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새 왕비가 시작한다.

당신들이 알던 진부한 백설공주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라고.

나는 어릴때 각종 공주 및 연약 캐릭터들을 보며 생각했다.

왜 그녀들은 자고 있다가 혹은 멍청하게 속아서 반쯤 죽어있다가

왕자를 비롯한 남자의 키스를 통해서만 자신이 처한 위험에서 벗어날까 하고.

그리고 아무리 왕자는 다 잘 생겼고 돈도 많다고 하지만

공주의 마음에 쏙 드는 왕자였을까? 하고 말이다.

아빠는 동화책 중에서 특히 공주나 기타등등이 왕자를 통해 행복해지는 이야기를 믿지 말라고 했다.

그런 행복은 동화책 속에만 있다고.

현실에서는 자신의 행복을 남의 손에 맡길 경우, 불행해지면 불행해졌지 절대 행복해지지 않는다고.

나는 아빠의 말이 옳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왜냐면 내 행복을 엄마가 손에 쥐고 있을 때는

그것이 설사 내 부모라 하더라도 나는 결코 행복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그걸 타인의 손에, 그것도 예쁘고 어리면 눈 돌아가는 남자의 손에 맡기라고?

일치감치 됐다 싶었다.

그리고 오래 기다렸다.

빌어먹게 이쁘기만 하고 멍청하기 짝이 없으며 거기다 허약하기까지 한 이 공주년들이

언제쯤 지 손으로 행복을 찾거나 혹은 살아 가기라도 할 수 있을지를

짜잔 200년 만에 새로운 공주가 등장했다.

그림형제의 원작에서 백설공주는 그리 연약 캐릭터는 아니지만

아무튼 우리가 알고 있는 백설공주는 예의 그 드레스를 입고

머리 빗고 독사과 먹고 별 짓을 다 해서 죽고 또 죽는다.

이제 그런 캐릭터를 발로 뻥 차는 새로운 백설공주가 나타났다.

바로 얘다.

 

처음에는 생각했다.

아니 눈처럼 하얀 피부를 가져서 화이트스노우 라는 이름을 가졌는데

얘는 마치 동양인처럼 노르짱짱하군.

백설기랑 비교 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겠구나.

그런데 예의 그 공주 옷을 입고 나오지 않는다.

우리가 수 많은 공주들 중에서 딱 구분 가능한 그 백설공주표 옷.

(노란 치마 발간 웃옷 파란색과 흰색의 부푼 소매 등등.)

물론 잠깐동안 얘도 공주 옷을 입고 나오기는 하지만

나중에는 아예 팬츠를 입고 나온다.

그것도 동네 다 쓸고 다닐 것 같은 그 팬츠. (이름이 뭐더라? 패션지 일을 안 하니 용어 다 까먹는구나)

그리고 칼 들고 열심히 싸운다.

지 행복 지 손으로 쟁취한다.

물론 옆에 왕자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왕자가 해 주는 키스를 기다리지 않는다.

지가 반했고, 그래서 마법을 풀어주려고 키스를 한다.

완벽하게 뒤집어 엎었어 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동화책 속의 백설공주처럼 재수없지 않다.

스토리를 보자면 애가 좀 방구석에만 갖혀 있었는데

어떻게 저렇게 스마트한지... (아하 스마트 폰을 안쓰는구나. 대신 책을 읽었겠군. 심심하니까.)

거기다 체력도 좋고 몸 쓰는 일에 적합한 스타일인지 칼 싸움 이런 거 금방 마스터한다.

이 영화는 어른들이 보면 그저 그럴지도.

내가 강추하고 싶은 사람은 따로 있다.

바로 공주 엄마. 자기 딸 또한 공주로 만들겠다고 생각하는 엄마들.

아이 앞에서 예쁘고 바른 말만 쓰고

아이의 이름을 영어로 부르며 공주같은 드레스를 입히는 엄마들과

늘 공주 드레스만 입으려고 하고 엄마를 좀 보니 여자 팔짜는 남자 하나 잘 만나면 땡이구나 하는 것을

태어나자 마자 공기로 느낀 여자 아이들.

그런 모녀들이 쌍으로 와서 보면 제일 좋을 영화이다.

만약 여태까지 동화책을 보면서 공주는 왜 항상 이따위인가 의문을 가진 어린이들도 대환영.

내 딸년은 절대 남자 손에 행복을 맡기는 멍청한 짓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엄마들도 환영.

이 영화는

예쁘게꾸민 모습으로 남자로 팔짜 고치려고 한 왕비가 결국 어떤 꼴이 나는지.

왜 그녀는 사는 동안에도 조금도 행복하지 않은지를 보면 답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도 청담동 며느리 스타일을 하고 선 자리에 앉아있는 당신들이여.

나중에 남편 바람 피운다고 뭐라고 하지 말라.

당신들도 어차피 얼굴로 승부를 걸었는데, 남자란 알다시피 시각적 동물이라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 하더라도 그래도 어리고 예쁜 여자들한테 눈 돌아가게 되어있다.

(그리고 당신이 무슨 짓을 하든 20대 초반의 탱탱한 젊음을 가질 수는 없으며

당신은 언젠가는 나이를 먹든지 들든지 둘 중 하나는 해야 할 것이다.

현대의학이 눈부시게 발전을 하기는 했지만 형광등의 눈부심과 햇살의 눈부심은 근본부터 다르다.)

승부를 걸려면 세월에 따라 점차 시들어가는 외모 말고 다른 걸로 걸어라.

그럼 나중에 남편이 바람 나도 '걔가 나보다 어디가 그렇게 이뻐!' 대신에

어퍼컷을 한 방 퍽 날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 마디 해 줘라.

'병신같은 새끼 그저 얼굴만 쳐 반반하면 넌 뇌가 멈추지? 그런 등신같은 너랑은 좀 못살겠으니까

일단 위자료 왕창 준비 해. 난 그 돈으로 완전 새로운 내 인생 살아 볼라니까.

넌 계속 얼굴도 뇌도 주름 하나 없는 애들만 만나면서 그렇게 살다가 죽어.'

사족 : 그런데 줄리아 로버츠. 정말 왕창 이쁘다. 헐리웃 여자들은 좀 빨리 빨리 늙어가시던데

줄리아 언니는 날마다 방부제 한 스푼으로 상쾌한 아침을 시작하는지 전혀 늙지를 않았다.

현대의학의 도움이 있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저 정도로 자연스러우면 봐 줄 만 하다.

반면 짧은 머리의 그 언니는 정말 못봐주겠다. 참 귀여웠는데 지금은 왜 다 늙어서 섹시 코드로 가는지.

물론 지금은 고인이 된 최진실이 그 스타일을 따라 뻣친 짧은 머리를 할 만큼

그녀는 그 스타일이 매우 지겨웠을 것이다.

그래서 머리 기른 것 까지는 괜찮다.

머리야 기를수도 있고 자를수도 있는 거니까.

하지만 가는 입술이 매력적이었는데 저 영화의 왕비처럼 왜 입술을 팅팅 부풀리셨는지.

입술 부은 여자는 졸리 하나로 족하다.

모두가 다 입술 부풀려서 우~ 스러울 필요는 없지 않을까?

지금 그 모습 그대로 젊어진다 하더라도 해리와 셀리같은 명화를 다시 찍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연기야 그대로겠지만 긴 머리의 입술 두터운 여자. 적어도 그 영화에서는 매력 없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