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의 천일동안이라는 노래를 나는 참 좋아한다.
그런데 끝내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있다.
헤어지자는 말은 참을 수 있었지만
당신의 행복을 빌어줄 내 모습이 낯설어 보이진 않을런지
헤어지자는 말을 어떻게 참을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헤어지는 마당에 상대의 행복을 빌어주는 사랑이 얼마나 성숙한 사랑인가를
내 모르는바 아니지만
그 모습이 상대에게 낯설어보이지 않을까 걱정한다는 것은
그동안 그가 그런 모습을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는 얘기일 것이다.
누군가에게 나는 헤어지면서 '잘 지내라' 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상대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진심이니?'
그렇다. 진심 아니었다.
나는 그가 잘 지내기는 커녕, 나 없이 얼마나 잘 살지 두고보자는 심정이었었다.
가시는 그길에 꽃잎을 뿌려드리긴 커녕
지뢰라도 심어둬서 여기서 펑 저기서 펑 터지길 바랬었다.
그와 만나는 동안
나는 싸울때마다 독한 말들을 했었다.
내가 생각해도 너 좀 돌았구나 싶을 정도로
상대의 심장을 후벼파는 얘기들을 했었다.
들으면 아프다는 것을, 그리고 말은 내뱉으면 영영 사라지는게 아니라
누군가의 가슴에 박힌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나는 일단 싸우는 동안에는 이기고 봐야 했다.
그랬다. 많이 유치했다.
심지어 싸우다가 상대방이 울면
약간 안되었다는 생각이 반, 이렇게 어설퍼서 세상 어떻게 살래 싶은 맘이 반이었다.
나 때문에 마음아파서 우는 상대에게
나는 고작 그따위 생각이나 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잘 지내라는 내 말이
그저 마지막에 할 말은 없고 좀 멋있기는 해야겠고 해서 뱉은 말이라는 것을 말이다.
차라리 아무 말이나 말았으면 좋았을걸
난 그때 왜 그랬을까?
앞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헤어지게 된다면
그때 내가 잘 지내라고 진심을 다해 말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말에 상대가 낯설어 하거나
피식 하고 웃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데 잘 모르겠다.
나는 정말 나 자신보다 더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지.
내가 다치는 순간 조차도
그에게 행복을 빌어주고, 나 때문에 조금의 피해도 입지 않기를 바랄 수 있을지.
그래도 있다고 믿어야겠지.
그래야 내가 세상에다 대고 하는 모든 사랑의 충고들이
헛소리 하고 있네가 되지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