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바꾸는 아티스트
지승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예전에 라디오를 듣다가 그런 일이 있었다. 아마 가수 김현철씨가 진행하는 프로였던것 같은데 지금은 활동을 하지 않는 모 그룹의 리더가 나왔었고 김현철씨가 가수 어쩌고 하자 그는 '가수라고 하지 마시고 아티스트라고 불러주세요' 라고 말했었다. 그 당시에는 아무 생각이 없이 넘어갔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가수가 참으로 시건방(?)을 떨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아티스트라는 칭호가 붙으려면 단순히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는 의미 만으로는 조금 부족하지 않나 싶다. 사실 예술은 어디서 어디까지가 예술이고 그 이외에는 다 헛짓 이라는 경계선이 없다. 내가 지금 종이 한장을 북 찢어서 개발새발 그림을 그려놓고 '무제' 라는 제목을 붙인다음 예술이라고 우길수도 있는 것이다. 허나 다행스럽게도 내가 그런다고 해서 날 아티스트 박이라 불러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적어도 현대의 예술은 골방에서 자기 혼자만의 세계에 몰입하는 것이 아닌 사람(대중) 과 사회(현실)을 함께 호흡하며 가지고 가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이 나올 시즌에는 큰 두가지 사건이 있었다.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고 주한미군의 장갑차에 깔려 꽃다운 나이의 효선이와 미선이가 명을 달리했다. 지승호는 인터뷰를 한 모든 사람들에게 저 두가지에 관해 질문을 했고 그들은 나름의 답을 했다. 즉 이 책은 아티스트라 불리는 사람들의 예술 세계에 대해 인터뷰를 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예술가로써의 그들 보다는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써 혹은 대한민국의 시민으로써의 인터뷰에 더 충실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달변가이건 그렇지 않건간에 지승호가 그들의 말에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통 인터뷰를 읽어보면 '이걸 과연 사람이 말 한게 맞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너무 근사하고 멋진 말들을 해 놓은 것들이 많은데 그런것의 대부분은 기자들이 매끄럽게 다듬은 것이다. (좀 머리가 빈 연예인들은 사전 질문서를 미리 받고 거기에 대해 소속사가 적어준 답변을 가져가서 그대로 읽는다고 한다.) 이 책에서 강헌과 신해철의 경우 상당한 달변가들이라서 비교적 말의 정리가 잘 되었지만 장봉근이나 박재동 김미화등은 약간씩 어색한 부분도 있고 그랬지만 여과없이 그대로 전해서 인터뷰의 신뢰성을 높였다.

읽으면서 내내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아티스트로써의 소임 뿐 아니라 자기들이 몸 담고 있는 사회에대해 무관심 하지 않으며. 적어도 자신들이 일반인보다는 많이 알려진 사람들이니까 사회 문제 같은 것에 조금이라도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하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책을 읽으면서 인터뷰어나 인터뷰이나 너무 입장이 한방향으로만 흐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반대쪽 입장을 가진 사람들도 인터뷰를 좀 했었으면 좋겠다 하는 아쉬움도 들었지만 대채적으로 괜찮은 책이었다. 다만 솔직하게 말 하자면 아주 재미있는 책은 아니었다. 물론 재미로 읽을만한 책도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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