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세상에 굴러다니는 자가용스러운 것 중에서 유일하게 모양을 보고 알아내는 차는 딱 하나.

뉴비틀.

이건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게 생겼다.

(저 차 예전에 이미연이 광고로 나오는 뭔가에 등장 매우 유심히 봄)

하지만 다른 모든 차들은 좀 다 똑같다.

바보야 저게 어떻게 뭐냐, 뭐뭐지.

넌 저거 앰블럼 보고도 모르겠니? 딱 봐도 뭐뭐뭐 잖아.

그래 나 모른다.

차 뒤에 떡하니 이름 적혀 있지 않고

그냥 모양스러운 것이나 로고스러운 것으로는 도저히 구분 불가능하다.

내가 보기에 대충 차들은 바퀴가 4개, 창문이 4개 문짝이 4개.

간혹은 바퀴는 4개지만 문짝과 창문은 2개.

이게 전부다. 더 이상은 모르겠다. (차들만 유일하게 다 흑백으로 보인다.)

내 핏줄과 지인들이 타고 다니는 모든 차들 절대로 찾아내지 못한다.

그들이 나를 데리러 오면 차 안에 있으면 안된다.

그럼 나는 백방 다른 차 문을 벌컥 열었다가. '어머 죄송합니다' 하고 문을 닫아드려야 한다.

요즘 내가 뵙는 전하. 천장이 까만 비니루로 된 차를 몰고 다니신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

더 이상은 모른다.

오늘 어딘가로 쓔융 하고 간다길래,

그 가마의 이름이 뭐뭐? 뭐뭐? 암튼 뭐든간에 잘 타고 다녀오라하니

어제 분명히 말 해 주지 않았냐며,

니가 아침에 저 벽 시계는 어디서 준건가요? 해서 차를 샀더니 줬다 했는데

그걸 모르냐고 한다.

스펠링도 매우 쉬운데. 딱 3글자인데 왜 그걸 모르냐며.

아, 그렇구나. 생각해보니 그랬구나.

어제 말 해주었고 (어쩌다 차 얘기가 나옴) 내가 벽 시계를 보면서 물었구나.

그 벽 시계에 떡하니 적혀 있었구나.

차에는 대체 어디에 박혀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벽시계는 아주 분명했는데 말이지.

오늘부터 열심히 외워야겠다.

뭐.뭐.뭐.

별로 차에는 관심도 없고, 그저 굴러가기만 하면 장땡이라 생각하지만 (걷는 것 보다 느리지만 않다면야)

아무튼 상대가 조금 외워주었으면 스러우면 닥치고 외워줘야지.

스펠링도 쉽다.

외우는거도 가능하고 무려 쓸 수도 있다.

그리고 정 안되면 다른 차 문 열지 않게 사진이라도 찍어놓고 수시로 보면서 외워야겠다.

까만 비니루 천장의 차들이 한 두개라야 말이지.

덤앤 더머에 나오는 것 처럼 차를 꾸며놓으면 금방 외울 수 있을텐데.

저 멀리서라도 찾을 수 있을텐데...

안 그러겠지? 쩝. (덤앤 더머의 차는 내가 봐도 좀 심하긴 심하다.)

아, 우리 요즘 전하와 소첩 놀이 중이다.

내가 말할때 전하의 용안이 옥체가 어쩌고 소첩은 저쩌고 하면

상대는 짐이 어쩌고 저쩌고 어명이 이렇고 저렇고 한다.

이거 좀 재미지다. 해보시드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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