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람에서 요람으로 - 세상을 보는 글들 17
윌리엄 맥도너 외 지음, 김은령 옮김 / 에코리브르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절대로 별점에 후한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별점에 짠 사람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다른 사람들의 기준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비교가 불가능한지도 모르겠지만 대충 평점이랑 비슷한 수위가 자주 나오는 것을 보면 나도 평균정도의 별점을 주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완전히 거꾸로 가야 할 것 같다. 별점 4점 평균을 받은 이 책에 별점 2점을 주는것. 내가 그렇게 인색한 별점을 주는 것에는 속은것 같다는 기분과 함께 잘 할 수 있는것을 잘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책망이다.

이 책은 위에 설명들을 쭉 읽어봤으면 알겠지만 환경에 관한 책이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샴푸 쓰지마라 합성세제 쓰지마라 텃밭에 오이며 가지를 심어서 따먹어라 하지는 않는다. 개인의 실천 사항보다는 조금 더 복잡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산업이 무조건 나쁘고 산업의 발전은 오직 환경파괴의 지름길일 뿐이라는 얘기를 하지도 않는다.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면 써야 할 것이며 또 발전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다만 재활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활용 가능한 자원으로 디자인하고 만들어야 한다고 적혀 있다. 그간 내가 알고 있는 환경에 관한 얘기들은 거대 기업들이 내뿜는 쓰레기와 연기에 세상이 얼마나 죽어가고 있는지 또 우리가 얼마나 피해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 얘기했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점이 있어서는 조금 다른 시각을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그런점 때문에 내가 별이 하나가 아닌 둘을 준 것이긴 했지만 말이다.

솔직하게 말 하자면 이 책. 재미 없었다. 환경 얘기가 재밌겠냐고 이게 무슨 만화나 소설이냐고 묻겠지만 나는 이런 종류의 책들을 꽤나 재밌게 읽는 편이다. 그런 나에게 몇번이나 책을 놓고 싶어서, 또 새책을 읽고 싶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책장 주위를 서성이게 만들었다는 것은 분명하게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심각한건 알겠는데 그 심각한 것을 조리있고 재미나게 알려주지는 못한다. 그저 했던말 또 하고 가끔은 그 말조차 모호하게 해서 당최 뭐 어쩌란 소린지 알 수가 없게 만든다. '머리나쁜 독자 네 탓이지' 하면 할 말 없겠지만 글자 잘 읽고 학교서 국어책 재밌게 잘 읽은 (국어공부 잘 한은 아니다.) 나에게 재미없다면 이 책이 과연 대중적인지를 묻고 싶다. 모두가 알아야 할 중요한 얘기들일수록 쉽고 재밌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래야 모든 사람들이 정말 알아야 할 지식을 손쉽게 알 수 있는것 아니겠는가. 책을 보니 저자들이 겁나게 잘났다. 하지만 정재승씨가(정재승의 과학콘서트, 물리학자는 영화에서도 과학을 본다의 저자) 똑똑하지 않아서 물리학을 영화와 접목시켜서 그리도 쉽고 재밌게 풀어썼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세상에는 재미 하나도 없지만 꼭 알아야 할 지식이기에 참고 파고드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처럼 재미가 없으면 꼭 알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읽기 싫은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그런 기본을 너무도 깡그리 무시를 해서 오히려 무식한데다 재미만 찾는 내가 송그스러울 지경이다.

