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은 설 명절이자 발렌타인데이였다. 

잡지사에서 이런 날들을 그냥 넘어 갈리가 없다. 

당연히 '발렌타인 데이 선물' 특집이 꾸며졌다. 

그 중에서 내가 맡은 것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고 기억에 남을 만한 선물 이었다. 

금액은 대충 10만원에서 15만원선.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선물 같은건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다 어디선가 이런 글귀를 읽은것이 기억났다. 

연인에게 10년동안 기억이 되려면 음악을 선물하고 20년동안 기억되고 싶으면 향수를 선물하라. 

그런데 향수라는것이 

알다시피 너무 흔해빠진 아이템이었다.  

그래서 저 말만 믿고 '향수' 라고 쓰기에는 

뭐랄까 너무 약했다. (약한것 뿐 아니라 다시는 나한테 기사를 안맡기겠지..) 

그래서 머리를 쥐어짜냈다. 

처음에는 직접 향수를 만들 수 있다는 곳을 취재했다. 

그런데 이건 향에 좀 조예가 깊은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단 한 두시간 투자한다고 나만의 향수, 것도 뿌려줄만한 향수가 떡하니 탄생하는건 아니었다. 

그리고 대부분 나만의 향수 라고는 하지만 어디선가 맡아본듯 익숙한 향을 만들기가 쉽상이었다. 

그래서 또 다시 머리를 싸맸다. 

일단 향수가 좋을것 같기는 한데 대체 이걸 어떻게 잘 포장한단 말인가. 

그러다 생각해낸것이 바로 그에게 어울리는 향수를 구입한 다음 

내가 뿌리는 (혹은 앞으로 그를 만나면서 뿌리겠다 마음먹은) 향수의 미니어처를 함께 선물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본인도 자신의 향수와 남자가 쓸 향수의 미니어처를 가지는 것이다. 

이게 뭐 보기에는 별것 아닌것 같아도 

상대의 향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으며, 상대가 보고싶지만 볼 수 없을때 미니어처 뚜껑을 열고 

어쩌고 저쩌고로 잘 포장하니까 그럭저럭 글이 나왔다.  

'향수' 라는 별것 아닌 아이템치고는 꽤 그럴싸한 주절주절이 나온 것이다.  

주변인들 (특히 여자) 들에게 얘기하니 반응이 꽤 괜찮았다. 

안타깝게도 남자들에게는 의견을 구하지 못했지만 뭐 감수성 예민한 남자들은 기뻐하겠지. 

(라고 믿을란다.) 

사실 금액이 올라가면 기억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선물을 할 수 있는 확률은 그만큼 더 높아 

진다. 하지만 10만원에서 15만원대라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물론 이 돈이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다. 허나 기억에 남는 대단한 선물을 하긴 조금 힘들다.  

그러나 생일도 아닌 기념일도 아닌, 그저 발렌타인데이에 그 이상의 금액을 쓰는 것은 좀 오바라고 

생각한다. 

책을 좋아하는 남자라면 평소 사기 힘든 5만원 이상 하는 책들을 사 주면 딱 좋겠지만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런 가격의 책들이란 대게 그들이 임시 벼개나 유사시 무기로 사용할 

확률이 높다. (이래서 책 좋아하는 남자가 제일 편하다. 책만 사주면 무조건 너무 좋아하니까.) 

딴에는 그럴싸한 아이디어라고 냈으나 데스크에선 반응이 반반.  

시큰둥도 있었고 오...이런 고전적인 아이템이로 이런 생각을? 까지. 

아무튼 기사는 나갔고. 

나는 원고료 받을 일만 남았다. 

그나저나 발렌타인데이라고 해서 선물을 해 보거나 받아본게 언젠지 기억도 가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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