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꽤 늦은시간에 이 영화를 봤다. TV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보게 되었다.

내용은 아이들 4명이 실종되었다가 18일만에 발견이 되는데 모두 죽고 그 중 단 한명만 살아남아서 돌아온다. 그녀의 이름은 리즈. 그녀는 너무 큰 충격을 받아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정신과 여의사 필라는 최대한 리즈가 충격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 그때의 얘기를 조금씩 듣게 된다. 리즈가 해 준 얘기는 이러하다. 그녀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마이크를 짝사랑한다. 하지만 롹가수의 아들인 마이크는 평범한 외모에 놀림이나 당하는 리즈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 그러던 리즈는 자신을 좋아하는 마틴에게서 지하 벙커에서 마이크와 친구 몇몇과 은밀한 파티를 하면 어떠냐고 제안한다. 리즈는 자신에게 유일하게 잘 해주는 킹카 프랭키와 마이크, 그리고 제프를 초대하는데 성공한다. 지하 벙커에서 신나게 파티를 하던 그들. 그러나 문을 열어주기로 한 마틴이 문을 열어주지 않고. 아이들은 점점 공포에 빠진다.

경찰은 마틴을 잡아서 신문을 하지만 그는 지하벙커에 아이들을 데러가지도 않았고 리즈에게 그런 제안을 하지도 않았다고 말한다. 더구나 리즈의 말과 달리 그녀 역시 프랭키와 같은 학교내의 노는 그룹의 아이들이라고 한다. 이제 마틴의 말이 진실인지 리즈의 말이 진실인지 영화는 내내 아리송한 분위기로 보여준다. 그러다 리즈는 정신과 의사 필라에게 지하 벙커로 가서 진실을 말해준다.

이 영화는 뭐니뭐니 해도 도라 버치(리즈 분) 의 영화이다. 리즈 자신이 말하는 진실속의 리즈와 실제의 리즈 이렇게 1인 2역에 가까운 두가지 캐릭터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도라 버치는 예전에 아메리칸 뷰티에서 주인공의 딸로 출연한 적이 있었다. 그래도 기억이 가물하다면 판타스틱 소녀 백서는 어떤가. (거기서 도라버치와 함께 다니던 여자아이가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스칼렛 요한슨이다.) 그렇게 많은 필모그라피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도라 버치는 헐리우드에서 확실한 자기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어린 여배우이다. 나는 도라 버치를 볼때마다 크리스티나 리치가 떠오르는데 언뜻 보면 둘이 좀 닮기도 했다. 이 영화는 오직 그녀를 위한 영화이다. 도라 버치는 더 홀에서 사랑에 반 미쳐버린 소녀의 연기를 리얼하게 한다. 어떻게 보면 토실토실한 아기천사처럼 생긴 그녀이지만 마지막에 모든 진실을 말하고 나서 여의사 필라를 처다볼때의 그 표정은 어떤 공포영화에서의 배우들보다 섬찟한 모습을 보여줬다.

영화는 진실이 뭐냐고 묻는다기 보다는 처음에는 약간 헤깔리도록 해 놨지만 끝에가서는 모든걸 다 말해준

다. 그러니까 알아맞춰보시라 같은 영화는 아니라는 거다. 그 보다는 한 소녀의 사랑과 집착이 얼마나 무서울 수 있는지. 그리고 순진하게 보이는 아이들이 실제로는 어른과 똑같거나 혹은 어른들 이상으로 잔혹할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록 리즈는 아이들을 죽이지는 않았지만 그들 모두를 속임으로 인해 죽인거나 마찬가지이다. 그녀가 그랬던 이유는 단 하나 사랑이었다. 마이크를 향한 자신의 사랑은 어떤 나쁜짓도 어떤 악도 다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친구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여자들의 첫사랑은 어떻게 보면 다 미친짓이라고. 그때에 쏟아붙는 열정과 집중도는 정말이지 대단하다. 거기다 처음이라는 것 때문에 어찌해야 할지도 모르고 갈피를 잡지도 못하는 사랑은 조금만 어긋나도 끔찍한 결과를 낳는다. 아직 사랑과 집착을 구분하지 못하는 그 시기. 친구와 나는 그나마 우리의 첫사랑이 별 광기를 지니지 않았음을 감사했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친구와 나누었던 대화가 떠 올랐다. 더 홀 역시 리즈라는 여자아이의 첫사랑을. 다행스럽게 우리처럼 광기없이 보내지 못하고 뭐든 다 버려도 사랑만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여자아이가 얼마나 무모하고 잔인해질 수있는지를 보여준다. 미치지 않은 사람도 미치게 만들 수 있는것. 그게 아름다운 사랑뒤에 숨겨진 그림자가 아닐까 싶었다. 생각해보면 사랑과 집착은 구분하기 힘들고 관심과 간섭또한 구분하기 힘들다. 그걸 얼마나 잘 조절하느냐는 어쩌면 얼만큼 자신을 위하는가와 같은 얘기일 것이다. 그러니까 사랑에 자신을 다 던지지 않아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밤에 혼자 보기에는 약간 무섭지만. 겁이 많은 내가 끝까지 본걸로 봐서 아주 무서운 영화는 아니다. 그렇지만 귀신이 훨훨 날아다니는 영화보다 사람의 심리를 다룬 이 영화가 나는 훨씬 더 무섭게 느껴졌다. 혹시 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비디오로 빌려보거나 케이블 채널에서 해 줄때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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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 2005-04-22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자세한 내용은 기억 안나지만 리즈를 끝까지 믿으려했던 했던 여의사에게 마지막으로 진실을 말하고 난 뒤의 섬뜩한 표정은 기억납니다..

mannerist 2005-04-22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음... 보고 싶긴 한데... 스크림 보고 3일동안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잔 기억이 있는 매너는 대략 패스. 입니다. 근데-_-뽐뿌질 하신 거 읽구 보고싶은 맘도 생기긴 하군요. 뭐 이제 7년이 흘렀으니... 삼일이 이틀 정도로 줄겠죠 뭐 -_-;;;;

플라시보 2005-04-23 0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그렇죠? 전혀 공포스럽게 생긴 마스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섬뜩했었습니다.

mannerist님. 아. 스크림 보다는 많이 약한 공포물입니다. 많이 무섭지 않아요. 빌려보세요.^^ (모르긴 해도 겁은 님보다 제가 더 많습니다.^^ 전 스크림 아예 볼 생각도 못했거든요. 흐흐. 그런 제가 보고도 무섭다는 느낌이 별로 안남은걸 보면 괜찮을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