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막장 드라마를 무척 싫어했다.
과거형으로 썼지만 솔직히 지금도 싫어하긴 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노희경,표민수 콤비의 드라마를 좋아했었다.
그래 드라마가 저렇게 조금은 품위가 있고 약간은 고급스러워야지.
막장 드라마들은 막강한 시청률을 등에 업고 앞뒤 광고 열댓개씩 단 덕분에 세트는 점점 화려해지는데
등장 인물들의 얽히고 섥히고 거기다 짠짠 하고 자꾸만 나오는 '두둥..사실은 이러했던 것이다' 의 깜짝쇼가 진짜 막장스러워도 너무 막장스러웠다.
그런데 나는 요 며칠 그런 생각을 했다.
절대 우리 인생은 노희경, 표민수 콤비의 고급스러운 드라마가,
마니아 드라마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우리 인생과 정말 닮은것은 삼류 막장 코믹 치정 시트콤인지도 모른다.
누구의 인생을 들여다봐도 그렇다.
그 사람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 말고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보면 막장도 이런 막장 인생이 없는 것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한 이틀. 진짜 막장 드라마 중에서도 최악의 막장 드라마를 찍은 나는
갑자기 내가 그토록 좋아했던 드라마들이 싫어져버렸다.
삶은 저렇게 예쁘고 고운게 아닌데
우리 인생은 결코 저런 식으로 아름답게 흘러가지 않는데..
한때, 막장 드라마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그들이 위안을 얻는다고 생각했다.
'그래 그래도 내 인생은 저따위는 아니잖아?'
'어머 어머 저것좀 봐 어떻게 저 남자는 저 여자한테 저럴수가 있어? 저런놈 안만난게 다행이지..'
뭐 이런식의 값싼 위로나 위안.
근데 아닐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어쩌면 사람들이 막장 드라마를 보면서 하는 생각은
'어쩜 저렇게 우리 인생이랑 똑같냐?' 하는
전혀 포장되지 않은 날것에 대한 찬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내 인생은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는 드라마이다.
만약 어떤 PD가 드라마 쓸 생각이 없냐고 제안을 해 오고
내가 '이 소재 어때요?' 하며 내 얘길 말한다면
그는 이럴지도 모른다.
'에이, 이건 해도 너무 하잖아요. 암만 막장이 대세라지만 안그래요?'
이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는 절대 드라마 작가 같은건 되어선 안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