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선생님께 찾아갔다.

수면제를 처방 받으러.

이번에는 이곳 저곳 돌아다님 스러운 것을 해야 해서

병원 올 시간 없어 최장 얼마까지 수면제 처방이 가능한지 물었다.

김 선생님. 왕창 털어넣으면 죽습니다. 하면서 보름치를 처방 해 주셨다. (원래는 2주 처방이 원칙.)

그러면서 말씀하신다.

선생님이 생각하는 가장 유토피아적인 삶을 지금 니가 살아내고 있다고.

일과 사랑이 함께 얽혀있고 거기다 뮤즈까지 있으니 완전 니 인생 노난 순간이라 한다.

거기다 일 끊이지 않고 들어오니 금상첨화라 하신다.

음... 그렇구나 내 인생에도 반짝 하는 순간이 있긴 있구나.

끽 소리 한 번 내고 꽥 하고 줄을 줄 알았는데.

적어도 끼이이익~ 소리는 낼 수 있을지도.

그러면서 하시는 말.

요즘 글 안나와 돌겠다며,

해서 장비탓을 한다며.

컴퓨터가 맘에 안들어 에잇. 핸드폰이 문젠가봐 이잇.

아니야, 책상이야, 책상이 맘에 안들었어 (책상 실제로 손으로 들어 올리신다. 빵터짐.)

해서 내가 좀 보여 드렸다.

내가 가지고 다니는 이 작은 넷북.

그러나 들어보시면서 허걱 하신다.

사람 좀 때려잡을 무게.

그래서 내가 그랬다. 혹여 가능하시다면 무척 가벼운 맥북에어 이런 거 구입하시라며.

그러자 그거 사용법 좀 거시기하게 어렵지 않나 하신다.

물론 나 같은 인간은 전원 자체를 못 켜지만

선생님이시라면 전원 켜는 것을 비롯해서 그것으로 글 쓰고 뭔가를 하고 다 하실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세 번째 책을 보고 한 출판사에서 연애서 컨택이 왔는데

솔직히 그 책은 수정 자체를 못 해서

내 부분은 쏙 빼고 선생님이 하신 피처링 부분만 읽으며 오~ 한다 했더니

선생님께서는 오히려 자기 원고는 너무 전문용어가 많아 내 글이 쉽고 재미지다 하신다.

그저 난 선생님과 윤 에디터에게는 석고대죄해야 할 존재일지니...

(비록 고의는 절대로 아니었지만 어찌 되었건 책임은 내게 있다. 것도 원 헌드래드 퍼센트!)

그리고 내 바탕화면 보셨다.

나의 파란 눈.

일명 '박 자까가 지켜보고 있다!'

이미 일 안된다 징징거리는 잡지사 에디터 친구들과 동료 작가 및 지인들에게 유포결과

닥치고 일 하게 되더란다.

나 역시 바탕 화면 보면 입닫고 일 하게 된다.

선생님 기립박수, 브라보, 뒤집어짐 하신다.

정말이지 굿 스러운 아이디어라 하심.

(이쯤 되니 내 에세이 '일상으로의 초대' 에 저 눈깔 사진 속지에 집어넣어? 싶기도.

아마 마케팅팀과 디자인팀의 완강한 반발이 있을 것 같지만 어떻게 좀... 안될깝쇼?)

음... 저 팀들은 어떻게 구워 삶는다 하더라도 사장님과 편집장님은 안되겠구나.

니가 우리 출판사 말아먹으려고 작정을 했구나, 물 말 경우 니가 손해 배상해라 하면 끝장.

지 인생도 부도수표인 주제에 남의 인생까지 만기 돌아온 어음에 채권스럽게 만들 수는 없는 법.

아무튼 그렇게 해서 30분 간의 면담을 마치고 돌아왔다.

항상 그렇지만

김 선생님을 만나면 너무 좋다.

언제나 이대로 좋아요 괜찮아요. 그러면 그런대로 살아요 해 주신다.

절대로 용기내라 힘내라 얼른 일어나라 달려라 달려 넌 할 수 있다스러운 말 하지 않으신다.

내가 본 최고의 상담자이시다.

누군가에게 뭔가를 어떻게 해 봐라, 바꿔라 하지 않고

지금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도 된다고 말 해 주는 것은

정말이지 대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 아닐까? (대가 발 뒷굼치도 못 미처 잘은 모르겠다만)

선생님의 병원이 초대박이 난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선생님. 그 자신의 힘이시다.

예쁜 인테리어와 책 내고 방송 탔네가 아니다.

그런 것들은 정말 작은 부분이리라.

공감과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계신 분이시다.

너 혼자 성장이 아니다. 함께 손 잡고 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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