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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댁 요코짱의 한국살이
타가미 요코 지음 / 작은씨앗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뭐 저런 바보같은 제목을 달았지? 싶지만 사실이 그렇다. 내가 이 책을 보면서 느낀건 귀엽고 재밌다는 것이다. 조금만 더 책이 두꺼웠으면 하고 바랄 정도로 (대부분은 한참이나 남아있는 책을 보면서 조금만 더 얇았으면 한다.) 읽는 내내 줄어드는 남은 페이지가 아쉬웠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요즘 쏟아지고 있는 카툰+에세이 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예쁘장하지만 단순하고 특색없는 그림에다 월간 좋은생각에나 등장할듯 한 마음 따뜻한 얘기들만 잔뜩 늘어놓거나 사랑 혹은 이별에 관해 얄팍하게 주절주절 하는게 싫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골라잡은 것은 여동생이 '읽어봐. 귀엽고 재밌어' 라고 추천했기 때문이다. (결국은 읽고 나서 동생이 추천한 말을 그대로 제목으로 적으면서 리뷰를 쓰고 있으니 동생의 말은 옳았다. )
제일 처음에는 일본 여자가 한국 남자와 결혼해서 한국에 살면서 겪는 에피소드라고 해봐야 문화의 이질감에서 오는 '이것도 이상하구요' '저것도 이상해요' '한국은 정말이지 괴상망칙해요' 에서 벗어나지 못할것이라고 장담했는데 의외로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물론 문화의 차이에 대해 중점적으로 말 하고 있지만 그걸 일본과 비교해서 어느 곳이든 우위를 주는 식이 아니여서 좋다. 이를테면 다만 다를뿐. 이럴수도 저럴수도 있는거지 뭐 하며 넘기는 것이다. 그리고 나도 한국인이지만 몇몇 에피소드는 나 역시 똑같이 생각했던 부분이여서 놀라기도 했었다.
왼쪽에는 카툰이 오른쪽에는 에세이가 있는데 그림이 정말 귀엽다. 그녀가 직접 그린 그림이라고 하는데 단순하게 생겼지만 표정이 무척 다양하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옷도 입히지 않고 머리카락도 없는것은 성별이나 나이 같은걸 알수없는 존재로 보이고 싶어서라고 한다. 그림을 다 보고 나면 그 바로 옆 페이지에는 그림의 내용을 좀 더 자세하게 풀어둔 글이 등장하는데 글도 나쁘지 않다. 문체는 평이하지만 대신 거부감도 없고 재미있게 술술 읽히며 때로는 귀엽기까지 하다.
한동안 요즘 쏟아지는 카툰 에세이북에 대해서 글 대신 예쁜 그림으로 대강 대강 지면을 채운 성의없는 책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아닌 책을 발견해서 다행스럽다. (원래는 카툰을 좋아한다.) 책의 양에 비해서 정가가 조금 비싸긴 하지만 그래도 사서 읽어볼 가치는 충분하게 있다.
일본과 한국의 문화차이를 적어두긴 했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뭐가 옳거나 혹은 더 낫다는 비교가 아닌 그냥 '이런 이런게 다르다'정도의 비교여서 거부감이 없다. 사실 전여옥의 '일본은 없다' 역시 자기나라가 아닌 다른나라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글로 엮은 것인데 너무 전투적이고 편협해서 왜 이렇게 밖에는 못 쓸까 싶었는데 타가미 요코는 그런 점에 있어서는 분명히 전여사보다 한 수 위인것 같다. 나이는 전여사 보다 어리지만 훨씬 더 포용력 있게 잘 받아들이는 것 같다. (뭐 그렇다고 해서 한국을 욕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조건 칭찬을 하는 것은 아니다. )
문화는 그냥 차이일 뿐 뭐가 더 낫고 뭐가 옳다고 주장할 수 없는 부분인데 가끔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해 쓴 글을 보면 문명국이라 역시 다르다는 부러워류와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라서 형편없이 지저분하고 야만적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걸 볼 수 있는데 타가미 요코는 그런 함정을 잘 피해나가서 재밌고도 귀여운 책을 낸 것 같다. 어릴때 부터 만화를 많이 봤다고 하는데 그림을 그리는 것도 수준급이며 (캐릭터의 표정이 정말 풍부하다.) 만화적인 표현도 많이 등장해서 재밌다.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아무 생각없이 본 영화가 재밌으면 더욱 재밌게 느껴지듯. 카툰 에세이에 대해 조금은 편견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는 생각외로 너무 재밌고 귀여운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