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 어느 책방에 머물러 있던 청춘의 글씨들
윤성근 엮음 / 큐리어스(Qrious)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때때로 나는 나의 고독과 함께 잠잤기에 고독을 거의 한 친구처럼 하나의 달콤한 습관처럼 삼고 말았네. 그래서 고독은 마치 그림자처럼 충실하게 나를 따랐지. 아니 난 결코 외롭지 않아. 나의 고독과 함께 있기에.
- 헤겔의 책에 쓰인 이 글은 김수영의 시 <거미>를 떠오르게 한다. 으스러지게 서러운 외로움, 고독과 아픔들이 달콤한 습관이 되는 무서운 진실. 고독은 끊을 수 없을 만큼 단맛이다. (49)

경마 경기에 나가는 말들은 ‘부담중량’이라는 무게를 핸디캡으로 짊어진다. 뛰어난 말일수록 더 무거운 짐을 지게 되고, 그것을 이겨내야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 경쟁자뿐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이겨야 하는 것이다. (69)

스피노자의 <에티카>는 나무를 닮았다. 다른 철학 책도 그렇겠지만 특히 이 책은 여러 가지 기본 인식과 정리, 정의들을 늘어놓고 그것을 모아 커다란 공리를 세우는 구조다. 나무가 땅속에 넓게 퍼진 뿌리를 갖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위로 자란 나무는 또 다시 뿌리처럼, 그러나 이번엔 하늘을 향해 가지를 내뻗는다. 뿌리로부터 하나의 생각이 완성되면 자연히 그 생각을 기본으로 무수히 많은 사유를 내놓을 수 있다. 그것은 마치 나무의 줄기와 잎, 그리고 튼실한 열매와 같다. 그러므로 <에티카>를 읽는 것 자체가 바로 자기 안에 나무를 하나 심는 일과 같았을지도 모른다.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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