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들은 부엌으로 갔다
최영재 지음, 김용해 사진 / 가나북스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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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라는 말만 들으면 떠오르는 단어들이 있다. 파 3.5cm 간장 3 테이블 스푼, 소고기 150g. 이런 말들을 들으면 파와 간장과 소고기가 각각 3.5cm의 크기로 3 테이블 스푼과 150g의 양으로 들어가는군 하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만 저렇게 요리하다가 빌어먹겠다는 생각이 들 뿐. 자와 계량스푼과 저울을 가지고 어느 천년에 음식을 만든다는 말인가. 허나 그렇다고 해서 파 적당한 굵기 간장 적당량 소고기 적당량은 더 황당스럽다. 그 적당량을 안다면 뭣하러 요리책을 보고 요리 프로그램을 보겠는가 말이다.

사실 음식은 순전히 손맛이다. 음식 잘하기로 소문난 사람 치고 나는 계량컵들고 저울에 재료 올려가며 만드는 사람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 눈대중과 손끝에서 나오는 그 무언가가 똑같은 재료를 가지고 똑같은 음식을 만들어도 다 다른 맛을 내는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런 솜씨는 단지 몇번 만들어 보는 것으로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음식을 만들때 너무 조급하다. 한두번 실패할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게 아니라 처음 만들자 마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 음식맛이 나기를 바란다. 다른 일은 그렇지 않으면서 유독 요리에는 사람들이 모두 인내심이 없는것 같다. (하긴 입에 넣어야 하니 인내심을 기르기가 힘든지도 모른다.)

이 책은 28명의 인사들이 자신들만의 요리를 선보인다. 토종 한국식이기도 하고 퓨전이기도 하고 때로는 이탈리아 요리이기도 한 다양한 음식들이 한 책안에 있다. 그러나 그 레시피는 매우 놀랍도록 간단하다. 절대 10줄을 넘지 않은 레시피로 그 어렵다는 요리를 요약해놓은 솜씨가 놀라울 뿐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보고 이렇게 만들어 보세요가 아닌. 명사들은 이런 요리를 할 줄 알거나 혹은 좋아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남자이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유명 인사인 이들은 두 부류이다. 평소 요리를 곧잘 했거나 아니면 기사를 위해 (신동아일보에 연재되었다고 한다.) 그날 처음으로 앞치마를 둘렀거나. 아무튼 그들은 요리를 하고 요리 이외에도 여러가지 얘기들을 한다. 일부러 그런 사람들을 모아놓은지 모르겠지만 그 분들의 한결같은 특징은 밖에서는 호랑이지만 아내에게는 꼼짝못해요 라는 것이다. 한때는 저런 타입의 남자들이 무척 신선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좀 진부하다. 부부끼리는 왜 평등하지 못하고 한쪽이 말 잘듣거나 꼼짝을 못하는 분위기가 연출되어야 하는 것일까?

책을 보고 요리를 그대로 해 보겠다고 마음먹지 않는다면 이 책은 그냥그냥 재미삼아 읽어볼만 하다. 하지만 뭐 그렇게 꼭 권하고 싶지는 않다. 그들이 들려주는 얘기도 요리도 내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예 얘기들이 재미있던가 아니면 요리를 진짜 따라할 수 있도록 레시피가 디테일하거나 했다면 훨씬 좋았을텐데... 너무나 마초적인 냄새가 나지만 그걸 요리 냄새와 화목한 가정의 향기로 가린 느낌이라고나 할까? 존 그리샴의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를 카피한 책 제목은 좋았지만 그들의 부엌에서 나는 아무런 감흥도 받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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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2-13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메피스토입니다..^^
음식이란 타이틀을 내민 책이지만 왠지 음식냄새는
안나고 `명사들'에 촛점이 맞춰진 듯 하네요...^^

플라시보 2006-03-17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맞습니다. 음식은 좀 뒷전이고 오직 명사만 가득한 책입니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