사실 환경에 대한 관심은 좀 있는 편이다. 뭐 실천하는건 없지만 그래도 어릴때 나는 신문기사에 환경에 관한 기사가 나면 언제나 스크랩을 하곤 했었다. 그리고 그린피스에 가입을 해 말어 (과연 아무나 받아주는 단체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했을 정도이니 환경에 대해 영 관심이 없는건 아니었다. 그런 내가 맘잡고 환경에 관한 책 한권 읽어주겠다는 마음이 부족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읽고 일종의 배신감 같은걸 느꼈다. 물론 그건 내 관심 분야를 재밌게 다뤄줬으리란 기대에 대한 배신이기도 하지만 이 책에 책정된 책값에 대한 배신감도 크다. 알다시피 이 책은 정가가 15,000원이고 알라딘서 할인을 해도 12,000원이라는. 알라디너들이 만원 넘으면 일단 손떨려요 하는 그 책값이다. 책값이 그런 이유는 이 책이 두터워서도 그렇다고 요즘 유행인 두터운 양장본 외투를 폼나게 걸쳤기 때문도 아니다. 내 생각에는 종이가 아닌 재생 가능한 폴리머라는 재질로 재작을 했기 때문이다. 물에 젖지도 않고 완전 재생이 가능한 폴리머 종이. 인쇄도 콩기름등을 써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이 종이는 모든 환경 용품이 그렇듯이 가격이 비쌀 것이다. (이 책에도 재활용품이 더 비싼 가격을 달고 나올 수 밖에 없는 부분에 관해 친절히 설명을 해 두었다.) 그럼에도 이 책이 폴리머를 써서 제작을 한 것에는 환경에 관한 책이며 사람들이 폴리머라는 것을 잘 접해보지 못할 것이므로 어떤 것인지 그 실체를 보여주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흔히들 100% 재생 가능하다 믿고 마구 써버리는 종이와는 다른 것이고 종이 또한 100% 재생은 되지 않고 오히려 새로 만든 종이보다 재생용지를 만드는데 비용이 더 들어간다는 책 속의 주장을 좀 더 생동감있게 피부로 느끼라고 이렇게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글귀가 있다. 그렇다

이 책 초판 1쇄 한정본으로 종이 책이 아닌 완전 재생이 가능한 폴리머로 제작했습니다. 하지만 2쇄부터는 제작상의 이유로 부득이 종이 책으로 제작했습니다. 대신 독자들께서 어떤 재질인지 알 수 있도록 표지는 초판과 마찬가지로 폴리머로 제작했습니다.

그렇다 이 책의 1쇄 한정본이 아닌 2쇄 3쇄(내가 산책이 3쇄 였다.)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표지만 폴리머로 되어 있을 뿐 안에 내지는 그냥 평범한 종이인 것이다. 나는 폴리머를 쓰지 않고 종이를 썼다고 탓하는 것이 아니다. 폴리머가 없어 못쓰거나 비싸 못 썼겠지. 근데 말이다. 그렇다면 책값을 더 내려야 하는거 아닐까? 이 얇은 두께로 그저 실용서라는 이유만으로 15,000원을 받는다는 것은 정말로 이해가 가질 않는다. 물론 소설들보다 실용서가 덜 팔린다는 것은 알지만 소설의 두배를 받는다는 것은 좀 이상하다. 그나마 비싼 폴리머를 쓰느라 그렇다면 가격이 2만원인들 3만원인들 뭐라고 하겠는가. 하지만 그냥 종이를 썼을 뿐이다. 표지만 폴리머를 썼다. 그런데도 처음의 가격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은 상당히 기분이 좋지 않다. 더구나 자기들이 그렇게 우기는 환경을 파괴하는 종이를 썼는데 가격은 그대로라니. 바보같은 말인지 모르겠는데 예전에 책은 훔쳐도 경찰서에 안간다는 말이 있었더랬다. 그건 진짜는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였다고 생각한다. 생계를 위해 빵 하나를 훔쳐먹어도 장발장처럼 감옥을 가는데 책이라고 해서 훔쳐도 된다는건 누가 생각해도 말이 안된다. 그럼에도 저 말이 왜 생겼는지를 출판 업자들이 한번정도는 생각을 해 봤으면 좋겠다. 물론 출판업계가 불황인거 잘 안다. 하지만 불황이 그저 장사치처럼 굴어도 되는 건지는 그들이 알아서 잘 판단할 일이 아닌가 싶다. 자꾸 국민들이 책을 안읽는다고 하지 말길 바란다. 난 평범보다는 약간 책을 더 보는 편인데 그런 내가 이 책은 정말 사보지 말라고 말리고 싶다. (어떻게 보면 얼리 어답터들에게 외면받는 것일수도 있는데 이래도 좋은건지 그들은 알리라고 믿고 싶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 내가 좋아하는 환경 얘기를 담았음에도 별 2개를 아주 아까워하며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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