 견딜 수 없어집니다. 지금에 무슨 말이 위로가 되겠습니까...허나 생사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그저 마음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잠시나마 남은 이에게 위로를 전합니다.

혜덕화 2006-12-05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는 일 자체가 고통임을 이런 슬픔에서 느낍니다. 님의 글이 그 분의 마음에 가 닿기를......

2006-12-06 1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니르바나 2006-12-07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님, 스산한 바람이 일면 벌써 마음엔 커다란 파문이 일겠지요.
그리고 사랑은 슬픔이 기쁨에게 전하는 말이랍니다.
체셔님의 위로에 감사드립니다.^^

니르바나 2006-12-07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오랜만에 만나뵈서 반갑습니다.
그분은 알라딘 서재인이 아니랍니다.
그래도 스텔라님의 따뜻한 마음은 전해드릴께요.
감사합니다.^^

니르바나 2006-12-07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22 님, 올해는 제 사촌동생들이게 큰 아픔이 있는 해가 되었습니다.
지난 여름 저 세상에 간 동생이야기는 말씀드린 적이 있고,
최근에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생도 있으니 이런 일이 남의 일 같지 않군요.
건강을 빌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니르바나 2006-12-07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38 님, 금촌댁~

니르바나 2006-12-07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누아님, 안녕하세요.^^
맞아요. 죽음은 추상이라서 비록 아무리 연습한다해도
막상 마주하면 설명할 수 없는 혼돈의 상태로 우리를 빠뜨리지요.
이누아님 위로의 말씀은 더욱 마음에 감동으로 전해져 오는군요.

니르바나 2006-12-07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 안녕하세요.
말씀하신대로 생로병사의 고통에서 벗아나는 삶의 공부길이
그분에게 마련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것이 먼저 가신 분의 뜻이기도 하겠지요.

니르바나 2006-12-07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06 16:05 님, 조금 이른 도착일 뿐입니다.^^
즐감하시길...

2006-12-07 1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니르바나 2006-12-07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노바님, 새벽에 일어나서 일을 하신다니 열심히 사시는군요.
신간의 경우 인터넷 화면에 나온 정보로는 가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가 그랬습니다. 또 하나의 편역이겠거니해서 이전의 평전으로 만족하려고 했지요.
그런데 오랜만에 찾은 교보문고 진열대에서 실물확인하고 만족하였답니다.
사진도 마음에 와 닿았구요. 행동은 더 마음에 드는 분이시지요.
댁에선 책이 여러가지 일을 만드는군요.ㅎㅎ
다정다감한 인사 말씀에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