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내게 단 한 번도 사랑은 쉬웠던 적이 없었다.
시작은 쉬웠을지라도 그 과정에 있어 항상 아파했고 힘들어했다.
내가 더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에 괴로워했으며
내가 원하는 만큼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느낌 때문에 힘들어했다.
왜 내가 더 사랑하면 안되는가 하는 문제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왜냐면 사랑을 하는 것은 그만큼 사랑을 받고 싶다는 얘기와도 같은 거니까.
적어도 내게 있어 사랑은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어떤가. 내가 사랑하면 그 뿐인것을'
이라고 쿨하게 말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었다.
그들은 내게 안식을 주지 않았다.
늘 나는 사랑이 식을지도 모른다는, 혹은 끝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꼈고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하는건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을 맞춰주어야 하는건지 아니면 그냥 내 성격대로 밀고 나가야 하는건지.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사랑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다른 나는
그들에게 항상 '안 그런줄 알았는데...' 라는 말을 들어야했다.
자유를 속박당하고 싶어하지 않고
혼자만의 공간과 혼자만의 시간을 지독하게도 좋아하지만
적어도 사랑을 하는 순간에는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그걸 알아채지 못했다.
나는 어떻게 놔둬도 모든걸 혼자 다 잘 할 것 같다고
자기 없이도 충분히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만 했다.
말하고 싶었다.
당신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숨쉬는 것 조차 힘들다고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하지만 나는 말 하지 못했다.
끝내 나는 내 자존심 한 조각을 지키기 위해서
내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말하지 못했다.
결국 그들은 내가 그들을 향해 얼마나 절절한 마음을 갖고 있는지 알지 못한 채
아주 쉽게 내 곁을 떠나갔다.
표현하지 못한건 내 잘못이지만
나는 두려웠다.
내가 이만큼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면
혹시 나를 숨막혀하지는 않을지
자신에게 너무 매달리고 있는 나를 부담스러워하지는 않을지..
단 한번이라도
죽을것 처럼 사랑하고 싶다.
그리고 상대방도 나 아니면 죽을것 같은 사랑을 받고 싶다.
내게 사랑이 더 남아있건 아니면 이제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건 상관없다.
나는 계속 기다릴 것이다.
누군가의 말 처럼 내 인생이 끝날때 가져가고 싶은 단 하나의 사랑을 찾고 싶다는
그 마음은 끝까지 남아있을 것 같다.
사랑에 대해 늘 얘기하고, 그것으로 밥벌이를 하는 나에게도
사랑은 참 어려운 것이다.
왜냐면 사랑은 나 혼자 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나 조차도 내가 어떤 인간인지 모르면서 상대방이 어떤 사람일 것이라고 알게 되는건
너무도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대부분 사랑은 그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일 만한 기회를 주지 않는다.
모든것이 너무 빨리 진행되고
유통기한은 턱없이 짧다.
마음과 완전히 다른 말을 내뱉어야 할 상황도 생기고
먼저 손을 내밀고 싶어도 그 손을 다시 잡아주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지레 겁을 먹기도 한다.
어쩌면 나는 사랑에 있어서 절대 해서는 안되는 기대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영원할 것.
영원히 변치 않을 것.
세상에 영원한건 아무것도 없다는걸 잘 알면서도
나는 그걸 원한다.