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건물에는 건물 자체에 케이블 TV가 가입이 되어 있다. 허나 이런식의 가입은 SKY Life같은 것과 달리 채널이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데 얼마전 부터 밤 10시 정도가 되면 3번 채널에서 On Style 채널이 나오는게 아닌가 (이상하게 낮에는 안나온다.) 덕분에 나는 어제 오프라 윈프리쇼를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오프라 윈프리쇼는 워낙에 유명해서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어 덧붙이자면. 미국에서 1976년부터 시작된 장수 토크쇼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오프라 윈프리라는 흑인 여성이 진행하며 연예인은 물론 사회 각계 각층의 인사들이 출연한다. 오프라 윈프리쇼에 출연하는 것 만으로도 그 사람은 이미 세계적인 영향력 내지는 유명세가 있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이 쇼는 단순한 토크쇼 이상이다.
오프라 윈프리쇼는 방청객들에게 선물을 주기로 유명하다. 오프라가 재밌게 읽은 책이랄지 가끔은 자가용을 주기도 하고 집을 고쳐주거나 스타일을 바꿔주기도 한다. 이 모든게 오프라의 힘으로 이뤄진다니 놀랍지 않을수가 없다. 어제 본 내용은 오스카 시상식장의 뒷 얘기들이었는데 과연 처음 봤지만 시선을 확 잡아 끌 만큼 그녀의 진행방식은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 조금도 떨려하거나 혹은 자신이 뭘 하는지 모르는 느낌. 그리고 대본대로 말을 한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다만 꽤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얼굴 피부를 너무 당겨서인지 고무인간 같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사실 외모는 오프라의 명성에 그다지 중요한게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흑인에 뚱뚱하고 못생긴편인 그녀가 성공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가끔 여성 토크쇼 진행자들이 한국의 오프라 윈프리를 꿈꾼다고 했을때, 나는 뭐가 그렇게 대단한 여자인가 했었는데 단 한번의 시청으로 나는 오프라 윈프리의 카리스마를 느꼈다.
물론 오프라 윈프리쇼는 가만히 보면 좀 이상한 구석이 있다. 일제히 박수치고 '우~' 혹은 '와~' 하는 소리만 내는 우리나라의 방청객들과 달리 오프라쇼에 나온 방청객들은 잔뜩 흥분해있다. 그 속에 오프라는 마치 교주처럼 그들 위에 군림하고 있었다. 오프라의 작은 한마디에도 방청객들은 감동하고 눈물을 흘리고 일어서서 박수를 치고 난리였다. 이건 마치 굉장히 잘 나가는 교회의 풍경을 떠 올리게 했다. 스타 목사와 그에게 완전히 정신적으로 매료되어 있는 광신도들.
물론 그녀는 대단하다. 수없이 많은 상을 받았고 토크쇼 진행자뿐 아니라 기업가로써도 유명하다. 다방면에 걸쳐 그녀만큼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여성은 전세계적으로 드물 것이다. 하지만 그녀를 대하는 방청객들의 모습은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 어느정도 감동받거나 재미있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알겠지만 저렇게까지 과한 표현을 할 정도인가 싶었다. 어쩌면 내가 단 한번 밖에 오프라쇼를 보지 못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미국에서 유명해져서 들어온 프로그램중에 내가 좋아하는 것은 위기의 주부들과 엑스파일, CSI시리즈 정도가 아니었나 싶다. 오프라 윈프리도 거기에 들지 안들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그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