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상식 - 좌파 자유주의자 변정수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2
변정수 지음 / 모티브북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책을 선물받게 되면 가장 곤혹스러울때가 바로 그 책이 나와는 그다지 코드가 맞지 않을때이다 마침 나에게도 너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책이라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정말 난감하다. 책을 내가 골랐을때야 별 사심없이 느낀 그대로 말 할 수 있지만 내가 고르지 않은 책일 경우 더더욱 그렇다. 이 책이 내게는 그런 책이다. 거기다 이 책의 리뷰를 보니 책의 저자가 아주 긴 답변까지 달아놨다. 그렇다면 책의 저자는 알라딘을 알고 있으며 적어도 자신의 책에대한 리뷰는 본다는 말인데... 이것 참 난감하기 그지없다.

우선 이 책이 가진 장점부터 말 해야겠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든 가장 큰 생각은 사건이나 현상을 바라보는 시점이 모두 하나이지는 않구나하는 다양성을 보게 된 것이었다. 책에 나온 갖가지 얘기들 중에서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었지만. 적어도 내게 이 세상은 정말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곳이라는 것은 충분하게 일깨워주었다. 거기다 저자의 거침없는 필체 또한 힘있고 좋았다. 자신의 주장을 눈치 봐가며 이렇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펼치는게 아니라 이러하다라고 확실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것. 그건 그 생각이 맞고 틀림을 떠나서 그만큼 저자가 그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확고함을 보여줄 수 있는게 아닌가 싶다. 저자가 다룬 내용은 아주 다양하다. 대통령 탄핵부터 얼짱 신드롬 성적 소수자와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한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들이 총 망라되어 있다. 제목은 다소 정치스럽지만 책의 내용은 정치뿐 아니라 문화와 경제등을 다 다루고 있다. 평소 아주 큰 이슈꺼리가 아니면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 별로 목소리를 내지 않는 (더 솔직해지자 생각조차 잘 안하는) 나로써는 이런 책으로라도 그 현상에 대한 시각을 접할 수 있다는게 참으로 다행스러웠다.

하지만 문제점도 분명하게 있다. 저자는 똑같은 말을 너무 많이 되풀이한다. 심지어 앞장에 했던 한장 분량의 글을 뒷장에서 토시 몇개만 다를뿐 그대로 옮겨놓은 경우도 있다. 물론 다루는 내용은 조금 다르지만 그게 꽤 자주 반복되다 보니 왜 앞장에서 다 다루지 않고 이렇게 뒷 장에다 똑같은 얘기를 또 써놨을까? 둘이 하나로 뭉치는건 불가능 했을까? 라는 의문점이 든다. 만약 각기 다른장에 다루어야 했다면 좀 다른 예를 들수는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책의 제본이 잘못된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똑같이 아주 긴 분량이 되풀이되는 것은 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저자가 조금은 너그러운 태도로 글을 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물론 저자의 생각에는 그 일들이 결코 너그러워질수 없는 정말 개똥같은 작태들이라 해도 너무 꼿꼿하면 부러지는 법이다. 자신의 생각을 말 하는 것에만 만족한다면 별 수 없지만 그 생각들을 독자에게 어필하고 싶다거나 혹은 반대로 생각하는 독자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생각을 바꾸게 하고 싶다면 지나치게 확신에 찬 어조들은 위험하다. 상대를 은근히 깔아 뭉게는듯한 말투. 그리고 자신의 생각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뇌를 찜쪄먹은 무뇌아인듯이 심하게 표현해 놓은것을 보면 조금 거슬릴때가 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정말 똑똑하고 잘난 사람들은 자신의 주장을 그렇게 펼치지 않는다. 문제의 핵심이 분명히 있는데 단지 표현법이나 어조 혹은 말하는 태도 때문에 비위만 잔뜩 건드린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 물론 저자는 그럴지도 모른다. 무식한 니가 뭘 아냐고. 너 같은 인간들을 개몽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확신에찬 어조여야 한다고. 뭐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듣기 좋지는 않았다.

똑같은 현상을 두고라도 사람들은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그 의견을 얼마나 잘 표현하는 것인가인데 내가 볼때 저자는 그런면에 조금 서툴었던것 같다. 조금만 더 부드럽고 너그러운 시선으로 자신의 의견을 말 했더라면 좋았을텐데. 이건 마치 선생님께 잘못하고 교무실에 불려갔는데 손을 잡고 조근조근 타 이르는 선생님께는 내 잘못을 시인하게되고 마음 속으로 반성하게 되는데 가자마자 과격한 어조로 몽둥이를 들고 설친다면 제아무리 잘못을 했더라도 삐딱한 생각이 드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가 확실한 어조를 낼 수밖에 없을만큼 이 사회가 한심스럽고 무지할수도 있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그 무지한 인간들을 많이 생각하고 많이 배운 그가 부드럽게 가르쳐주고 설득해 줄수는 없었던 걸까?

나에게 다양한 시선을 알게 하고. 또 무지했던 부분을 일깨워준 고마운 책이기도 하지만 읽는 내내 조금 불편했던것도 사실이었다. 이건 이럴수도 있어 하는 말투와 바보냐? 것도 모르게? 하며 가르쳐주는 것은 분명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느낌이 다르다. 그가 순전히 자신의 생각을 나열해서 책으로 엮은것에만 만족하지 않는다면 한번쯤은 생각해볼 문제가 아닌가 싶다. 끝으로 이토록이나 많은 사회적 문제에 대해 관심을 귀울이고 귀를 열어두고 또 생각하는 저자같은 사람이 있기에 세상은 어떻게고 굴러가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의 부지런함과 다양한 시선에는 아낌없이 박수를 보낸다.

아. 그리고 책을 보내준 분께 감사드린다. 그 분이 아니었으면 나처럼 얄팍한 재미나 쫒는 인간이 어디서 이런책을 읽을 생각을 했을까? 이렇게라도 조금씩 생각하고 배우게 해 주어서 진심으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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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23 0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5-04-23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흐흐. 저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